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딩에 열중하는 네게

昊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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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오늘 과학 시간에 선생님이 말했어요
모든 것이 빛으로 존재한다고요
빛이 없으면 서로를 확인할 수 없다고요
빛이 있어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고요

그럼 엄마
내 앞에 있는 엄마는 엄마인가요 빛인가요
어느 날 엄마가 사라진다면 그건
빛이 사라진 거니까 엄마는
보이지 않을 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건가요

- 임경섭, '빛으로 오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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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다' 와 '사라지지 않는다'는 같은 의미가 아니지만, 빛이 있기에 이 다른 뜻의 단어가 같은 의미일 수 있지 않을까고 시인은 묻는다.

대개 시인의 직관은 이러하다. 익숙한 것들을 넘어 어쩌면 본인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꿰뚫는다. 네게서 가끔 그런 직관들이 발현됨을 보고서 나는 마음 속으로 신기해했었다.

과학은, 그리고 프로그래밍은 직관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것은 잘 짜여진 체계와 체계를 뒷받침하는 논리에 의존한다. 
 

 빛은 알갱이면서 흐름이다. 존재하는 그 모순을 우리는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출처 : pixabay.com)
 빛은 알갱이면서 흐름이다. 존재하는 그 모순을 우리는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출처 : pixabay.com)

빛이 있다고 전제하기에  보이지 않는 것과 사라지지 않는 것이 같아지는 것처럼,
과학도 프로그래밍도 몇 가지 법칙을 전제로 한다.
그 전제가 무너지면 차곡차곡 쌓아온 체계라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평소처럼 출근한 아침, 산등성이를 메운 아침 노을의 아름다움은 예쁘고 낯설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동안 해는 끊임없이 저 산을 물들일 것이고,
느낄 수 없는 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저 노을을 쌓아올린 태양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전제가 살아있는 한
나와 너는 그 굳건한 전제하에 하루를 채워나갈 것이다.

시작하는 한 주,  더욱 굳건하길,  그리고 날카로운 직관과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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