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순, 비 오는 날 국립수목원에 갔다. 송골송골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꽃과 나무를 만났다.

걸어가는데 아주 향긋한 꽃냄새가 난다. 비가 오는데도 말이다. 길마가지나무 꽃이 한창이다. 길마가지나무의 우윳빛 흰 꽃은 3~4월에 잎이 나오면서 동시에 꽃이 핀다. 꽃은 햇가지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2개씩 밑을 향해 달린다. 5월이면 올괴불나무처럼 붉은 열매를 다는 부지런쟁이다. 국수나무, 올괴불나무, 병꽃나무처럼 키가 작아 길가를 예쁘게 장식해주는 나무다. 

5개의 노란 수술과 1개의 연둣빛 암술이 한층 멋을 내고 휘어진 꽃잎과 함께 청초하다.  달려있는 물방울은 투명한 수정 구슬 같다. 

길마가지나무는 이름이 어렵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뭔가 연관되는 것이 없다. 길마는 소나 말 등에 짐이 직접 닿지 않도록 안장처럼 얹는 기구를 말한다. 이 길마의 몸을 이루는 말굽 모양 구부러진 나뭇가지를 길맛가지라 한다. 혹시 꽃잎이 휘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어떤 이들을 향이 너무 좋아 가던 길을 막는 가지나무라고 길막가지나무라 이름 붙었고 이것이 길마가지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어떤 설명이든 길마가지나무 이름이 입에 착착 붙는다. 

그 흔한 개나리도 투명구슬을 달고 있으니 노랑이 더 돋보인다. 3~4월에 꽃이 피는 식물은 대부분 꽃이 먼저 피거나, 잎과 동시에 피거나 한다. 진달래, 개나리는 꽃이 먼저 피지만 진달래가 진 후 연달아 핀다고 이름 붙은 연달래인 철쭉은 잎과 꽃이 동시에 나온다. 지금 북한산 진달래 능선에 가면 연달래가 한창일 거다.

히어리 꽃이다. 히어리 꽃은 예전에 주주통신원 이호균 선생님이 써주신 글을 읽고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꽃이다. 한국에서만 자라는 히어리 꽃도 부지런쟁이라 잎이 나오기 전 3~4월에 꽃이 핀다. 사진처럼 꽃은 총상꽃차례로 꽃 8~12송이가 모여 마치 한 꽃처럼 보인다. 빗방울을 머금은 갈색 수술 5개와 2개 암술이 노랑 꽃잎과 함께 신라 왕비의 금귀걸이 모양 사르륵 차르륵 달랑거리고 있다. 

관련 기사 : 이름이 외래 식물 같은 우리나라 고유종 히어리
http://cms.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66

꽃망울을 달고 있는 요 녀석은 뭘까? 문배나무? 콩배나무? 돌배나무? 팥배나무? 문배나무와 콩배나무는 4월에 꽃이 피고 돌배나무와 팥배나무는 5월에 꽃이 피니 막 꽃을 피우려는 요 녀석은 문배나무 아니면 콩배나무겠지? 흠뻑 비를 맞고 약 2주 후에는 꽃망울을 열어 그 향기로 세상을 흠뻑 적셔줄 녀석이다. 그때도 보고 싶다.

무슨 나무일까? 잎이 비늘처럼 생겼으니 측백, 편백, 화백나무 중 하나일 거다. 아래 이호균 선생님이 블로그에 올리신 사진을 참고하면 화백나무 같다. 뒤를 봐야 세 나무를 구분하기 쉬운데.... 측백나무 잎은 앞면과 뒷면이 같지만, 편백나무 잎 뒷면은 하얀 Y자 무늬가 있고 화백나무 잎 뒷면은 X자 무늬가 있다. 편백과 화백나무는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이고 측백나무만 우리 고유 품종이다.

왼쪽이 편백나무 잎 뒷면 , 오른쪽이 화백나무 잎 뒷면(사진 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2763754)
왼쪽이 편백나무 잎 뒷면 , 오른쪽이 화백나무 잎 뒷면(사진 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2763754)

 

솔송나무라 한다. 솔송나무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나무인데 어찌 국립수목원까지 이사를 왔을꼬? 4∼5월에 자주색 꽃이 핀다는 솔송나무는 빗방울과 함께 꽃망울도 달았다. 

그밖에 이름 모를 새잎과 나뭇가지에 달린 빗방울이 하나하나 보석 같다. 
그밖에 이름 모를 새잎과 나뭇가지에 달린 빗방울이 하나하나 보석 같다.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가면 국립수목원이 나온다. 계절마다 한 번씩은 가곤 한다. 국립수목원은 예약제로 방문일 한 달 전부터 예약을 받는다. 주말은 미리미리 예약해야 한다

국립수목원 예약센터 :  https://kna.forest.go.kr/kfsweb/kfi/kfs/cms/cmsView.do?mn=UKNA_01_03_01&cmsId=FC_003168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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