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정선의 또 다른 <산수도>(山水圖)가 눈에 들어온다.
강물에 작은 고깃배를 띄운 어부, 단출한 누각에서 물을 바라보는 선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강은 험준한 바위 절벽을 따라 흐르지만, 수면에는 물결이 그려져 있지 않다.
마치 우리가 어부나 선비가 된 것처럼 평화로운 마음으로 바람 한 점 없는 자연의 고요를 즐기게 된다.
이 그림은 정선이 18세기에 비단에 먹으로 그린 그림이다. 한데, 이 그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산수풍경을 그린 것으로써 정선은 산수화를 그릴 때 쌀알이 가로로 기울어진 모습처럼 붓을 옆으로 눌러 찍는 기법인 미점법(未點法)을 즐겨 사용하였다.
이 작품에서는 근경의 언덕과 나무, 그리고 원경의 산등성이 등에 그가 능숙하게 구사한 미점이 잘 드러나 있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는 정선이 '실경산수화'만을 그린 줄 알았는데, 그가 '관념산수화'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밖에 우리는 15세기 비단에 먹으로 그린 안견(安堅, ?-?)의 <산수도>
중국 원(元), 명대(明代) 문인들이 즐겨 그린 담백한 기법을 계승한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의 <산수도>
그리고 조선 말기 이재관(李在寬, 1783-1838)의 <총석정도>(叢石亭圖)
원말(元末) 사대가의 한 사람인 예찬(倪瓚)의 그림을 모방한 하련(許鍊, 1809-1892)의 <방예운림죽수계정도>(倣倪雲林竹樹溪亭圖)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근대 서화가의 거장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의 <계산추의도>(谿山秋意圖)
등을 차례로 감상하고 '선비의 벗, 사군자'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편집자 주 : 4편으로 이어집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