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친구 오디오북 2

어려서 부모님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의지가지없이 자란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이  있다. 지난 8월에 소개한 '윌라 캐더'의 <폴 이야기>‘에서 '폴'이 그렇다. 폴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도 그렇다. 한스는 삶의 무거운 수레바퀴에 깔려 살아남지 못하고 죽는다.

부모님 사랑은커녕 구박만 받고 자랐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주인공도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부르는 ‘나쓰메 소세끼'가 쓴 <도련님> 속 도련님이다. 물론 부모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랐기에 권위적인 세상에 냉소적인 것만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는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지조 있게 살아간다. 왜 그럴까?

먼저 귀에 착착 감기는 목소리로 낭독해주는 '소설들려주는여자'의 오디오북 <도련님>을 소개한다.

<도련님> 1 : https://www.youtube.com/watch?v=BIWELARil9k&t=199s
<도련님> 2 : https://www.youtube.com/watch?v=AOtzAdwcbEs
<도련님> 3 : https://www.youtube.com/watch?v=Kq6oayTlMmA
<도련님> 4 : https://www.youtube.com/watch?v=I2GNMznO3Yg

도련님에게는 ‘기요’가 있다. 집안일을 하는 하인이지만 그를 안타깝게 여겨 애지중지 보살펴주는 기요를 그는 이렇게 말한다

"기요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칭찬해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5~6년 동안 이렇게 살았다. 아버지에게는 혼나고 형과는 싸움을 했다. 기요가 사주는 과자를 먹고 때때로 칭찬도 받았다.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었다. 이것으로 충분했다" 

“기요에게 3엔을 빌렸다. 그 돈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갚지 못했다. 못 갚는 것이 아니라 안 갚는 것이다. 기요도 내 주머니 사정이나 살피면서 ‘언제 갚겠지~’ 하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남남처럼 꼭 갚고말고 따지지 않을 작정이다. 돈을 갚지 않는다는 것은 기요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요’는 소설 중간 중간에도 짧지만 계속해서 나온다. 위의 독백과 같이 그는 '기요'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늘 기요와 함께 살 궁리를 하다가 결국 기요가 죽을 때까지 같이 산다.  기요의 사랑이 그의 삶을 지탱하는 한 기둥인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출처 : 위키백과)
나쓰메 소세키(출처 : 위키백과)

‘‘나쓰메 소세끼’는 일본 근대문학의 개척자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약 20년 동안 천엔 지폐에 그의 사진이 인쇄되었을 정도로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인정받는다. 1905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연재하면서 문단에 등단했고 1년 후 1906년 <도련님>을 출간했다.

<도련님>은 우선 재미있다. 100년 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문체가 신선하다. 특히 도련님이 만나는 인간들에 대한 설명은 웃음이 나오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톡톡 튄다.

일본에는 ‘혼네’와 ‘다테마에’란 단어가 있다. ‘혼네’는 속마음, ‘다테마에’는 겉마음이다. 일본에서는 속마음을 숨기고 겉마음을 드러낸다. 타인을 배려하고 집단의 조화를 위해 '혼네'를 감추는것이 관행이며 전통이라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도련님은 이 '혼네'가 작동한다. 속마음에 지나치게 솔직하고 속마음이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즉시 옮긴다. 이 소설이 나왔을 때 일본 사회가 열광했던 것은 청년지식인의 고뇌, 인간 탐구 등등이 아니라 이 '혼네'로 벌어지는 속 시원한 좌충우돌이 아닐까 싶다.

<도련님>이후 비슷한 소설이 많이 나왔을까? 그리하여 속마음도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오늘(10월 22일)자 강우일 칼럼에는 ‘카우라, 일본포로 수용소 탈출 이야기가 나온다.

"1944년 8월 5일 호주 ‘카우라’ 포로수용소에서 일본군 병사 1104명이 집단 탈출한다. 일본군 234명이 죽었다. 그들은 왜 탈출을 했을까? 지난 8월 다큐멘터리 영화 <카우라는 잊지 않았다>가 개봉되면서 그 의문이 풀린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6133.html
출처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6133.html

"‘카우라’ 일본군들은 부족함 없는 편안한 수용소 생활에도, 가슴 밑바닥에는 항상 ‘살아서 포로가 되는 치욕을 받지 말고, 죽어서 오명을 남기지 말라!’는 군인의식이 있었다. 이는 육군대신이 내린 훈령이었다. 수용소 포로로 살아 있다는 자체가 죄책감이 되어 가슴을 짓눌렀다. 멀쩡한 몸으로 살아서 조국에 돌아갈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총 맞아 죽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고, 몸 숨길 건물도 없는 수용소 밖으로 탈주를 계획했던 것이다" 

구성원 소수가 다수 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했다. 각자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겉마음을 선택하여 234명이 자살과 같은 죽음을 맞았다. 1906년 <도련님> 발간 후 38년이 지난 1944년에도 일본은 그대로였다. 지금도 일본은 그대로일까?

*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표절 논란이 있는 작품이다.

* 참고 기사 : [강우일 칼럼] 집단의 폭주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6133.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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