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놀이기구·어른들 술판까지 방치된 채 외면받는 놀이터
전문가들 “남녀노소 불문한 놀이문화 조성, 놀이터 확충해야” 지적
김재종 군수 “가화·양수리 생활SOC 사업에 유아숲 조성 사업 포함할 것”

옥천군이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정작 아동권의 핵심인 놀 권리 보장이 정책 의제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군과 교육청이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군은 이미 영유아 대상 실내 놀이터인 동동놀이터를 개장하며 호평을 받긴 했으나 여전히 군내 아동 놀 권리 보장을 위한 계획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동친화도시 추진 정책 및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군내 대부분 초등학교의 중간놀이시간 확보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에 군 차원의 놀이 프로그램 운영 및 아동·청소년·주민 참여형 놀이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놀 권리는 곧 ‘아동의 인권’이라고 말한다. 놀이를 통해 아동이 신체·정신적으로 발달할 뿐만 아니라 사회성을 기르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놀이를 연구한 이상호 놀이 전문가는 “아동에게 놀이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지자체가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세부적인 방향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많은 지자체 및 시·도 교육청에서 놀 권리 관련 조례를 제정했지만 제대로 시행되는 곳은 손에 꼽는다. 놀이와 관련된 명확한 철학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재미없는 놀이터·학원 가느라 바쁜 아이들, ‘옥천 아동 놀 곳도 놀 시간도 없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옥천 내 어린이 놀이시설은 총 79개소다. 수치상으로는 남부3군 중 놀이시설이 가장 많다. 하지만 정작 아동의 시선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시소, 그네, 미끄럼틀 등 천편일률적으로 놀이기구가 같아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바닥이 패이고 고장난 채 방치된 놀이기구가 있는가 하면 아동을 위한 놀이터 공간에서 술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등의 행동도 이어진다. 놀이터가 있지만 정작 아동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군내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A학생은 “놀이기구가 다 똑같아서 재미도 없고 지루하다. 햇빛이 뜨거우면 놀이기구도 뜨거워진다. 지붕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수업 끝나고 바로 스쿨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놀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장야마을교육공동체 민경찬 대표는 “금구 어린이공원 등 공원에서 저녁때 판을 깔아놓고 술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아파트의 경우 자체적으로 놀이터가 마련됐다곤 하지만 그네, 시소 등 최소한의 놀이기구만 갖춰놓았을 뿐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수용하기에 부적절하다”며 “매번 나오는 이야기지만 방과 후에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하고 놀 권리는 당연히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10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동복지는 제자리다”라고 말했다. 

지역 아동의 놀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교 후 곧바로 학원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놀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내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중간놀이시간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이원초·청성초·증약초 제외) 일부 학교는 수업 사이 10분의 쉬는 시간도 5분으로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차원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생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곤 하지만 군내 초등학생 대부분이 가량이 최소 20분 이상의 중간놀이시간 없이 학교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안남초는 교내 전래놀이동아리를 구성해 매주 월요일 약 1시간 30분씩 놀이활동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참여와 호응을 얻고 있다. 

군내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에서 중간놀이시간 등 놀이시간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학교 수업 뿐만 아니라 놀이를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놀이를 통해 진로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지 않겠나”라며 “코로나19로 단체활동이 어렵다면 소수어린이들을 묶어 놀이활동을 장려하는 등 교내 놀이시간, 활동은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읍면 놀이공간 불균형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79개의 놀이터 중 절반이 훌쩍 넘는 58개의 놀이시설이 읍에 편중돼있기 때문이다. △군북 3개소 △군서 3개소 △안내 2개소 △안남 2개소 △청산 3개소 △청성 2개소 △동이 4개소 △이원 2개소로 추산되는 상황. 어린이집·아파트·공원 등 교육·주거·편의시설이 대부분  옥천읍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면단위 대부분은 학교 놀이터가 유일한 놀이시설이다. 

■ 놀 권리 보장 위해 지자체·교육청·주민들 적극 나서야

전문가와 더불어 주민들은 놀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지자체 및 교육 당국 차원의 공간 마련, 시간 확보 등 여건 마련이 필수라고 봤다. 특히 남녀노소가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를 마련하기 위한 주민들의 공감대가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마을배움길연구소 김수동 연구원은 “놀이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간 모두에 해당된다. 동네 골목마다 놀이를 했던 과거에는 동네 형·누나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놀이를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세대 간 놀이 공유 지점이 사라졌다”며 “놀이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일상적으로 문화를 공유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도록 공간 마련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내중학교 학부모회 박연화 회장은 지난해 충북여성재단 풀뿌리소모임의 일환으로 안남면 학부모·학생 중심의 놀이공동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아자학교 고갑준 대표부터 전래놀이를 익히며 주민들이 함께 놀이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박연화 회장은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중단했지만, 지난해 마을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기 위해 놀이 모임을 진행했다”며 “면 단위일수록 함께 놀이문화를 만들어갈 사람들도 부족하다. 공터는 대부분 사유지이고 도로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위험하다. 놀 공간 자체도 부족하다. 군 차원에서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정기적으로 놀이모임과 문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재종 군수·도 교육청 “놀 권리 보장 위해 적극 나설 것”

지난해 9월 옥천군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지만 정작 아동 기본권의 핵심으로 꼽히는 놀 권리 관련 정책추진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 상반기 아동친화도시 정책추진단 회의자료 및  2021 옥천군 아동친화예산서에는 놀이문화 확충 계획 및 놀이시설 조성 등의 내용 담겨있지 않다. 지역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재종 군수는 양수리·가화리에서 진행되는 생활 SOC사업에 유아숲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놀이 공간을 확충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재종 군수는 “옥천 읍내 도시공원을 활용해 유아숲을 차근차근 마련해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현재 도내 5개교를 대상으로 학생 참여형 놀이터 조성을 골자로 하는 맘컷실컷놀이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도 교육청 어린이 놀 권리 보장 조례안’이 제정되기도 했다. 도 교육청은 놀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 교육청 학교혁신과 초등교육팀 조장연 장학사는 “코로나19 여파로 학생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했기에 놀이시간 확보가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면등교를 앞두고 교내 놀이시간 확보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놀이 시간·공간 마련을 넘어서 놀이활동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안정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며 “내년 3월 충주시에 놀이교육지원센터 개관이 예정됐다. 놀이교육지원센터를 거점으로 지역 아동의 놀 권리 및 놀이공간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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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수철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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