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도시 전주시의 핵심 정책은 ‘놀 권리 보장’이다.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이 아동의 건강과 행복, 인권을 보장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놀이터의 종류 및 갯수로 증명된다. 전주시에 따르면 올해 전주시의 놀이사업은 △놀이터도시 전주 놀이주간 운영(포럼개최, 놀 권리 인식 부모교육) △야호 놀이터 홍보 공모전 △야호 생태·숲놀이터 조성 및 운영 △유아숲체험원 조성 및 운영 등 20개다. 66억3천500만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전주시의 놀이 정책은 민·관의 고민에서 함께 출발했다. 2016년 전주시가 진행한 놀이환경 실태조사에서 아동의 스트레스 관리, 건강증진 등 아동을 위해서는 놀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주 시민들 역시 자발적으로 놀이 공동체 움직임이 일었던 상황. 때문에 전주시는 놀이문화 정착과 확산 위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다. 

전주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놀이 관련 부서인 야호아이놀이과를 신설(2019년 7월)한 지자체다. 야호아이놀이과는 △아이놀이지원팀(놀이문화 확산, 놀 권리 인식 개선을 위한 부모교육 및 놀이 포럼 운영, 사회연대 운영) △아동친화팀(아동친화 사업 모니터링 및 신규사업 발굴 △놀이터 조성팀(숲놀이터, 생태놀이터 등 놀이터 환경개선 사업)으로 구성된다. 전주시 문화정책과 내에는 전통놀이 사업을 맡는 예술놀이팀도 구성됐다. 

놀이 정책에 대한 민·관 협치는 전주시 놀이 정책의 기반을 다진 한편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전주시가 부서 신설만큼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민·관의 협치 및 연대다. 때문에 전주시는 2018년 시청 내 야호5대프로젝트 TF팀을 구성한 한편 민·관 협력 기구인 ‘야호놀이 어깨동무’를 발족했다. 야호놀이 어깨동무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한국환경교육연구소 △서울시립대 등 전국 규모의 민·관·학 기관부터 △세이브더 칠드런 △전북교육청 △어린이집연합회 등 전주시 내 기관 및 단체까지 함께 결합한 조직이다. 

옥천군도 지난해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아동 놀 권리’와 관련한 정책 부재는 2021 옥천군 아동친화예산서에서 드러난다. 아동친화예산서에 따르면 △통합복지센터 운영 △지용제 △동요제 지원 △학생 승마체험 △청소년 축제 및 행사지원 △청소년 동아리 활동 지원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놀 권리가 곧 아동 인권’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전주시의 아동 정책을 통해 옥천 아동 정책을 돌아보고자 한다. 

 ■ 전주 어린이, 숲 놀이터에서 다 함께 놀자!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숲 놀이터 ‘띵가띵가 베짱이숲’은 2018년 덕진구 구민들이 자주 찾는 편백나무 숲 안에 조성됐다. 약 4천제곱미터 규모의 띵가띵가 베짱이숲 놀이터에는 △널빤지 미끄럼틀 △원목 조합놀이대 △짚라인 △밧줄 놀이기구 등 6개의 나무로 만들어진 놀이기구가 마련돼있다. 울창한 나무 아래 조성됐기 때문에 폭염 등 날씨의 영향을 덜 받은 상태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지난달 23일 오전에는 전주시 평화동 아이들세상 어린이집은 놀이활동을 위해 띵가띵가 베짱이숲을 찾았다. 어린이 100여명이 놀이터에 방문했지만 규모가 넓고 많은 아동들이 한번에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보니 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놀이터에 모인 아동들은 친구들과 함께 원목 조합놀이대에 오르거나 짚라인을 타면서 스릴을 즐기기도 했다. 어떤 아동은 나무블록을 쌓고 노는 한편 한편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는 모습도 보였다. 

전주 아이들세상어린이집 이서영(6) 어린이는 “놀이터 오니까 신나고 그냥 좋다”고 말했다. 윤도후(6)어린이는 “미끄럼틀 타니까 재밌다”고 말했다.

아이들세상어린이집 조영순 원장은 “자연친화적인 환경은 아이들에게 중요하다. 원생들과 숲 놀이터에 와서 책도 읽고 놀이기구도 타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현장에 나오는 편이다” 라고 말했다. 

