- 학교 인근에 있는 지양산에서 숲 탐사도 하고 <진달래>를 따고 와서 <화전 만들기>
프로젝트도 진행했어요.
다음 글과 사진들은 필자가 2014년 서울신은초에서 1학년 <열매반> 담임을 하면서 4월 초순 경에 학교에서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지양산에서 봄맞이 숲 현장체험학습을 하고, 거기에서 채집한 <진달래> 꽃을 이용하여 <화전 만들기>를 하는 프르젝트 학습 내용이다. <다음 카페> '들꽃 피는 교실'에 실었던 것을 기사화하기 위하여 약간 수정한 것이다.
지난 월요일, 그러니까 4월 7일 우리 반 아이들은 1학년 아이들 중에서도 맨 먼저 지양산으로 자연학습 겸 봄나들이를 갔다 왔다. 그냥 가서 자연을 느끼는 활동도 좋지만 야외로 나갈 때는 뭔가 쥐어주고 나간다. 그래야 야외 체험학습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목표가 분명해야 아이들의 집중력도 높고, 또 그 과제 해결을 위하여 아이들은 열심히 학습 활동에 참여한다.
나는 간단하게 9칸까지 학습지를 마련하였다. 학습지라야 별 건 아니다. 칸마다 과제를 주고 그걸 채우는 활동을 하게 하여 그 속에서 담임 교사가 하고자 하는 내용을 아이들이 채우도록 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맨 처음 칸에는 "주변에서 냉이를 찾아보고 캐서 뿌리의 냄새를 맡아보세요. 어떤 냄새가 날까요?" , 두 번째 칸에는 "보라색 꽃이 피어있는 제비꽃을 찾아 붙이세요." 등과 같은 과제를 주면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활동이다.
봄에는 우리 주변에서 봄을 알리는 풀꽃들을 참 많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식물이 <냉이>와 <꽃다지>이다. 우리 주변에서 전국 어디에서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어른들에게 물어보아도 그 흔한 이런 풀꽃들도 잘 모른다. 냉이와 꽃다지는 풀밭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이다. 이런 풀꽃조차 잘 모르니 다른 풀꽃들이야 일러 무엇하겠는가?
♧ 한국의 교사 양성 교육, 현장성을 살린 <산 교육>으로 혁신해야
나는 전교조운동을 하면서 전교조의 참교육 실천을 위하여 특별히 '환경과 생태'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많은 활동을 해 왔다. '환경과 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환생교)', '초록교육연대' 등 환경 교육 운동 단체 활동을 20년 정도 이상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나도 잘 몰랐고 낯설었던 생명들을 이런 활동을 통하여 꾸준히 공부하고 축적해 왔기 때문에 지금은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을 모아서 강의를 하는 정도의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들이 학생들의 자연탐방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환생교>, <초록교육연대> 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중등 선생님들과도 활동을 같이 한다. 그중에는 과학교사나 생물교사도 많이 있다.
그 분들도 대학을 다니면서도 야외에서 현장 학습을 할 기회를 별로 갖질 못해서 현장으로 나가면 식물이든, 곤충이든, 물고기든 잘 모르는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한국 교육은 모든 것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그것도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교육과정이라는 것도 그렇고, 교과서의 내용들도 대부분 야외로 나가서 하는 활동이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가더라도 자연과 생태에 대하여 가르칠 교사가 거의 없다. 교사가 되기 위하여 교대, 사대를 다니면서도 이론 교육을 중심으로 공부를 했지, 필드로 나가 현장에서 자연, 생태 학습을 받은 교사들을 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 중등 교사 양성 과정이 잘못된 것이다. 예체능 교사는 당연하고, 생물 교사는 자연 속에서 동, 식물 익히는 교육, 역사 교사는 우리 문화재 현장, 지구과학 교사는 바위와 암석을 익히고, 국어교사는 문학인들의 현장을 찾아서 해설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육은 그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들과 야외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혹시 학생들이 "이 식물의 이름은 뭐예요?"히고 질문을 해 올까 봐서이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면 좋아하고 신이 나는데 말이다.
우리 주변의 자연 현장에서 자연을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것은 산교육이다. 필자는 평소에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주변 나무 10종류, 풀 20종류, 새, 곤충 각각 10종류씩은 의무적으로 익혀서 알고 졸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교육은 <현장이 없는 죽은 교육>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그렇더라도 교사들이 현장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미리 전제를 해 놓고 함께 학습하고 공부해 나가면 된다. 교사는 뭐든지 다 아는 만능인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하고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익혀나간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현장 학습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평소에 자연과 생태 관련 교사 연수 등에 많이 참여하여 교사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더더구나 자연 탐사 활동을 프로젝트로 엮어서 이루어진다면 더 바랄 것도 없이 훌륭한 학습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숲 생태 공부>, <자연탐사 활동>과 함께 진달래를 따서 먹어보기도 하였지만 그걸 가지고 와서 화전을 부쳐먹어 보는 활동까지 하였다.
학생들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 활동을 아주 즐긴다. 필자는 교사를 하고 나서 20년 가까이 해마다 <진달래 화전 만들어 먹기> 활동은 단골 메뉴의 체험학습이다. 숲에서 진달래를 관찰하고 따 먹어보고, 채집을 하고 와서 화전을 부쳐 먹는 활동은 자연탐사와 더불어 음식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자연 감성> 프로젝트로서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신은초에서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학년에서는 모든 학급에서 <화전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진달래 꽃 구하기가 힘들면 내가 미리 다른 반 진달래까지 휴일 등을 이용하여 따다가 다른 학급에 전달해 주기도 했다.
