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교학회(大同敎學會) 취지서 – 이종만(1945)

2. 전쟁의 원인은 이기적인 탐욕, 승전국도 자기반성을 해야만 한다.

대체 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전쟁에 참여한 각 나라가 서로 상대 나라의 죄를 따지는 곳에 다 표시되었다. 전쟁에 참여했던 나라들은 이기적인 탐욕이 전쟁의 원인이요, 이 탐욕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가 영위하는 왜곡된 국민교육과 과도한 군비와 군비 중심의 산업이 전쟁을 도발하는 마력인 줄을 다 안다. 그러므로 패전국에 임할 때에 반드시 그 군비를 파괴금지하고 교육, 산업을 비경쟁적으로 개조함으로써 근본정책을 삼는다.

이것은 모두 지당한 일이거니와 승전자가 자기 자신을 반성하여 패배한 나라들에게 가하는 문책과 처벌과 개조를 자신에게 가할 때에, 오직 그때에만 전쟁은 완전히 사라지고 인류사회에 영원한 평화가 올 것이다.

전쟁에 참여한 나라들은 전쟁의 원인의 소재를 분명히 아는 동시에 전쟁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이념도 분명히 알고 있다. 그것은 자기의 전쟁을 변호하는 전쟁 이유를 선전하는 가운데 밖으로 알려지게 된다. 즉 민족과 민족이 서로 자기의 정의를 앞장세우고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여서 강제로 빼앗거나 기만하고 속이는 죄를 범하지 말고 서로 도우며 공존하는 국제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니, 실로 세계평화의 핵심이 여기에 다 있는 것이요 더 덧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의, 자유, 평화수호, 인권보호...이런 명분들을 내세우지 않는 전쟁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이기적인 탐욕이 전쟁의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일본 제국주의도 대동아 평화공영을 내세우며 타 민족을 침탈하고 핍박했고 제국주의 미국의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그 탐욕은 누구의 탐욕이며 그 탐욕의 뿌리는 무엇인가?

전쟁을 일으키는 이기적인 탐욕은 정치 권력자에게만 있었을까? 이 탐욕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가 영위하는 왜곡된 국민교육과 과도한 군비와 군비 중심의 산업이 전쟁을 도발하는 마력이라고 이종만은 말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이기적인 탐욕과의 전쟁, 이것이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위한 전쟁일 것이다.

“지구상에 다시 원자 폭탄이 사용되게 된다 하면 그것은 이번 승전자의 책임이다.”라는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미국, 중국, 러시아 등 2차 대전의 승전국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이종만의 목소리가 지금 지구상에 메아리치고 있는 듯하다.

북조선의 비핵화, 한반도의 비핵화가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는 이 때에 강대국들의 핵폭탄 보유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물어야하지 않을까. 그들도 핵을 포기하고 전 세계가 핵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시대는 언제 올 것인가. 그것은 아마도 인류의 의식이 이기적이 탐욕에서 벗어나는 그날일 것이며 이는 곧 대동의 시대가 열리는 그날일 것이다.

3. 정의와 평화를 위한 진짜 전쟁, 사상전(思想戰)에서 승리해야 한다.

대개 사람마다 하늘이 부여한 양심이 있듯이 민족마다 천명(天命)을 전하는 성현이 있어 인생 생활의 옳고 그르고 선하고 악하고를 아는 자가 적은 것이 아니요 도리어 모르는 자가 드물다. 하물며 오늘날과 같이 인쇄, 통신, 교통, 교육기관이 발달한 현상에 있어서는 국가가 진실로 그 국민사상과 생활을 정의와 평화를 하나의 목표로 삼아 집중적으로 노력하려 하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번의 세계 대전에서 승리한 나라들이 인류 구제, 전쟁 종말의 큰 목표를 세우고 현대문명의 모든 결함에 대하여 일대 수술을 감행하여 국가관과 인생관에 대 수정을 실시하여서 종래의 제국주의적, 상업주의적인 이기주의, 물욕주의를 제거하고 진정한 진리주의, 인도주의로서 각자 국내의 정치, 산업, 교육을 개혁하고 나아가서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들을 지도하기를 바라는 바이니, 이번 연합국의 전쟁 이유가 정의 옹호에 있다 하면 지금 승리를 얻은 것은 오직 무력전(武力戰에)서요, 그 제2 계단이며 최후적 승패가 될 사상전(思想戰)은 이로부터 개시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세계 어느 국가가 진실로 그 국민사상과 생활을 정의와 평화를 하나의 목표로 삼아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제국주의적, 상업주의적인 이기주의, 물욕주의를 제거하고 진정한 진리주의, 인도주의로서 국내의 정치, 산업, 교육을 개혁하고 있는가?

천명(天命)을 전하는 성현들의 말씀을 거울삼아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려고 진실로 노력하는 사람이 이 시대에 얼마나 있을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를 모르는 사람이 드문데도 정의로운 세상이 구현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념과 이상을 있되 실천이 따르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이종만의 답은 뒤에서 밝혀진다.

최후의 승패는 사상전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한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은 정의와 평화가 구현된 나라가 진정한 승리자가 된다는 뜻일 것이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사상이 인류가 모색하고 정립해야할 과제라는 것을 또한 말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나 공산·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경제 체제를 강구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사상과 생활의 중심을 오직 정의와 평화의 구현에 두는 인간사회의 근본을 정립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 편집자주 : 이 글은 이종만 선생의 외손녀  김반아 주주통신원이 쓴 글입니다. 

   편집 : 최성주 객원편집위원

김반아 주주통신원  vanak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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