숲 놀이터는 아동을 위한 놀이 공간의 역할을 하는 한편 아동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고 생태·환경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한다. 

야호아이놀이과 김승현 담당자는 “아이들이 처음에 숲 놀이터에 오면 놀이기구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만, 몇 번 방문 하면 놀이기구 말고도 나뭇가지나 돌멩이 등 자연에 있는 것들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놀이터 뿐만 아니라 숲 자체가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하면서 놀이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숲이나 자연이 곧 놀이가 된다”고 말했다. 


■ 아동 청소년과 함께 만들어가는 전주시 아동친화정책

전주시는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아동·청소년들의 정책 참여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놀이터 및 놀이 정책 등을 추진할 경우 아동참여 워크숍 등 참여 과정을 진행해 정책 당사자인 아동 의견을반영하는 것. 또한 2019년부터 진행된 전주 어린이 의회에서는 △놀이문화 다양화를 통한 놀 권리 보장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 조성 △깨끗하고 안전한 놀이터 만들기 등이 안건이 상정됐고 현재 어린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21년 전주시 덕진공원 내에 문을 연 ‘야호 생태 맘껏숲&하우스’ 역시 아동·청소년들이 공간 조성 전반에 참여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4번의 워크숍을 진행하고 설문조사, 공간조성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쳤다. 특히 청소년들은 공원 내 마련된  청소년공간인 맘껏아지트, 트리하우스를 직접 설계하고 톱질, 페인트질을 하는 등 설계 전반에 참여하며 의미를 더했다. ‘야호 생태 맘껏숲&하우스’ 전주시와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함께 사업비 12억7천만원의 예산을 투입(전주시 10억7천만원, 유니세프 2억원)했다.

전주시는 지난달 전주시 내 초등학생 102명을 대상으로 한 야호 아동정책참여단을 구성했다.  놀 권리를 비롯한 지역 아동들의 의견 및 건의사항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야호아이놀이과 아동친화팀 강현정 팀장은 “야호 아동정책참여단은 아동들이 일상적으로 의견이나 건의사항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 온·오프라인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중·고등학생들은 청소년 참여위원회 등 비교적 의견을 낼 창구가 많지만 아이들은 없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 전주시, 부서간 칸막이 허물고 놀 권리 보장 기반 다진다

전주시는 올해 1월 ‘전주시 야호 5대정책 행정협의회’를 구성했다. 야호아이놀이과 내 3개 팀을 포함해 시청 내 10개과 17개 팀이 행정협의회에 포함된다. 놀 권리 관련 사업이 방대하고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부서 간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예를 들면 숲(생태놀이터)사업의 경우 △놀이터조성팀을 비롯해 공원녹지과의 △산림휴양팀 △공원조성팀 △어린이공원팀이 함께 하는 방식이다. 부서간 칸막이를 허물면서 정책 효과가 더 발현되고 있다는 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전주시 기획조정국 야호아이놀이과 김선옥 과장은 “전주시의 아동·청소년 정책은 시민과 더불어 아동·청소년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한다”며 “숲 놀이터는 공원정책과와 함께, 예술놀이터는 문화정책과와 함께 하는 등 행정협의회를 통해 부서 간 원활한 협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놀이공간 조성 이외에도 놀이 인식개선, 놀이문화 확충 등의 정책도 함께 추진중이다”라고 말했다.


■ 놀이터 필요한 옥천 상황은 어떻게? … 군 자체 예산 부족하면 공모사업 도전 적극 나서야

옥천군 역시 놀 권리 확보를 위해 공모사업에 도전한 사례가 있다. 희망TV SBS와 보건복지부, 굿네이버스가 함께하는 청산 공립형지역아동센터 공모사업이 그것. 이 같은 사례를 늘려가야 할 과제가 남았다. 

우리지역 내에서도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가령 지난 3월 군내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열악한 놀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아동 NGO 세이브더칠드런의 놀이공간 조성 공모사업에 신청하기도 했다. 아쉽게 결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아동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전주시 역시 세이브더칠드런과 민관 협업을 통해 증산초, 덕일초, 송북초 등 여러 학교에 놀이공간을 조성한 바 있다. 

