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목공예 활동으로 학교 채운 판동초, 학생들의 일상 즐거움 가득
강환욱 교사, 놀이·목공예·기본소득·협동조합 매점 제안
“목공예 활동은 수학·도덕·미술 등을 한번에 배우는 융합교육”

옥천신문은 이번 ‘아동이 꿈꾸는 놀이터’ 기획에서 전주, 시흥, 서울 등에서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진행되는 정책을 톺아본 한편 학교공간혁신, 무장애 통합놀이터 등 다양한 놀이터 사례를 살펴봤다. 기획 마지막 순서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학생들에게 즐거움과 성취감을 안겨주는’ 인근 보은 판동초등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려 한다. 판동초등학교는 놀이·목공예 수업을 통해 학교 안에서 일상과 놀이가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학생들은 실내 농구대, 교실 팻말 등 학교 내 놀이 공간을 만드는데 직접 참여하며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지난 6월28일 판동초에 방문해 현장 취재를 했다. 당초 기획 마지막 순서에서는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씨와의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전화 인터뷰로 대신했다.

판동초 학생들이 교내 설치된 트램펄린에서 놀며 사진을 찍고 있다. 판동초에는 이외에도 짚라인, 나무미끄럼틀, 농구대 등 여러 놀이기구가 마련됐다. 사진은 6월28일 촬영.
판동초 학생들이 교내 설치된 트램펄린에서 놀며 사진을 찍고 있다. 판동초에는 이외에도 짚라인, 나무미끄럼틀, 농구대 등 여러 놀이기구가 마련됐다. 사진은 6월28일 촬영.

전교생 36명의 작은학교인 보은군 판동초등학교는 놀이 및 목공예 활동으로 학생들의  ‘일상적인 행복’을 실현해내고 있었다.

판동초 교내 곳곳에는 다양한 놀이기구가 마련됐다. 보통 학교 현관에는 트로피, 표창장 등이 즐비하지만 판동초 현관에는 포켓볼대, 테이블 하키대, 나무축구대 등 놀이기구가 자리했다. 이외에도 실내농구대, 교실 내 다락공간 등 학교 내 여러 놀이기구가 눈에 띄었다. 실내에 이어 실외에도 트램펄린, 나무 미끄럼틀, 짚라인 등이 만들어져있다. 학생을 중심으로 한 공간 배치를 통해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명제를 실현해낸 것. 

강환욱 교사는 2019년 학교에 부임한 후 학생들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 나섰다. 부임 직후 강 교사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원하는 놀이기구를 하나 둘 교내에 들이기 시작한다. 트램펄린에 이어 다양한 놀이기구가 만들어지면서 학생들의 학교 생활도 즐거움으로 가득해졌다. 학교 협동조합 매점을 운영하고 매주 월요일 학생들에게 2천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도 모두 강 교사의 아이디어였다. (옥천신문 2020년11월20일자 1565호 ‘‘매주 2천원’ 기본소득 받는 보은 판동초 아이들‘ 기사 참고)

한편 강환욱 교사가 놀이시간 확보 및 놀 권리 보장 만큼 중시하는 게 바로 목공예 등의 노작교육이다. 취미생활로 목공예를 시작한 강 교사는 목공예 강사를 자처해 학생들과 함께 목공예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나무 판에 못을 박아 교실 팻말을 만드는 한편 직접 설계해 텃밭용 나무 화본을 만들기도 했다. 6학년 교실 내 자리한 나무 다락공간도, 10평 남짓한 목공예장도 모두 강환욱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만들었다. 올해의 경우 5~6학년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 수업으로 목공예 활동이 진행된다. 목공예 활동은 학생들에게 즐거운 놀이이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활동이기도 하다. 놀이·목공예 관련 예산은 문화재단 및 공모사업을 통해 확보했다.

강환욱 교사는 “아이들이 교실이 재밌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다락공간과 여러 놀이기구를 만들었다. 놀이기구 뿐만 아니라 학교에 매점이 생기고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학교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늘어난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게 즐겁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학생들은 특히 놀 시간이 부족한데 이는 결국 노는 걸 무가치하게 보는 어른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놀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공예 활동에는 모든 교육과정이 들어간다. 화분 만들기를 예로 들면 설계를 해야하고 담을 흙의 부피를 재야 하기 때문에 수학을 적용한다. 예쁘게 만들고 싶으면 미적으로 고민해야한다. 목공예를 하는 과정에서 협동도 당연히 필요하다. 목공예는 융합교육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수능에만 집중하는 어른들 입장에서는 무가치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인간이 뭔가를 직접 만들고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손으로 할 줄 아는 것들이 많아야 인생을 이롭게 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판동초 학생들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놀이와 목공예 활동이 즐겁고 뜻깊다는 반응을 보였다.

목공예 수업에 참여했던 서우정(판동초6) 학생은 “선생님하고 공방도 만들고 나무 축구대도 만들었다. 제가 만들었다는 성취감도 들고, 제가 만든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 수 있으니까 좋다”고 말했다.

이승호(판동초5) 학생은 “교문에 있는 포켓볼 하면서 많이 논다. 4학년 때부터 공방만들기나 목공예 활동을 했는데 손으로 계속 만들기를 하는 게 재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다”고 말했다.

판동초등학교 이미애 교장은 “강환욱 교사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놀이·목공예 등 학생들이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여러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노작활동을 통해 보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학교 곳곳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배치했기 때문에 즐겁게 놀 수 있고 학생 간의 관계도 잘 유지된다. 아이들이 방학 때 심심하다며 학교에 나와서 놀 정도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즐거운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해있다”고 말했다.

 


“놀 권리 보장 위해 지자체·교육청 협력 필수”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씨 인터뷰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순천 기적의 놀이터, 시흥시 숨쉬는 놀이터 등 전국 각지의 여러 놀이터를 디자인하며 놀이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지난달 13일 공동체 허브 누구나를 찾아 ‘어린이, 놀이, 놀이터를 보는 새로운 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편해문 디자이너로부터 옥천 지역의 놀 권리 보장 및 놀이문화 확산을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의회는 지난 4월 ‘충청북도교육청 어린이 놀 권리 보장 조례를 제정 및 시행’했다. 편해문 디자이너는 조례 제정 자체는 긍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조례 제정만으로는 놀 권리 보장이 어렵다고 봤다. ‘놀이’라는 가치는 기본적으로 자유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잘 놀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놀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고 지역 주민들이 놀이라는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봤다. 더불어 교육청·지자체가 놀 권리 보장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이 조례가 없다고 해서 못 노는 것이 아닙니다. 조례는 필요하고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조례도 추상화된 문구에 불과합니다. 어른들은 조례 만드느라 애썼다고 해도 아이들에게는 동떨어진 이야기에요. 조례를 만든다고 해서 잘 놀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아이들이 자기 결정을 할 수 있어야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아이들이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는 학교에서, 그리고 지역 내에서 놀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자체가 밀접하게 협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편해문 디자이너는 ‘아동·청소년의 놀이 선택권’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지 놀이터·놀이공간 조성 등 물리적인 여건을 의미하는 것만이아니다. 물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놀기 위해서는 실내·외 놀이공간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편해문 디자이너는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독서실이나 학원에 가야 하는 아동의 현실 자체가 문제라고 봤다.

“좋은 놀이터를 만드는 건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놀 시간 자체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에요. 학원, 독서실에 가야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놀 수 있을까요? 놀 시간이 확보되면 알아서 잘 놀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며 햇빛과 바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에서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도 생겼죠. 늘 아이들은 놀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실내에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역 내에 빈 공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지자체와 교육청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 원문보기 : http://www.ok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141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수철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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