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옥매, 돌단풍, 매화헐떡이풀, 조팝나무, 이스라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는 '물맑음수목원'이 있다. 아직 다 완공되지 않았지만,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고, 다리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운 산책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나 체험 공간이 많아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나고 신선한 활력이 느껴져서 기분이 상큼해진다. 

이미지 출처 : 물맑음수목원 홈페이지(https://www.nyj.go.kr/forest/4600)
이미지 출처 : 물맑음수목원 홈페이지(https://www.nyj.go.kr/forest/4600)

슬슬 걸어 다니면서 만난 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산옥매

먼저 그 고운 빛깔에 정신이 아뜩해지는 '산옥매(山玉梅)'다. 산옥매는 키가 1. 5m 되면서 봄에는 예쁜 꽃을 피워 주고 여름에는 귀여운 빨간 열매를 맺어 주어 정원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장미과 벚나무속 식물이다.

산옥매 꽃봉오리 속에 잠자는 아기새가 들어 있다.
산옥매 꽃봉오리 속에 잠자는 아기새가 들어 있다.

꽃은 4~5월에 잎과 같이 피거나 잎보다 먼저 핀다. 분홍색으로도 피고 흰색으로도  핀다. 꽃잎은 타원형이며 홑꽃이다. 줄기에서 나온 1cm가량의 꽃자루에 달려 옹기종기 핀다. 꽃받침은 긴 타원형이고 잔톱니가 있으며 꽃이 피면 뒤로 젖혀진다. 노란 꽃밥을 가진 여러 개의 수술 속에 암술대 하나가 고고히 머리를 치켜들고 있다. 술이 없다면 꽃이 얼마나 심심했을꼬... 6~8월에 동그란 붉은 열매가 달린다. 지름이 1cm 정도로 익으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산옥매
산옥매

산옥매(山玉梅)란 이름은 山에 있는 玉梅란 뜻이다. 玉梅란 玉(보석)같은 매화란 말이다. 산옥매는 중국이 원산지인데 중국에서는 玉이 가장 아름다운 것의 대명사이니 중국 매화 중 가장 아름다운 매화란 뜻에서 이름 붙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산옥매
산옥매

옥매와 홍매도 비슷한 종류인데 옥매는 백색 겹꽃이고 홍매는 분홍색 겹꽃이라 꽃 모양에서 금방 구별할 수 있다.

옥매(사진 출처 :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 http://ihogyun.tistory.com/2773118)
옥매(사진 출처 :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 http://ihogyun.tistory.com/2773118)

돌단풍

돌단풍은 범의귀과 돌단풍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4~5월에 꽃이 피는 돌단풍은 이름 그대로 돌에 붙어산다. 주로 계곡가의 습한 암벽을 좋아한다. 질긴 생명력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잎이 꼭 단풍나무 잎과 비슷하게 5~7갈래로 갈라져서 '돌단풍'이라 이름 붙었다. 

단풍잎을 닮은 잎을 가진 돌단풍
단풍잎을 닮은 잎을 가진 돌단풍

꽃은 희거나 연분홍색이다. 꽃자루에 원뿔 모양 취산꽃차례가 달린다. 5~6개의 하얀 꽃받침속에 있는 5~6개의 작은 꽃잎도 하얀색이어서 마치 겹꽃처럼 보이지만 홑꽃이다. 꽃받침과 꽃잎은 모두 바소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만난 돌단풍은 꽃잎과 꽃받침 2~3개 정도는 더 갖고 있었다. 개량종인가? 돌단풍은 보통 5~6개의 수술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만난 돌단풍은 적어도 7~8개의 수술을 갖고 있었다. 짧은 수술 가운데 자리한 노란 머리를 가진 암술은 하나인데 끝이 두 개로 갈라져 사이좋게 마주 보고 있다 마치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

돌단풍
돌단풍

야생화 전문가이신 <한겨레:온> 이호균 필진 티스토리에 가서 바위에 붙어사는 돌단풍 사진을 가져왔다. 

바위에 붙어사는 돌단풍(사진 출처 :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 http://ihogyun.tistory.com/2769563)
바위에 붙어사는 돌단풍(사진 출처 :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 http://ihogyun.tistory.com/2769563)

매화헐떡이풀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헐떡이풀'이라고 있다. 범의귀과 헐떡이풀속에 속한다. '헐떡이'란 말은 숨을 헐떡거리는 데서 붙은 우리말로 기침, 해소,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말한다. 헐떡이풀은 북한에서는 천식약초라고 부를 정도로 호흡기질환에 약효가 있는 풀이다.

