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전국 최초 놀이문화 정책 추진한 ‘플레이 스타트 시흥시’
놀이는 곧 건강, 시민 건강증진 위해 놀이 정책 적극 펼쳐
시흥시민으로 구성된 놀이활동가 ‘플레이스타터’, 놀이정책의 핵심 동력

2일 오전 숨쉬는 놀이터(장애인·비장애인 함께 이용하는 통합 놀이공간)2호에서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2021 어르신 놀이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교육이 이어지던 중 오랜만에 마련된 대면 교육 시간이었다. 시흥시는 2019년부터 놀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플레이스타터가 함께하는 어르신 놀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 놀이활동의 경우 보건소 방문간호팀 등 건강과 관련된 기관도 함께한다. 어르신의 사례관리까지 놀이를 진행하면서 촘촘한 복지망이 마련된 셈이다.

놀이터를 찾은 6명의 어르신들은 플레이스타터와 함께 활동에 나섰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앞서 양말 비석치기(양말을 머리 등 신체 부위에 올리고 이동해 종이컵을 넘어뜨리는 놀이), 손목 돌리기, 목 돌리기 등 신체활동으로 몸을 푸는 순서가 있었다. 이후 본 프로그램인 ‘놀이기억’에서 어르신들은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그림일기를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이야기를 발표했다. “집 앞에서 친구들과 줄넘기하며 놀았다(정춘례씨)”, “아버지가 나무에 그네를 달아주셔서 재밌게 놀던 기억이 있다. 옛날이 그립다(홍혜덕씨)”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플레이스타터들과 참가 어르신들은 이야기를 경청하며 공감했다.

어르신놀이 프로젝트에 참석한 황정숙씨는 “몸이 불편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활동을 하려 노력한다.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플레이스타터들이 좋은 글귀나 운동 영상도 보내준다. 플레이스타터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김군자씨는 “이 나이에 숨길 게 뭐 있겠나. 동년배 및 플레이스타터들과 놀이로 즐겁게 교류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어르신 놀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플레이스타터들은 대면·비대면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일상을 놀이활동으로 채우고 있었다. 

숨쉬는놀이터 오명화 센터장은 “나리꽃방이라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놀이 활동 미션, 신체활동 영상 등을 매일 보내드리고 활동을 진행한 어르신들의 인증사진 받는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놀이는 아이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르신들이 재밌게 노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아동의 경우 자유놀이가 기본 원칙이지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여러 준비가 더 필요하다. 때문에 플레이스타터들은 어르신들과 함께 활동하기 위해 여러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현재 시범 운영중인 3호 숨쉬는놀이터 내에 조성된 놀이공간이다.
사진은 현재 시범 운영중인 3호 숨쉬는놀이터 내에 조성된 놀이공간이다.


■보건소가 전담한 시흥시 놀이정책, ‘놀 권리 보장은 건강한 삶과 직결’

시흥시의 놀이 정책은 건강도시 추진 사업에서 출발한다. 보건소를 주축으로 건강도시 조성 정책을 펼치던 시흥시는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놀이 활동은 정신·신체 건강을 도모할 수 있으면서 삶을 활기차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시흥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놀이문화정책인 ‘플레이스타트 시흥’을 선포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놀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선언이다.

구체적인 조례는 놀이 정책의 기반을 다졌다. 2019년 시행된 ‘시흥시 놀이문화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는 △제4조[놀이문화 기본원칙] ‘수요자의 의사를 전적으로 반영하고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제9조 [놀이활동가] ‘건강한 놀이문화를 위해 시민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놀이 활동가 위촉’ △제10조 [실내놀이공간 운영]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실내놀이공간 조성’ 등 놀이문화 육성, 놀이활동가 참여, 공공놀이지원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시흥시의 행보는 전국 최초 공공형 실내놀이터 조성으로 이어졌다. 공공형 실내놀이터 조성사업은 미세먼지, 산성비, 폭염 등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더불어 형편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잘 놀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함께한다. 때문에 시흥시의 공공형 실내놀이터 이용은 무료다. 시흥시에 따르면 한해 놀이터 운영 및 건강한 놀이문화 육성을 위해 약 1억5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놀이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민·관의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2018년 개장한 1호 숨쉬는 놀이터(한옥형 실내놀이터, 시흥시 대야동-북부생활권)는 시흥시 평생학습공간인 시흥abc행복학습 타운 내에 자리했다. 2017년 공공형 실내놀이공간 조성계획 수립 및 민·관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후 어린이 디자인캠프, 플레이스타터(놀이활동가)의 놀이터 가구 제작 등의 과정을 거친 뒤 2018년 12월 숨쉬는 놀이터는 공식 개장했다. 시비 7억원이 소요된 1호 숨쉬는 놀이터에는 △한옥형 조합놀이대 △모래놀이터 △스틸슬라이드(미끄럼틀) 등의 놀이시설이 마련됐다. 

