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주는 지난 5월 28일부터 시민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코로나 백신을 1차 접종한 인구가 50%가 넘고, 코로나 환자수가 줄어들면서 엄격한 봉쇄정책을 과감하게 해제했다.

캐나다 신규 확진자(출처 : 구글 자료)
캐나다 신규 확진자(출처 : 구글 자료)
퀘벡 주 신규 확진자(출처 : 구글 자료)
퀘벡 주 신규 확진자(출처 : 구글 자료)

올해 1월부터 시작했던 밤 9시 30분 통금은 해제되었고,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는 규정도 새로 만들었다. 6월 7일부터는 헬스장도 문을 연다. 6월 11일에는 레스토랑 내에서 식사를 할 수 있고, 테라스가 있는 술집도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따듯한 여름이 시작되면서 드디어 시민들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자유가 선언된 5월 28일 오후 4시가 되자 모든 연구실은 텅텅 비었다. 보스 스테판도 이런 변화를 의식했는지 어리둥절해 하며 “다들 술 먹으러 갔나? 우리 실험실은 내가 있어서 집에 못가네?”라며 미안한 듯 웃었다. 나 또한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테라스가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우리는 자연스레 테라스로 안내 받았다. 테라스에서 저녁을 하기엔 조금 쌀쌀한 날씨였지만, 테라스는 만석이었다. 9개월 만에 접하는 이런 분위기에 뭉클뭉클한 심장으로 즐거워하는 사람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치 전쟁이 끝난듯 감격에 겨운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잘 알지 못하는 모두를 향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먹은 페스토 파스타(사진 출처 : 이탈리안 레스토랑)
내가 먹은 페스토 파스타(사진 출처 : 이탈리안 레스토랑)

나는 피스타치오 소스로 볶은 페스토 파스타와 이탈리안 칵테일을 주문했다. 파스타 위엔 파마잔 치즈가 수북이 덮여있었고, 파스타의 따듯한 열기에 파마잔 치즈가 사르르 녹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따듯한 파스타의 맛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부모님 오시면 모시고 가야할 곳 10위 안에 드는 맛난 식당이다. 파스타를 먹는 내내, 친구와 함께 너무 맛있다며 칭찬을 이어갔고, 대화는 기쁨과 알딸딸한 취기로 인해 생기가 돌았다. 오후 9시 반이 지나자 친구와 나는 더 이상 통금은 없다며 칵테일로 짠~~을 했다!

저녁을 먹고, 마당에서 작은 파티를 여는 친구 집으로 향했다. 우버를 타고 시내를 지나자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공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도시는 사람들 웃음소리, 대화소리로 인해 생기가 돌았다. 죽은 도시 같았던 몬트리올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곧 친구 집에 도착했고, 우리는 마당에 모여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1년 만에 보는 친구도 있었다. 어떻게 지냈냐며 소식을 듣기에 바빴다. 새벽 3시가 넘었음에도 친구들은 집에 갈 생각조차 안했다. 다들 마치 방금 하루를 시작한 냥 눈은 말똥말똥 했고, 대화는 웃음으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피곤이 훅 몰려왔다. 더 있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을 남겨두고 남들보다 먼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다음날, 숙취가 몸을 무겁게 했지만, 자유를 즐기기 위해 또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친구와 나는 Montreal 서동부에 위치한 Verdrun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레스토랑과 각종 마켓이 있는 Wellington street을 걸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사람들은 테라스에 앉아 와인과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잇었다. 이 거리도 부모님 오시면 모시고 가야할 곳 10위 안에 든다.

Bossa
Bossa

Verdun에 가면 꼭 가봐야 한다는 가게가 있다. 이탈리안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Bossa)다. 이탈리안 샌드위치, 수제 파스타 소스, 수제 이탈리안 면, 이탈리안 커피 및 디저트를 파는 가게였다. 나는 파스타소스,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를 사서, 강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공원으로 향했다.

내가 먹은 이탈리안 샌드위치
내가 먹은 이탈리안 샌드위치

날씨는 화창했고 공원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푸릇푸릇한 잔디에 털퍼덕 앉아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었다. 샌드위치는 겉은 딱딱하면서도 안은 보드라웠고, 마늘과 오일로 양념을 한 잘게 썬 양배추, 올리브 등과 함께 이탈리안 소시지가 매우 잘 어우러졌다. 몬트리올에서 먹어본 샌드위치 중 제일 맛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커피와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고 자전거를 대여해 강가를 따라 이어진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1시간정도 자전거를 탔다.

그 다음 도착한 공원은 ‘르네 레베크 공원(René Lévesque Park’)이다. 르네 레베크은 퀘벡 주의 총리(1976~85)였던 '르네 레베크' 이름을 딴 공원이다. 레베크는 퀘벡이 화폐단위는 캐나다 다른 州들과 연합하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으로는 영어권 州들과는 다른 독립된 연합으로 가자고 주장했다. 이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국민투표에 붙였다. 1980년 5월 20일, 퀘벡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는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59.6%의 반대로 거부되었다. 그래도 인기는 있었는지 다음 총리에 또 뽑혔다고 한다.  

르네 레베크 공원에는 다양한 문화권,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가족행사를 하고 있기도, 친구들과 모여 있기도 했다. 우리도 돗자리를 펴고 앉으니, 한쪽엔 인도사람들이 전통 옷을 아름답게 차려입고 춤을 추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엔 아프리카에서 온 듯한 가족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바비큐를 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은 중동, 백인 그리고 동양인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으로 이루어진 몬트리올은 어디를 가나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고, 그런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방인인 나도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해준다. 잠시 파란 하늘을 보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 다양한 언어로 대화하는 사람들 소리, 바비큐 냄새, 나무와 풀 냄새를 음미하며 오랜만에 평화와 여유를 만끽했다. 오랜만에 즐기는 자유... 정말 달콤했다.

르네 레베크 공원에서 나
르네 레베크 공원에서 나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 양성슥 편집위원

이지산 주주통신원  elmo_par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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