헐떡이풀(사진 출처 :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 http://ihogyun.tistory.com/2763163)
헐떡이풀(사진 출처 :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 http://ihogyun.tistory.com/2763163)

처음에 화분에 꽂혀 있는 '매화헐떡이풀'이란 이름을 보고 풋~~하고 웃었다. '매화'와 '헐떡이'의  조합에서 인지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매화헐떡이풀은 헐떡이풀의 개량종이다. 꽃은 매화를 닮아서 헐떡이 앞에 매화가 붙었다. 물맑음수목원의 '증식 온실'에서 만났는데... 보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래로부터 올라가면서 층층이 탁탁 터지는 작은 꽃이 어쩜 그리 예쁜지....

매화헐떡이풀
매화헐떡이풀

매화헐떡이풀은 4~6월에 뿌리에서 나온 긴 꽃대 위에 흰색과 연분홍색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잎은 헐떡이풀 같이 바닥에 깔리는데 단풍나무 잎을 닮아 '단풍나무풀'이라고도 한다.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키운다. 매화헐떡이풀도 헐떡이풀과 같이 호흡기질환에 효과가 있는 걸까? 궁금하다. 

매화헐떡이풀
매화헐떡이풀

조팝나무

세상에나... 마치 한번 피고 세상을 뜰 것처럼... 조팝나무꽃이 원 없이 달렸다. 마치 때늦은 눈이 온 것만 같다. 동네 길가에서도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잘 들여다보지 않는 꽃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팝나무꽃도 귀엽고 앙증맞다.

조팝나무
조팝나무

조팝나무는 좁쌀로 지은 조밥에서 유래되었다. 꽃이 작아 좁쌀 밥알로 비유되면서 이름 붙었다. 예전에 조팝나무는 관상용이라기보다는 해열과 진통 효과가 있어 약용식물로 더 많이 재배했다고 한다. 

조팝나무
조팝나무

장미과에 속하는 조팝나무는 3~4월에 꽃이 핀다. 가지 윗부분에 다닥다닥 하얀 꽃이 4~6개씩 산형 꽃차례로 달린다. 5개의 동그란 꽃잎 속에 노란 수술은 약 20개가 있고 암술은 4~5개로 수술보다 짧아 잘 보이지 않는다. 작지만 벌레가 그 술 속으로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 것만 같다. 노란 달걀처럼 맛나고 영양분 많은 뭔가에 훅 빠질 듯...

조팝나무
조팝나무

이스라지(산앵두)

마지막으로 산옥매같이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꽃이 또 있다. '산앵두'라고도 부르는 '이스라지'다. 산옥매와 마찬가지로 장미과 벚나무속 식물이다. 이스라지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외래어인 줄 알았는데 완전 순 우리말이다. 이스라지는 '묏이사랏(랒)'에서 변화된 이름으로, '묏이사랏'은 뫼(산)에서 자라는 야생 앵두나무라는 뜻이다. 묏이 탈락하고 이사랏은 이스랏이 되었다가 이스라지로 변화한 것이라고 한다.

이스라지
이스라지

이스라지는 산옥매와 여러 가지로 닮았다. 산옥매처럼 이스라지도 키가 1. 5m이면서, 4~5월에 예쁜 꽃을 피운다. 7~8월에는 빨간 열매도 맺는다. 산옥매처럼 꽃이 먼저 피거나 잎과 함께 피고, 꽃이 활짝 피면 꽃받침은 뒤로 젖혀진다. 분홍색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1~4개씩 나와 달리는데 꽃받침이 산옥매보다 둥근형이다.  

이스라지
이스라지

산옥매는 중국이 원산지인 재배종이고, 이스라지는 토종 야생종이다. 산옥매꽃이 화려한 분홍색이면서 줄기가 안 보일 정도로 꽃들이 화들짝 피어 관상용 꽃 같다면, 이스라지꽃은 좀 은은한 분홍빛을 띠고 있고 꽃 사이에 여유 공간이 있어서 자연스러운 야생화 느낌이 더 난다.  

'산이스라지'도 있다. 역시 우리 고유의 야생종이다. 이스라지와 거의 비슷하나 키가 1m로 이스라지보다 작다. 이스라지꽃은 흰색 빛깔을 띤 연한 분홍색이라면 산이스라지는 색이 더 진하다고 한다. 

이스라지
이스라지

물맑음수목원(031-590-4075)은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지둔로307번길 47-4에 있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다만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그다음 날 쉰다. 원래 입장료와 주차료를 책정했지만 다 완공되지 않은 상태로 개방해서 그런지 현재는 입장료와 주차료가 무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산비탈에 지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코스가 많아 유모차나 휠체어, 실버카는 끌고 다니기 어렵다. 국립광릉수목원처럼 무장애 길이 있으면 더 좋을 텐데.... 

* 언제나 아낌없이 자료 사용을 허락해 주시는 이호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참고 사이트 1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참고 사이트 2 모야모
참고사이트 3 물맑음수목원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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