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방풀, 눈빛승마, 고마리, 병조희풀,
물봉선, 참배암차즈기, 금강초롱

2019년 6월 처음 곰배령을 만난 후 곰배령에 홀딱 반했다. ‘매년 계절마다 다녀와야지’ 마음먹었는데 거리가 있어서 그리 하지 못했다. 지난 9월 4일, 2년 3개월 만에 다시 곰배령을 찾았다. 곰배령은 가을 분위기로 흠뻑 물들어 가고 있었다.

아침 7시 30분에 출발했는데도 추석 전 성묘 차량 때문인지 많이 막혀 11시 넘어 도착했다. 직원이 “10분만 더 늦었으면 돌려보내려 했어요” 한다. 깜짝 놀랐다. 곰배령 정상에서 2시에는 다 하산해야하는 건 알았는데 11시까지 입장해야하는 건 몰랐다. 기억해두어야겠다.

오리방풀
오리방풀

곰배령 올라가는 길에는 ‘오리방풀’이 제철이다. 곰배령 정상 900m 전까지 여기도 오리방풀, 저기도 오리방풀이다. 잎이 오리 궁둥이 같아 이름 붙었다. 잎은 오리 궁둥이 같아도 꽃은 예쁜 새 같다.

오리방풀
오리방풀

오리방풀에는 늘 벌들이 윙윙 거린다. 꽃이 많이 달려 밀원식물이다. 어린순을 먹기도 하고 약으로도 쓴다.

오라방풀과 산박하 (산박하 사진 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2764264)
오라방풀과 산박하 (산박하 사진 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2764264)

오리방풀은 산박하과다. 그래서 '산박하'와 꽃이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오리방풀은 암술과 수술이 밖으로 나와 있지만 산박하는 꽃술이 안쪽으로 숨어 잘 보이지 않는다.

오리방풀과 산박하의 잎(사진 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search/%EC%98%A4%EB%A6%AC%EB%B0%A9%ED%92%80?page=1)
오리방풀과 산박하의 잎(사진 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search/%EC%98%A4%EB%A6%AC%EB%B0%A9%ED%92%80?page=1)

잎도 완전히 다르다. 오리방풀을 오리 엉덩이에 거북꼬리가 톡 튀어나와 달려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눈빛승마
눈빛승마

등산로에서 '노루오줌' 같이 고개 숙여 인사 하는 '눈빛승마'도 만났다. 승마(升麻)는 잎이 마(麻)잎과 비슷하고, 성질이 위로 올라가는(升) 작용 때문에 '승마'라 이름 붙었다. 눈빛승마는 눈이 소복이 쌓인 꽃을 가진 승마라 '눈빛'이란 말이 얹었다.

눈빛승마
눈빛승마

제주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한다. 키가 150-250cm까지 자라 위에서 우릴 내려다보며 어서 오라고 환영해주는 꽃이다. 꽃잎은 2~3장이고 수술은 30~40개, 암술은 3~7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수술이다. 이렇게 '술'로 이루어진 꽃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청초하다.

고마리
고마리

'마디풀'은 줄기가 마디마디로 나누어지고, 그 마디마다 꽃이 피어 이름 붙었다. '여뀌', '범꼬리', '고마리' 등이 마디풀과에 속한다. 고마리는 일년생풀로 키는 1m이다. 꽃이 참 앙증맞다. 꽃 크기가 고만고만하다해서 ‘고만이’가 고마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꽃은 분홍, 하얀색이다. 가지 끝에 달리는 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병조희풀
병조희풀

호리병 모양의 꽃이라 '병'자가 붙었다. '조희'는 아직도 어디서 유래한지 확실치 않다. 충청도 방언에서 종이를 조희라 한단다. 줄기 겨드랑이에 꽃이 오밀조밀 달려있는 병조희풀은 풀이 아니고 나무다. 왜 '병조희나무'라고 하지 않고 '병조희풀'이라고 했을까? 병조희풀은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이다. 미나리아재비과 식물 대부분은 여러해살이풀이 디. 나무와 풀은 뿌리, 줄기, 잎, 꽃과 열매로 이루어졌다. 나무는 모두 여러해살이지만 풀은 한두해살이가 많다. 나무의 줄기는 굵지만 풀의 줄기는 가늘다. 병조희풀도 나무에 속하긴 하지만... 줄기가 좀 가늘어서 풀이란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봉선, 흰물봉선, 노랑물봉선
물봉선, 흰물봉선, 노랑물봉선

운 좋게도 세 종류의 물봉선을 모두 만났다. 자줏빛 입술 같은 물봉선, 자주 점을 갖고 있는 청초한 흰 물봉선, 연한 노랑 잎이 하늘거리는 노랑물봉선까지. 세 꽃은 모두 봉선화과에 속한다. 손톱에 물들이는 봉선화는 외래식물이지만 물봉선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이다. 물가를 좋아해서 '물'자가 붙었다. 물들이는 성질은 봉선화와 같아, 물봉선과 노랑물봉선은 염료로도 쓰인다.

참배암차즈기
참배암차즈기

'참배암차즈기'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배암(뱀)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그런지 이름이 뭔가 특이하다. '배암차즈기'는 뱀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배암차즈기꽃은 연한 보라색이고 참배암차즈기꽃은 노란색이다. '참'이 붙었으니 뱀이 제대로 입을 벌린 모습을 갖고 있는 꽃인가 보다. 이름에 배암이 붙었어도 어린 순은 데쳐 나물로 먹는다. 꿀풀과 꽃이라 꿀이 많아 밀원용으로도 이용한다. 한국 특산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점봉산, 설악산, 태백산, 가야산, 지리산 일대에서 자라는 풀이라고 하니 우리가 아주 귀한 풀을 만난 거다.

금강초롱
금강초롱

'금강초롱'은 올라가는 내내 뜨문뜨문 만났다. 그러다 곰배령 약 400m 전에서 금강초롱 군락지를 만났다. 멀리서 온 우리를 위해서 초롱 잔치를 벌여주는 것 같았다. 두 손이 절로 모아졌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금강초롱 군락지 
금강초롱 군락지 

보랏빛 초롱을 들고 있는 금강초롱은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금강초롱이라 이름 붙었다. 깊은 산속에서만 자라는 금강초롱은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는데... 우리는 그날 원 없이 금강초롱을 보았다. 금강초롱은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보호받는 식물이라 재배나 판매도 금지한다.

유난히 색이 진한 금강초롱
유난히 색이 진한 금강초롱

금강초롱에는 슬픈 전설이 하나 있다.

강원도 시골에 오누이가 살았다. 누나는 아팠다. 동생은 누나를 위해 약초를 캐러 다녔다. 어떤 노인이 달나라 계수나무 열매를 먹으면 누나 병이 낫는다고 알려주었다. 동생은 금강산 비로봉에서 선녀가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동생도 달나라로 가기 위해 선녀를 따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가 그만 떨어져 죽고 말았다. 누나는 동생이 돌아오지 않자 금강산 비로봉에 올랐다가 떨어져 죽은 동생을 발견했다. 누나는 슬퍼하다 죽고 말았는데 죽은 자리에서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 꽃을 금강초롱이라 불렀다.

금강초롱
금강초롱

이렇게 슬픈 전설을 갖고 있는 꽃이지만... 나에게는 희망을... 사랑을... 배려를... 행복을 .. 알려주는 꽃 같다. 이제 조그만 올라가면 곰배령이다. 곰배령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혼을 쏙 빼놓을까?

참고사이트 ; 이호균 주주통신원의 풀꽃나무광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
참고사이트 : 야생화 백과사전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75XX5920003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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