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교학회(大同敎學會) 취지서 – 이종만(1945)

8. 정성을 다하는 신성한 근로는 자기완성과 인류 신격화의 길

그러나 근로가 배움과 하나 되게 하는 데에는 위에 말한 것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다. 그것은 사람을 신성하게 하고 사물을 신성하게 하는 일이다. 평생 끊임없이 배우고 수련함으로써 인류를 신(神)의 영역에 끌어올리는 동시에 그의 근로에서 산출된 물자로 하여금 신의 물건, 하늘의 물건이 되게 하는 것이다.

부모나 자녀를 위하여 짚신을 만들 때에 사람은 정성과 공경을 다하는 것이니 그 짚신은 이득을 위한 상품이 아니고 진실로 마음과 영혼을 지닌 신성한 물건이요 하늘의 물건이 되는 것이다.

이 근로에 희열이 있고 이 희열은 작품을 통하여 그 작품을 쓰는 사람에게 통한다. 여기 미묘하고 신비한 영혼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노예적 근로에서 생산된 상품과는 판이한 것이다.

이러한 산업이야말로 인류를 신격화 하고 한 집안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니, ‘교장즉직장’은 이 정신의 도장(道場)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이종만은 상식을 뛰어넘는 고차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평생 끊임없이 배우고 수련함으로써 인류를 신(神)의 영역에 끌어올리는 동시에 그의 노동에서 산출된 물자로 하여금 신의 물건, 하늘의 물건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발상이고 사상인가! 이종만은 이상주의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그 분의 이 숭고한 이상과 이를 세상에 밝히는 용기와 소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영혼을 지닌 신성한 물건, 하늘의 물건을 생산해 해는 신성한 노동‘, 이것의 실현이 과연 가능할까? 이종만은 특정 종교를 신봉하지 않았다. (그가 살던 방에는 4대 성인- 예수, 석가, 공자, 간디- 의 사진이 걸려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종교의 본질을 깨달은 종교인이고 사상가였던 것이다. 또한 그는 이를 그의 대동사업체와 세상에 실현하고자 했던 사회혁명가 였다.

“이 근로에 희열이 있고 이 희열은 작품을 통하여 그 작품을 쓰는 사람에게 통한다. 여기에 미묘하고 신비한 영혼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의 영혼은 또다시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지성이면 감천, 인간의 지극한 정성이 하늘도 감동시킨다고 하했다. 그 정성이 물건에도 담겨 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전달된다고 하는 것을 그는 직관과 체험으로 알았던 것이다.

사랑과 평화의 기운이 담긴 지극한 정성, 여기에 세상을 구원하는 핵심이 있다는 이 말씀이 나에게 큰 깨달음으로 다가오고 가슴 속에 깊은 감동을 일으킨다. 나는 여기에서, 세상의 구원은 양심이 빛나는 순수정신, 지극한 정성, 그리고 모두가 다 같다는 대동사상의 발현이 인류에게 보편화되는 길에 있다는 결론을 얻는다.

이것은 이미 인류의 모든 성현, 모든 동서의 전통종교의 가르침과 다름이 없다. 길은 있으나 가지 않고, 앎은 있으나 행하지 않은 것뿐이다. 다 같이 잘 사는 길, 다 같이 행복과 평화의 길을 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종만은 이에 대한 답을 취지서 마지막에 남기고 있다.

“여기에 미묘하고 신비한 영혼의 길이 열린다.”고 했으니, 영혼은 하늘과 닿아있는 신성한 인간의 본질이라는 깨달음을 이종만은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손녀인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일 년 전에 써진 대동교학회 취지서의 이 핵심이 오늘날 나에게는 생명모성의 개념으로 자리

잡고 체화되는 과정에 있으니 이것은 DNA로 전해진 신비한 영혼의 길의 연결이 아닐까 싶다.

 

김반아 감독 제작. 2012년에 멕시코 친구 Hilda Maria Ordeas와 함께 멕시코 엔시나다에서 Corea-Mexico Festival을 열 것을 결정하고 참가/공연자는 주변에 알려서 원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그리고는 미국 아리조나 주에 있는 나바호 보호구역에 가서 고등학교를 방문하고 학생들과 사전 준비 없는 행사를 가졌다. 한국에서 간 대표단은 국제 항공비를 포함한 참가비 일절은 본인이 부담하고 행사 전반은 리허설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 편집자주 : 이 글은 이종만 선생의 외손녀  김반아 주주통신원이 쓴 글입니다. 

편집 : 최성주 객원편집위원 

김반아 주주통신원  vanak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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