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口:입)-말

입의 생물적이고 의학적인 기능은 삼가하고, 삶의 기능에 대해 논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입, 특히 말에 대한 명언과 금언이 많다. 이를 논함은 만용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凡人으로서 한 마디 하는, 그런 차원이다. 부족함은 독자들의 고운 마음에서 구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고요한 강가에서

발길도 끊겨버린 침묵의 해변에서

별들도 잠들은 적막한 계곡에서

바람도 쓰러진 조용한 숲속에서

눈 오고 비 오는 외로운 창가에서

때로는 홀로 그들과 함께 머물며

심중의 너의 소리를 들으라

 

입에게 물었다.

“야~ 입! 눈, 귀, 코구멍은 다 두 갠데, 넌 왜 하나야?”

“왜 하나냐고? 난 들고 날수 있어. 하나지만 두 개 역할을 하지”

“음~ 그렇구나! 알고 보니 넌 대단한 존재구나?”

“맞아, 정말 중요한 것은 하나지? 먼저 들어가는 것을 얘기할게. 만물은 영양을 섭취해야 생존할 수 있어. 그것을 입이 해”

“그래, 음식섭취. 그것 하나만으로도 넌 대단한 존재야!”

“들어가는 게 또 있어! 몸이 아프면 약을 먹지? 그 또한 입으로 들어가. 그런데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지. 약이든 음식이든 잘 못 먹으면 죽는다는 거야. 그렇지만 들어가는 것은 본인만 해당해.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렇구나! 조심해야겠네? 또 다른 게 뭐가 있지?”

“또 있지~ 이것은 정말 중요해. 세상의 존립과 만물의 생사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야~ 무섭다. 너무 겁주지 마. 그게 뭔데?”

“나, 입을 통해 나오는 거야. 이것을 말이라고 하는데, 정말 무시무시해. 아마 성인도 통제가 어려울걸. 물론 좋은 말도 있지. 용기와 격려, 위안, 길 안내등. 그런 말 때문에 살아간다고 할 수 있어”

“좋기만 하구만, 무시무시하다니 뭐가 문제야?”

“만물의 소통수단은 말(신호)과 글(기호)이라 할 수 있지. 말은 글보다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줘.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말은 더 그래. 특히 독재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핵무기보다 더 무서워. 그들의 말은 초법적이고 피눈물도 없이 가혹하기 때문이지. 역사가 증명하잖아. 독재자의 사고는 정상과 상식에서 벗어나. 상상이상이고 상상이하야. 보통의 것은 독재자들에게 식상하고 시시해. 도저히 이해불가하고 용납할 수 없는 상태지.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일반인들이야. 그들은 자신들의 시각에서 독재자를 보고 판단해. 정상의 범주에 들어올 수 없는, 비정상의 사태를 정상의 시각에서 판단하는 거야. 독재자들은 대중이 그런 면에서 어리석다는 것을 알고, 그들 맘대로 하는 거야. 독재자는 세상의 존망과 만물의 생사엔 관심 없어. 국민의 행복? 독재자에겐 그런 것은 그따위야”

“맞아. 국민이 깨어 있어야 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겠구나. 올바른 국가도 세울 수 있고...”

“세상에 그냥 되는 게 없어. 신도 그냥 주지 않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는 전쟁이야. 그 전쟁을 누가 시작하지? 바로 독재자들의 말에서 시작하는 거야. 독재자는 정상적인 정신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 이를 국민들이 빨리 간파하고 대응해야 대재앙을 막을 수 있어. 보통 자연재해를 무섭다고 하지만 독재자들이 부른 재앙과 비견할 수 없을 걸”

“정말 끔찍하네? 독재자 한 사람의 말이... 전신이 먹먹해”

“독재자의 말은 이 정도에서 끝내자. 그들을 생각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흩어져.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가 있을 거야. 더 알고 싶으면 그것을 찾아봐”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지?”

“보통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잘 알듯이 한번 나온 말은 담을 수가 없잖아. 별 생각 없이 쉽게 한 말. 한마디 말이 축복도 되고, 재앙도 된다는 거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예를 한 번 볼까?”

“그래, 한번 들어보자”

“<티토>대통령과 <풀턴 쉰>대주교의 이야기야”

<이야기①>

한적한 시골 성당에서 한 소년이 신부를 돕고 있었다. 주일미사에 필요한 문서를 복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소년의 실수로 성찬용 포도주잔을 깨뜨리고 말았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신부가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고 있는 소년의 뺨을 후려치면서 버럭 소리쳤다. “이 멍청한 놈! 다시는 재단 앞에 나타나지 마라!”그 이후 이 소년은 일평생 교회당을 찾지 않았다. 바로 이 소년이 공산주의 대지도자이고 독재자인 유고연방의 [티토]대통령이다.

<이야기②>

작은 도시교회의 주일미사에서 신부를 돕는 또 한 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이 소년 역시 실수로 그만 성찬용 포도주잔을 깨뜨렸다. 곁에서 보고 있던 신부는 놀라서 벌벌 떨며 금방 울 것 같은 소년을 사랑 가득한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얘야~ 괜찮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니? 나도 어릴 때 너처럼 실수가 많았단다. 너도 크면 신부가 되겠구나!” 바로 이 소년이 저 유명한 미국의 [풀턴 쉰]대주교이다.

“들어 보니 어때?”

“말 그대로, 말 한마디의 위력이 실감되네. 말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겠어!”

“노자 제5장에 이런 구절이 있어. ‘다언삭궁(多言數窮) 불여수중(不如守中)-말이 많으면 곧 궁색해지고 중(알맞음)을 지킴만 못하다’말을 가려서 하라는 거지. 말이 많으면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되고, 그 말은 셈할 수 없는 흉재가 된다는 것이지”

“그래~ 말의 위력이 놀라울 뿐이야. 또 덧붙인다면?”

“입이 하나인 것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말라는 뜻도 있어. 신뢰의 문제이지. 세세한 설명은 불필요하지? 한 마디 말이 천지를 흔들 수 있고, 신의 말씀에 버금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 후한서에 나오는 다음 글도 참고함이 좋아. ‘이신교자종 이언교자송(以身敎者從 以言敎者訟):몸으로 가르치면 따르지만 말로 가르치면 대든다.’”

“입! 너의 의미가 새로워졌어!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인문학이 진보해도 너를 대체할 수단은 없을 것 같아. 입 너는 생명의 문이고 삶의 문이야. 네가 닫히면 생명도 죽고 삶도 없어. 그렇다고 입을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통제하지 않아도 문제인 듯 해. 시중(時中)과 중용(中庸)이란 말이 생각나. 난 그들을 알맞게라고 해석해. 알이 부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조건 있잖아. 바로 그것이 알맞은 게 아닐까? 입은 알맞은 통제가 필요해”

“너! 학습효과가 대단한데?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평화롭고 행복할 거야. 하지만 쉽지 않을 걸? 말처럼 쉽고 어려운 게 없어.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지만 대부분 남의 말과 글만 되새김 하고 있어. 진정 자신의 삶을 원하거든 한마디라도 자신의 말과 글을 해야 해. 그래야 진정한 자신으로 살지 않을까? 늘 입조심! 말조심! 고마워! 안녕!”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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