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첫아들 단율에게 아빠가 주는 글

지난해 12월 아들 단율이가 태어난 직후 찍은 첫 가족 사진이다. 왼쪽부터 엄마 고혜진, 단율, 아빠 오정현씨. 필자 제공
지난해 12월 아들 단율이가 태어난 직후 찍은 첫 가족 사진이다. 왼쪽부터 엄마 고혜진, 단율, 아빠 오정현씨. 필자 제공

2020년 12월.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던 단율이, 네가 태어났다. ‘어쩌면 곧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 기다림이었다. 너와 만나기까지 모든 과정이, 아빠는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기만 했다. 기쁜 마음도, 이런저런 걱정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다. 더구나 네가 엄마 뱃속에서 한창 자라고 있던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온 세상이 혼란스러웠거든. 그렇게 조심을 했어도 아빠는 단율이가 태어난 다음 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단다.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하느라 생이별을 해야 했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너를 따라 엄마와 아빠의 마음도 성장하고 있어. 부모가 된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진 않았지. 아빠는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자신했어. 하지만 산후조리원에서 널 안고 나온 그 순간부터 계획은 무너졌고, ‘실전’ 육아는 책이나 유튜브로 배운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육아 술래잡기를 하고 있어. 엄마, 아빠가 익숙해지는 것만큼 너도 자라서 요구는 더 세밀해지고, 좋고 싫은 것들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거든. 그 과정이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네가 주는 행복이 더 크단다. 힘들었던 하루 피로도 밝은 너의 미소에 순식간에 사라진단다. 떼쓰고 보채는 너를 보면서도 ‘저리 쑥쑥 크느라 얼마나 힘들까’, ‘사고의 세계가 저렇게 빨리 확장되면 얼마나 무서울까’ 등등 생각도 한단다.

아들 오단율 아기의 백일 기념 사진. 오정현씨 제공
아들 오단율 아기의 백일 기념 사진. 오정현씨 제공

‘밝을 단’과 ‘빛날 율’. 아빠는 네가 자기 자리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다른 사람과 비교가 아니라 스스로 힘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어느덧 탈 없이 건강하게 5개월째를 맞은 우리 아들에게 세 가지 약속을 하고, 부탁도 두 가지 하려고 한다.

먼저, 엄마와 아빠부터 단율이를 온전한 한 사람의 인격체로, 또 너만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존중할 거야.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널 비교하는 건 당연히 피해야 할 것이고,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야. 부모로서 아이를 지도한다는 마음보다는 친구나 직장 동료, 주변 사람들과 대화한다는 마음으로, 말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도록 할게.

둘째, 네가 존경할 수 있는 삶을 사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할게. 보통 사람인 엄마와 아빠가 너에게 거창한 사상이나 거룩한 행동이나 인격을 보여줄 순 없겠지만 소소한 부분에서나마 너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삶을 살 거야.

마지막으로 단율이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주변부터 끊임없이 바꿔나갈 거야. 물론 시행착오도 많겠지. 하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하다 보면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믿어.

생후 130일된 오단율 아기. 오정현씨 제공
생후 130일된 오단율 아기. 오정현씨 제공

대신 단율이에게도 두 가지 부탁이 있단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란다. 네가 이름처럼 ‘밝게 빛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하거든.

마지막으로 네가 이 글을 읽는 ‘순간’이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바로 지금이 엄마와 아빠가 너를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부모가 되면 그 순간 ‘뿅’하고 사랑이 뿜어져 나올 줄 알았는데,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함께한 날이 많아지고, 추억이 쌓일수록 더 깊고 단단해지는 것 같아. 때론 엄마, 아빠가 원망스럽고 널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이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 다시 한 번 단율이와 엄마, 아빠의 만남을 축하한다. 사랑한다. 

세종/아빠 오정현, 엄마 고혜진

 

■ 원고를 기다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 이글은 2021년 6월 11일 한겨레신문 20면에도 게재된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998918.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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