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기검사

炯아,

일요일이 저물어간다.

자동차 정기검사를 금요일에 받고 왔다. 검사장소는 어렵지 않게 찾아갔다. 음.. 그때까지는 수월했는데 예약제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일찍 간 탓인지 차들이 검사라인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햇볕은 '죽어볼래?' 하고 내려쬐고 결국 차만 세워두고 내려서 그늘을 찾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늙은 아내와 그녀를 부축하는 남편도, 보라색 썬글라스를 쓰고 차양 긴 모자를 쓴 중년의 여성도, 초등학생쯤인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도 나무 그늘 아래서 햇살을 피하고 있었다.

평화로움은 움트는 산나물처럼 곳곳에 감춰져 있다.(출처 : pixabay.com)
평화로움은 움트는 산나물처럼 곳곳에 감춰져 있다.(출처 : pixabay.com)

바람이 부드럽게 불었다. 검사소 너머로 보이는 도로의 차량들도 어쩐지 느긋해 보이는 금요일 오후, 나는 짜증을 잊고 편안하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바람은 차창을 다 내린 내 차를 통과해 흘렀고,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내 마음 속에도 복잡하게 달려 있던 생각들이 후두둑하며 떨어졌다.

이 잠시의 여유를 왜 자발적으로 가져보기 어려운 것인지, 네 지금의 삶에서 너는 편안하게 가끔씩 여유를 캐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炯아,
일요일이 저물어간다.
남은 몇 시간 동안에 몸과 마음을 씻어낼 여유로 지내다 잠자리에 들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다음 한 주, 행복해라.
필승!! ㅋㅋㅋ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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