내가 1학년이든 6학년이든 담임을 맡았을 때 학년을 가리지 않고 해마다 봄에 이 활동을 해왔다. 1~2학년의 경우는 학부모들 몇 분을 도우미 교사로 도움을 받는다. 고학년의 경우는 학부모 도움 없이도 아이들이 모둠을 짜서 잘 진행할 수 있다.
2014년 <지양산 자연 탐사 활동>에서 아이들과 찾아본 식물은 냉이, 황새냉이, 꽃다지, 개불알풀, 남산제비꽃, 제비꽃 등 풀꽃과 이미 학습을 한 개나리, 벚꽃, 진달래, 개벚꽃, 개복숭아(복사꽃), 산수유 등 풀꽃과 꽃이 피어있는 나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 외에 지양산에 흔한 리기다소나무와 우리 소나무의 비교, 아카시나무의 관찰 등의 활동, 낙엽과 숲, 나무가 쓰러져서 죽고, 분해되는 과정을 살피는 활동도 하였다. 도우미로 엄마들도 세 분이 참여했지만 그 분들도 식물에 대하여 모르긴 마찬가지라서 이번 기회에 함께 학습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 6학년 <어깨짝반> 형들과 함께 만든 <진달래 화전>
4월 7일 따온 진달래 꽃잎과 개나리, 명자나무 꽃, 쑥잎 등을 이용하여 <화전 만들기>를 하였다. 화전을 만들 때 꽃의 재료는 독성만 없는 식물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따온 진달래 꽃잎, 제비꽃잎과 함께 그날 오후에 나가 명자나무 꽃과 개나리 꽃, 아침에는 쑥 잎을 캐와서 <화전 부치기>를 하였다. 미리 엄마들께 부탁을 드려 몇 분이 와서 도움을 주셨다. <어깨짝반>인 6학년 형들과 함께 하였다. 두 교실로 나누어 짝지하고 함께 모둠이 되어 <화전 부치기>를 한 것이다.
♧ <꽃지짐 만들기> 재료와 순서
<재료>
- 찹쌀 가루 1-2 봉지(먹을 사람 수에 의하여 조정) : 학교의 학습 준비물비로 구입
- 진달래 꽃잎, 쑥잎 등
- 끓은 물(익반죽을 한다)
- 식용유(트랜스지방이 안 들어 있는 올리브유, 포도씨 기름 등이 좋음)
- 설탕, 소금(취향에 따라서 안 넣고 할 수도 있음)
- 꿀(전을 부치고 나서 찍어 먹을 용도)
- 약간의 과일(곁들여 먹으면 아주 훌륭한 간식이 될 것임)
<준비물>
- 요리할 불(휴대용 가스레인지 등)
- 프라이팬
- 접시 2-3개
- 함지박
- 컵
- 나무젓가락(전 뒤집을 때 사용)
- 비닐장갑(필요에 따라, 환경적으로는 없이 하는 것도 좋음)
- 포크
- 물 등
<만드는 순서>
1. 진달래 꽃잎이 상하지 않도록 살짝 씻고 암술과 수술은 제거한다.
2. 끓은 물과 찹쌀가루를 1:5 정도 섞어서 반죽을 한다(질지 않고 되게 한다)
3. 지름 약 3cm 정도 크기의 경단을 만들고 납작하게 전모양을 만든다.(우리 반 아이들은 하트 모양을 만든 아이에서부터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든 아이들도 있었다.)
4. 전을 부칠 수 있게 만들어진 반죽을 끓는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고 바닥이 노릇노릇할 때까지 뒤집지 않고 지진다.
5. 바닥이 노릇노릇해지면 전을 뒤집고 그 위에 진달래 꽃잎과 쑥잎 등을 올려놓고 다 익을 때까지 뒤집지 말고 지진다.
6. 다 익은 후 접시에 내놓고 꿀을 찍어 먹는다.
※ <화전 만들기>를 하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우리 조상들이 화전을 만들어 먹었던 풍습에 대하여 미리 공부를 한 다음에 실습을 진행하다면 더 완벽한 프르젝트 학습이 될 것이다.
♧ 지양산에서 자연 탐사를 하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지은 시
지양산에서
- 1학년 <열매반>
지양산 가는 길 모퉁이에 피어
봄을 밝히고 있는 노란 꽃다지, 하얀 냉이
긴 다리 끝에 하얀 꽃 달고
환하게 웃고 있는 황새냉이처럼
우리들도 환하게 웃여며 올랐지
비탈길에선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찔레 가시, 잔솔가지, 밤송이도 모두 모두
주삿바늘처럼 무서웠다.
아카시 열매 집 속엔 두런두런 얘기 꽃 피어나는데
할머니가 따 먹었다던 진달래꽃 따 먹으니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불현듯 나타났다
보라색 고운 빛 제비꽃과 함께 따서
예쁜 꽃지지미 부치며 <어깨짝반> 형님과 소곤소곤
엄마, 아빠껜 자랑하고, 동생한텐 으스대지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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