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아들 정해민에게 주는 엄마 정은주씨의 글

2022년 여름 강아지 초롱이와 함께한 해민
2022년 여름 강아지 초롱이와 함께한 해민

해민아 , 중학교 졸업을 축하한다 . 그간 많은 일이 있었구나 . 강아지를 키우면서 애견미용에 흥미를 갖더니 미용사가 되겠다고 했던 너 . 2 년 가까이 미용학원에 정말 열심히 다녔지 . 새벽까지 미용 기술을 연마하던 네 모습을 보면서 정말 뭔가 해내겠다 싶었다 . 미용대회에서 은상을 받기도 하고 가족들 머리의 커트와 펌은 네가 도맡아서 해주었지 .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네가 갑자기 진로 변경을 하리란 걸 엄마는 예측하지 못했어 . 어려서부터 티브이 의학 다큐를 열심히 보던 네가 정말 간호사가 될 마음을 먹었더구나 . 서점에서 간호사의 자전적 에세이를 사와서 읽는 너를 보며 엄마는 속으로 감탄했단다 . 1 년 가까이 아르바이트에도 재미를 붙여 열심이었던 네가 , 요즘 수학 공부와 일을 병행하느라 아침마다 코피를 쏟는 걸 보며 엄마는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어 . 그렇게 열심히 번 돈을 뚝 떼어 엄마가 평생 쓸 수 있는 안락의자를 선물했을 때 속으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

초등 시절 너는 외국여행을 다녀와서는 항공기 승무원이 되겠다고 공항을 찾아다녔고 , 템플 스테이에 참여하고 나서는 스님이 되겠다고 목탁을 사오기도 했지 .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했을 때 너의 청아한 목탁 소리가 집회현장에 울려 퍼졌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는구나 .

 

2010년 4살무렵 뉴질랜드 삼촌 집에서 반려견 마루와 함께한 해민
2010년 4살무렵 뉴질랜드 삼촌 집에서 반려견 마루와 함께한 해민

너는 요리도 좋아해서 반찬을 만들어 경비 아저씨께 가져다 드리거나 매년 엄마 생일에 굴을 듬뿍 넣은 미역국을 끓여주었지 . 글로 쓰다 보니 ‘ 이런 아들 있으면 나와 보라 해 ’ 하고 큰소리치던 네 말에 엄마는 새삼 공감하게 된다 . 앞으로 진로탐색도 중요하지만 네가 하는 일 때문에 너의 존재가 귀해지는 게 아니라 , 원래 네 존재 자체가 천하보다 귀하다는 걸 기억해주렴 .

아기 때 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구나 . 손 한번 씻기려 해도 잠시 내 손의 힘이 풀리면 너는 먹이를 잡아채는 날쌘 독수리처럼 주변 물건들을 잡아채 떨어뜨리고 옷을 왕창 적셔서 일순간 난장판을 만들곤 했어 . 청소기와 포클레인 , 오토바이에 대한 끝없는 흠모로 가득했던 어린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 너는 항상 자신의 물건 - 그것도 찾기 난감한 작은 열쇠 , 낙서한 종이 쪼가리 , 전자제품 부속 등등 - 이 어디 있는지 찾아달라고 울먹이곤 했어 . 그래서 엄마가 이 가훈을 생각해낸 거야 . ‘ 애써 찾지 마라 , 이사 갈 때 나온다 .’ 집안에서 잃어버린 건 이사 갈 때 나올 테고 집 밖에서 잃어버렸다면 애초부터 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길 바라면서 말이야 . 잃은 대상이 사람이라면 눈물이 나겠지만 정말 네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꼭 다시 만날 수 있단다 . 저 세상으로 이사 가서라도 만날 수 있어 . 그러니 조금만 아파하렴 . 잃어버린 모든 것은 이사 갈 때 나온단다 .

2017년 5월, 해남 대흥사 템플스테이 중 스님의 명을 받아 차를 우 려내고 있는 해민
2017년 5월, 해남 대흥사 템플스테이 중 스님의 명을 받아 차를 우 려내고 있는 해민
 템플스테이 당시 대흥사 숙소에서 개구쟁이 놀이를 하고 있는 해민
 템플스테이 당시 대흥사 숙소에서 개구쟁이 놀이를 하고 있는 해민

중학생으로 보낸 3 년간 울고 웃었던 시간이 앞으로 네 삶에 커다란 자양분이 될 거야 . 친구와 함께 제주도 지인 댁을 방문할 계획을 짜기도 하고 , 고교 진학 전에 혼자 뉴질랜드 삼촌 댁으로 여행할 결심을 한 너 . 점점 엄마 품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가는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구나 . 사랑한다는 말로는 모자란 어미의 심정을 담아 너를 응원하고 축복한다 . 앞으로 살아가며 커다란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기억하렴 . 그 장애물 자체가 너에게 열쇠가 되고 또 다른 문이 되리라는 걸 . 다시 한 번 엄마의 마음을 전할게 . “ 해민아 , 졸업 축하해 ! 태어나줘서 고마워 !”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는 곳 : 한겨레온(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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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한겨레> 지면에 2023년 1월9일 게재된 글입니다. 
* <한겨레> 기사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74898.html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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