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기록 ① 시민들이 남긴 3584개 추모 메시지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의 글귀들이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의 글귀들이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태원 참사 현장과 맞닿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에는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부터 하나둘 추모 메모와 편지가 붙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 참사 생존자, 구조에 나섰던 시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목격자, 안타까운 마음에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은 손바닥만한 쪽지에 모두 담기지 않는 마음 몇 줄을 남겼다.

<한겨레>는 참사 이튿날부터 지난 7일까지 9일 동안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의 마음 3584개, 14만8398자를 흩어지지 않게 하나하나 글로 옮겨 붙잡았다. 글자판이 아닌 손글씨로 오랜만에 눌러썼을 추모글은 단정하거나 서툴었다.

“못다 핀 청춘들아 하늘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꽃다운 나이에 못 이뤘던 꿈 하늘에서는 마음껏 펼치길 기도합니다” “아름다운 20대의 청춘이 이렇게 빨리 져서 안타깝습니다. 부디 이 세상에서 못 이룬 꿈을 저기서는 맘껏 이루세요”.

젊은 나이에 제대로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하늘로 떠난 희생자들을 마음 아파하는 표현이 특히 많았다. 3584개 쪽지에서 576차례 등장하는 ‘부디’, 371차례 쓰인 ‘마음’, 각각 227차례와 124차례 적힌 ‘꿈’과 ‘청춘’은 갑작스럽게 떠난 젊음에 보내는 애도였다. 희생자의 가족과 지인 등은 기억(213차례), 우리(198차례), 친구(192차례), 사랑(189차례)이라는 말로 더 이상 그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슬퍼했다. 여기가 아닌 ‘그 곳’에서는 고통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많았다. ‘곳’은 1217차례 적혔다.

‘잘못’은 159차례 쓰였지만,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것은 아니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들의 잘못이 절대 아닙니다”처럼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각의 분위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였다. 국가(67차례), 정부(24차례), 책임(56차례)이 여러 번 쓰인 이유다.

‘어른’도 105차례 등장했다. “어른이란 것이 이렇게 부끄럽고 미안할 수가 없습니다”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하고 참담하고 부끄럽고 미안하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기성세대로서 생명과 안전을, 자유를 누릴 권리를 지켜주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아까운 아들딸,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태원 주민으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이태원 참사에서는 14개 나라에서 온 이국의 청춘 26명이 스러졌다.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로 적힌 추모의 글이 많았다. “Rest in Peace”(편히 잠드소서). 안식을 뜻하는 ‘rest’는 100차례 쓰였다.

어떻게 분석했나

<한겨레> 이태원 참사 취재팀(고병찬·곽진산·박지영·서혜미·이우연·장예지·장현은·전광준·채윤태 기자)은 10월30일~11월7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붙인 추모 메시지들을 356장의 사진에 모두 담았다. 메모가 덧대어졌거나 훼손돼 알아보기 힘든 것을 제외한 3584개의 추모글을 추려 하나하나 텍스트로 입력했다. <한겨레> 미디어기획부 테크팀은 이렇게 쌓인 14만8398개 글자를 형태소 분석기를 활용해 문자열을 분류한 뒤, 조사 등을 제외하고 11번 이상 등장하는 단어 275개를 추려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한겨레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