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전생유희

이제 추적자의 임무는 끝났다. 추적의 의미를 알았으니 더 이상 여한은 없다. 인생은 어떤 여인이 자신에게 보낸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함으로 인해 이렇게 예상치 못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윤영란 위원도 나에게 실토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한 듯 보인다. 후련하기로 하면야 추적자만큼이나 후련하겠는가? 새털처럼 가뿐하다는 말이 지금의 내 마음을 두고 한 말인 듯싶다. 윤영란 위원도 나도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음식점으로 옮겨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한다. 회포도 풀 겸 반주삼아 소주를 한 잔씩 하며 대화를 나누는데, 소주잔을 비우던 윤영란 위원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내 연재물에 대해 묻는다.

"프로그램이 복구되어 그동안 지워졌던 강박사님 글이 다시 올라오는데, 이제 연재를 다시 시작하셔야죠? 그 다음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요!"

그동안 추적하느라 에너지가 소비되어 연재 글을 쓸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

"글쎄요. 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연재에 대한 스토리 감각이 떨어져 있어서요."

내가 연재하던 글은 <전생유희>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전생의 인연을 찾게 된 여인의 이야기다. 윤영란 위원이 기억을 더듬으며 나의 연재 글에 대해 묻는다.

"<전생유희>에서 여주인공이 전생의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에게 복수를 할까요?"

<전생유희>에서 여주인공은 전생의 부모를 만나기도 하고, 전생의 배우자도 만난다. 그 과정에서 전생의 남편을 음모로 죽게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거기까지가 카페에 연재되었던 스토리였다. 나는 무슨 새삼스런 관심표명이냐는 듯 무심하게 답변한다.

"글쎄요. 그거야 그 여인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시큰둥한 답변을 들은 윤위원이 눈을 반짝거리며,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혹시 그 여인이 저를 소재로 한 건 아니겠죠? 캐릭터가 약간 비슷한 데가 있던데."

지난번 <9편>글에서 어떤 회원을 소재로 올린 것이 화근이 되어 글 삭제 해프닝이 벌어진 것을 두고, 은근히 나를 약 올리는 말이다.

"에끼 여보쇼! 다시는 그런 얘기 꺼내지도 마시게."

윤 위원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깔깔거리고 웃는다. 이제는 윤 위원과 내가 글 삭제 해프닝을 떠올리며 농담을 주고받기까지 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날이 저물어 어두컴컴해졌다.

윤영란 위원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발걸음이 그지없이 가볍다. 달빛을 따라 어스름한 밤길을 걸으며, 추적자는 기나긴 회상에 잠긴다.

<계속>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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