이를 시작으로 2호 숨쉬는 놀이터(장애인·비장애인 통합 놀이터, 시흥시 정왕동-남부생활권, 4억7천850만원 소요), 3호 숨쉬는 놀이터(복합 놀이문화 체육공간, 시흥시 연성동-중부생활권, 43억원 소요)의 실내 놀이터도 뒤이어 조성됐다. 2호 숨쉬는 놀이터에는 △나무언덕놀이터(오르기·미끄러지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물) △소리놀이터(음역대가 다른 파이프를 두드리는 놀이기구) 등이 구성됐는데 인근 장애인복지관 및 장애 단체와 연계해 운영되고 있다. 3호 숨쉬는 놀이터에는 △창의팡팡 블록놀이터(대형 블록 맞추기) △스파이더 모험놀이터(그물 오르기) △VR레저스포츠 체험시설 다채로운 놀이 공간이 마련됐다. 시흥시에 따르면 201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약 2만명의 시민들이 숨쉬는 놀이터에 방문했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시흥시 놀이문화 총괄기획가로 놀이정책 전반을 함께했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놀 권리 보장이 주민들의 건강 및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정책이라 강조했다. 편해문 디자이너는 “놀 권리 보장 및 놀이활동은 가장 저렴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예방의학이다”라며 “지자체에서 놀 권리 보장을 위해 부서간 칸막이를 허무는 한편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현재 시범 운영중인 3호 숨쉬는놀이터 내에 조성된 놀이공간이다.


■시흥시 놀이정책의 원동력은 시민

시흥시가 현재 추진하는 놀이 정책 분야는 5가지로 △팝업놀이터(장소·도구 등 여건에 구애받지 않는 놀이활동) △놀이꾸러미(각 연령에 맞는 놀이 제품 제공) △실내놀이터 운영 △플레이스타터(놀이활동가) 양성과정 △생애 주기별 놀이문화 조성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숨쉬는 놀이터 운영·관리를 비롯해 놀이활동 진행, 플레이스타터 양성 등 놀이 활동 전반에 참여하며 정책을 이끌어나간다. 시민들의 주체적인 활동은 놀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앨 뿐만 아니라 놀이의 중요성을 확산하고 전파한다.

장현미 플레이스타터는 중학생의 학부모로 2년 전 시흥에 정착한 후 플레이스타터 활동을 하고 있다. 장현미 플레이스타터는 “우연한 계기로 플레이스타터를 시작하게 됐는데 아동을 존재 자체로 바라볼 수 있었고 믿음도 생겼다.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시흥시는 올해 플레이스타터 신규양성·역량강화를 비롯해 △직장인 놀이문화 캠페인 추진 △영아용 플레이꾸러미 배부 확대 △보육기관·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한 특화 놀이프로그램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시민들의 호응이 높은 공공형 실내놀이터 확대를 위한 논의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 놀이문화 확산(원격 시민교육, 비대면 놀이문화 콘텐츠 보급 등)을 위한 여러 활동도 계획됐다.

■ 유재목 부의장 “시흥 놀이정책 방향에 공감, 정책반영 하겠다”

주민들은 ‘놀이활동으로 주민 건강 증진’이라는 시흥시의 정책 방향에 크게 공감하는 한편 옥천군 역시 놀 권리 보장 및 주민 건강을 높이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성초등학교운영위원회 김혜란 위원장은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흥시처럼 우리 아이들 뿐만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놀 권리 보장을 위한 군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며 “놀이 활동 지원, 놀이활동가 육성 등 놀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옥천군의회 유재목 부의장은 놀이 정책으로 주민 건강관련 사업을 펼치는 시흥시 사례를 참고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유재목 부의장은 “놀이가 곧 건강이라는 시흥시의 정책 방향은 옥천에서도 필요하다. 그동안 놀이시설과 관련해서는 산림녹지과에서 주관해왔다.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고 보건소·평생학습원 등 부서 간 업무 협력을 높여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놀이활동가 양성 등 시흥시의 정책 사례를 참고해보겠다”고 말했다.

놀이터를 찾은 6명의 어르신들
놀이터를 찾은 6명의 어르신들
놀이터를 찾은 6명의 어르신들
놀이터를 찾은 6명의 어르신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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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수철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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