놀이터를 포함해 놀 권리 확보에 행정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에 김재종 군수는 공감을 표한 바가 있다. 김재종 군수는 이전 옥천신문과 인터뷰에서 비전력 놀이기구와 숲 놀이터 조성을 언급했다. 김재종 군수는 “비전력 놀이기구 전문가가 옥천 내 있기 때문에 활용 방안을 더 찾아야 하고 옥천만의 숲 놀이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K상상숲 공모 때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수리 생활soc 사업이 야산 일부가 들어가는데 이때 작게나마 숲 놀이터를 만들면 좋을 것 같고 이 결과를 보고 공원 내 숲 놀이터를 조성해 나가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전주시>
전주시는 놀 권리 보장을 위한 민관거버넌스인 ‘야호놀이 어깨동무’를 만들었다. 유혜숙 민간공동대표가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제공: 유혜숙 공동대표)

“지역 의미·가치 담긴 놀이터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

야호놀이어깨동무 유혜숙 공동대표

전주시는 놀 권리 보장을 위한 민관학 거버넌스인 <야호 프로젝트 사회연대 ‘야호놀이 어깨동무’>를 2019년 발족했다. 놀이 문화 확산, 놀이인식 개선 등 전주시만의 놀이 네트워크 및 놀이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야호놀이 어깨동무는 △전주시청 △전주시교육청 △아동단체 및 공동체 뿐만 아니라 △서울시립대 △유니세프한국위원회(NGO) 등 38개 기관이 함께하는 만큼 전문성과 민·관 협치 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된다. 

‘야호놀이 어깨동무’ 유혜숙 민간 공동대표(공동대표 김승수 전주시장)는 전주시 놀 권리 보장 및 놀이문화 확산에 앞장서온 산 증인이다. 40년 넘는 보육 경력 중 전주시에서만 30년 넘게 생활하며 코끼리 유치원 운영, 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대표 등 놀이·환경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2019년부터 3년째 야호놀이 어깨동무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다. 유혜숙 공동대표로부터 전주시의 놀이 정책의 방향 및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주시에 따르면 시 내 아동놀이 관련 공동체는 46개로 700여명가량의 시민들이 활동하고 있다. 유혜숙 대표는 놀 권리를 중시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선 김승수 전주 시장과 시민들이 함께하면서 전주시 놀이정책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봤다. 자연스럽게 민·관 협치가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전주시 내 시민단체에서 아동 놀 권리·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얘들아 놀이 밥먹자’ 등 놀이 소모임이나 ‘수요지식회’ 등 놀이 공부 모임도 시민들 차원에서 활발하게 운영돼왔어요. 이런 전주시의 민간 기반과 김승수 시장의 놀 권리 정책이 만나면서 추진력이 생긴거죠. 또한 숲 놀이터, 생태놀이터 등 전주시가 지향하는 놀이의 가치는 자연·환경이 중심에 있습니다.”

전주시의 경우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놀이터가 조성됐다. 전주이씨 시조 이한의 묘역인 조경단 인근에 마련된 숲 놀이터는 ‘임금님숲’이다. 맹꽁이가 살고 있는 생태연못 인근에 조성된 숲 놀이터는 ‘폴짝폴짝 맹꽁이숲’이다. 유혜숙 대표는 지역에 맞는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문화나 특색을 기반으로 놀이터가 조성될 경우 아동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네·시소 등 천편일률적인 놀이터를 마련하거나 외부 전문가에게 놀이터 및 놀이문화 조성을 전적으로 맡겨선 안된다고 봤다. 놀이터에 지역의 특색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북유럽 놀이터에 배 모양 놀이기구가 많은 이유는 북유럽 국가 국민들이 바이킹의 후예이기 때문이에요. 놀이 선진국의 경우 각각의 놀이터가 같은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 지역만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담기 때문이죠. 놀이터를 이용하는 것 자체만으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지역과 관련한 교육이 되겠죠.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놀이터가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외부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놀이터 조성 작업을 맡겨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지역 주민들이 그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지역 문화를 놀이터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이터가 지역성을 가질 때 가치와 의미가 더 높아지죠.”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 원문보기 : http://www.ok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792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수철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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