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회상

추적의 결과와 의미를 차분히 되새겨본다. 배신자는 모두 나와 잘 알고 지내면서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었다. 배신자중 두 명은 정신이 없어 실수를 했고, 한 명은 실수로 잘못 눌렀으며, 또 다른 한명은 눈빛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함으로 인한 것이었다.

또한 나를 배신하기는커녕 잘 알지도 못하는 나를 위해, 나의 글을 순수하게 옹호해준 그룹이 있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런 사람들을 오해한 내가 있었다. 나와 가깝지 않다는 이유로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좋지 않게 보니 나도 덩달아 좋지 않게 본 편견이 있었다.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 말이다.

추적은 이렇게 끝이 났다. 과연 나는 왜 추적을 했던 것일까? 돌이켜보면 내가 소심한 복수를 하려고 그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가며 추적한 건 아니었다. 다만 인간사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궁금했던 것이며, 그 이면에는 나를 추적으로 이끈 여인의 눈빛이 있었다. 나는 그 의미를 알고 깨닫기 위해 추적을 한 것이다.

추적의 이유는 단 하나, 그것뿐이었다. 사건의 발단과 과정, 그리고 결과 속에는 여인의 눈빛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삶이란 이렇게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사람들은 매순간 흥분하고 노여워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그 사건이 있은 지도 3년이 지났다. 그 이후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아카데미 독서 토론회도 꾸준히 참가하고 발표도 했으며, 인터넷 카페에도 계속 글을 올렸다. 그 때의 글 삭제 사건 이후 나의 글은 좀 더 여유가 있고, 구성에서도 짜임새 있는 글을 쓰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그 사건은 나에게 고마운 일이다.

작년에는 공동으로 책도 한권 출간했다. 그동안 카페에 올린 글들을 엄선하여 책을 출간했는데 베스트셀러까지는 아니어도 그런대로 서점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정일섭 평론가와 한재숙 교수의 글이 주축이었는데, 나의 글과 윤영란 위원의 글도 몇 편씩 실리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간사로 있는 대학 후배는 카페에서 사귀던 여성과 결혼하여 늦둥이를 보았고, 시나리오 대작을 꿈꾸던 배철성 작가는 그가 쓴 시나리오가 TV 드라마에서 대박을 쳐서 일약 인기 작가가 되었다.

아픈 경험이든 즐거운 경험이든, 그 어떤 경험도 자신의 삶에 잘만 활용하면 유익한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시적인 갈등으로 인한 사사로운 감정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 재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생이란, 스스로 행복할 줄 알아야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느 시인의 말처럼,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고,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인 것이다.

이제 누구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았던 시인의 시로 추적자의 감회를 마치고자 한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박노해의 시, ‘다시’에서 -

 

<끝>

병신년 새해에는 한겨레온과 한주회가 더욱 번창하고, 한주회원 여러분들이 마음먹은 대로 무슨 일이든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종로 시대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