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비밀의 숲

곰배령에 들어가기 전 나무가 빽빽한 숲을 지나야 한다. 그 숲을 빙그르르 돌아야 곰배령이 나온다. 숲이 숨겨놓고 허락한 자에게만 열어주는 비밀의 화원 같은 곰배령이다.

곰배령 화원
곰배령 화원

붓꽃, 범꼬리, 미나리아재비, 쥐오줌풀이 수를 놓았던 5월의 곰배령도 아름다웠지만... 둥근이질풀, 까실쑥부쟁이, 마타리, 고려엉겅퀴, 꿩의비름이 서로 어울려 너른 언덕을 수놓은 9월의 곰배령 역시 아름다웠다. 날씨까지 부조를 해주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야생화가 참 시원하고 평화롭다. 천상의 화원이란 말이 무색치 않다. 

둥근이질풀과 마타리가 어우러진 곰배령 화원
둥근이질풀과 마타리가 어우러진 곰배령 화원

함께한 대만에서 온 김동호 주주통신원이 일본 천상화원이라 부르는 쯔가이케, 카미코지보다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감탄을 한다. 김 통신원이 보내준 일본의 두 천상 화원을 잠깐 소개해본다. 

일본에서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는 쯔가이케
일본에서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는 쯔가이케
일본에서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는 쯔가이케
일본에서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는 쯔가이케

사진으로 보니 일본 천상 화원도 나름 평화롭고 멋지다. 코로나 지나 여행 풀리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해발 1164m의 곰배령 
해발 1164m의 곰배령 

김 통신원이 곰배령을 뒤로 하고 포즈를 잡았다. 이렇게 잘 나오기 쉽지 않은데 모델이 멋진가 보다. 이 순간을 행복하게 간직했으면.... 그 행복을 즐겁게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고려엉겅퀴
고려엉겅퀴

'고려엉겅퀴'가 맑은 햇살을 받아 건강하고 씩씩하게 피었다. 진한 자줏빛 머리모양꽃차례가 줄기와 가지 끝에서 위를 향해 꼿꼿이 서 있다. 피를 멈추고 엉기게 하는 풀이라서 '엉겅퀴'란 이름이 붙었다. 고려엉겅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난다. 하여 '고려'란 말이 붙었다.

고려엉겅퀴
고려엉겅퀴

꽃잎은 없고 암술과 수술로만 이루어진 고려엉겅퀴는 까칠한 가시 같은 '술'을 방패삼아 곰배령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다. 어린순은 봄에서 여름까지 먹을 수 있는데 강원도 정선의 유명한 '곤드레나물'이 바로 이 고려엉겅퀴의 어린순이다.

꿩의비름
꿩의비름

곧바로 선 줄기 끝에  꽃이 산방꽃차례로 달렸다. '꿩의비름'이다. 전국 각 산지에서 자라는 돌나물과 꿩의비름속 여러해살이풀이다. 햇볕 쨍쨍한 곳에서 자란다. 키는 30~90㎝이다. 무거운 꽃차례를 감당하려면 줄기가 튼실해야하니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랄 수밖에 없겠다.  

꿩의비름
꿩의비름

그동안 만개한 꿩의비름을 보지 못했다. 수년간 기디림 끝에 이제야 만났다. 꽃은 피침형 꽃잎이 5장, 수술도 5개로 꽃잎과 길이가 같다. 수술대는 꽃잎 색과 같고 꽃밥은 연한 자줏빛이다. 가운데 모여있는 5개의 암술도 연한 자줏빛이다. 꽃잎과 수술ㆍ암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렇게 보석 같은 꽃을 만들었다. 

둥근이질풀
둥근이질풀

'둥근이질풀'이 꿩의비름에, 고려엉겅퀴에 질세라... 여기저기 원 없이 피었다. 둥근이질풀은 잎이 둥글고 이질풀보다 꽃이 2배 정도 크다. 이질풀은 달여 먹으면 이질이 낫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고산지대 산과 들 여기저기서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둥근이질풀
둥근이질풀

어떤 색으로도 흉내낼  수 없는 이질풀의 고운 자태가 아찔할 정도다. 선명한 꽃잎 무늬를 따라 안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이 미지의 세계에 풍덩 미끄러져 들어가듯 신비하고 강렬하다. 곰배령의 기운이 청정하긴 한가보다. 꽃이 이렇게 싱싱하게 뽐내듯 자란 걸 보면...    

까실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요즘은 어딜가나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과 꽃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쑥부쟁이'도 국화과 꽃이다. 쑥부쟁이 중 잎 표면이 까칠까칠한 것을 '까실쑥부쟁이'라 부른다.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1m 내외이며 땅속에 줄기를 뻗으면서 번식한다. 쑥부쟁이는 키가 30~100㎝로 좀 작다. 쑥부쟁이는 자주색, 까실쑥부쟁이는 희거나 연한 자주색이다. 

왼쪽 까실쑥부쟁이 잎과 오른쪽 구절초 잎(사진 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2764289)
왼쪽 까실쑥부쟁이 잎과 오른쪽 구절초 잎(사진 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2764289)

구절초와 혼동을 하기도 하는데 구절초는 꽃이 까실쑥부쟁이에 비해 2배 정도 크고 잎이 국화잎을 닮았다. 

까실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가지 끝에서 자줏빛 설상화(꽃잎이 혀처럼 가늘고 길어서 舌狀花또는 혀꽃이라 한다)가 돌려 피고, 한가운데는 노랑 대롱꽃(꽃잎이 서로 달라붙어 대롱 모양으로 생기고 끝만 조금 갈라진 작은 꽃)이 뭉쳐서 핀다. 요 대롱꽃 꿀을 벌이 열심히 빨고 있다.  

마타리 
마타리 

'마타리'는 산에서 흔히 보는 여러해살이풀이다키는 60~150로 야생화 중 큰 편이고 줄기도 단단해서 고려엉겅퀴와 더불어 곰배령을 지키고 있는 수호식물로 보인다햇볕이 잘 드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잘 자란다. 더위에도 잘 견디고 추위에도 잘 견뎌서 정원에도 많이 심는다.

마타리
마타리

화려하고 풍성한 노란 꽃을 줄기나 가지 끝에 살포시 있다. 마타리 어린순은 먹는다. 뿌리는 진정과 항균작용이 있다 한다. 마타리과 마타리속에 속하는 대표식물은 마타리, 금마타리, 돌마타리, 뚝갈 등이다. 허리와 목을 빳빳히 세우고 하늘을 향해 핀 마타리... 꽃말이 '무한한 사랑'이란다.  

곰배령 전경
곰배령 전경

2시가 되었다. 자연이 저들만의 시간을 가질 때다아쉬움이 남은 탐방객들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댄다. 재잘재잘 깔깔거리는 시끄러운 인간들은 모두 집에 보내고...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오후를 보내고 밤을 지새울까?

진범
진범

곰배령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에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진범'을 만났다. 마치 "나도 보고 가요"하는 것처럼 짠~~하고 등장했다. 내가 본 '진범' 중 가장 깨끗하고 예쁜 '진범'이다아쉬운 발걸음을 아는 듯... 우릴 조금이라도 잡아두려 살짝궁 숨어있었나 보다.

참고 사이트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2764628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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