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제대한 이성우에게 주는 엄마의 글

2001년 4월 늦둥이 아들 이성우군의 돌잔치 때 가족 사진이다. 성우의 볼에 아토피 자국이 보인다
2001년 4월 늦둥이 아들 이성우군의 돌잔치 때 가족 사진이다. 성우의 볼에 아토피 자국이 보인다

지난 2000년 봄이었지. 누나 둘을 낳고 십년 터울로 늦둥이인 너를 가졌을 때 , 엄마는 솔직히 기쁨 반 근심 반이었단다 . 늦은 나이에 출산과 육아를 또 다시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았거든 . 대한민국의 ‘직장맘’으로 세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정말 큰 용기를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란다 .

2000년 작은 누나가 아기 성우를 예뻐하며 안아주는 모습
2000년 작은 누나가 아기 성우를 예뻐하며 안아주는 모습

하지만 너를 낳은 순간부터 그 근심을 다 덮어버릴 만큼 너는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을 주는 소중한 아가였어 .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두 누나가 너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는 우리 집안의 재롱둥이이자 참으로 감사한 존재가 되었단다 .

아토피와 천식 등으로 잦은 병치레를 할 때에는 나이 많은 엄마에게서 태어나서 그런가 ?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 . 이런저런 고비도 많았지만 비교적 무탈하게 , 그리고 똘똘하게 잘 자라 주어 너무 고마웠단다 . 그렇다고 늦둥이의 육아가 쉬운 것만은 아니었어 . 어서 육아의 부담에서 해방되기만을 바랐지 .

 

2003년 무주 스키장으로 가족 여행을 간 사진
2003년 무주 스키장으로 가족 여행을 간 사진

하지만 네가 아들이었기에 누나들하고는 또 다른 걱정이 있었어 . 언젠가 자라면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상상조차도 하기 싫은 일이었거든 . 엄마는 그럴 때마다 희망을 품었단다 . ‘ 네가 자라서 군대에 가야 할 시대에는 아마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어서 우리 아들이 고생하지 않아도 될 거야’라는 바람이었지 .

하지만 귀염둥이 늦둥이가 어느새 자라서 입영 통지서가 온 날 , 또 다시 엄마의 근심은 시작되었어 . 너는 아토피와 천식이 심하고 발목 수술까지 받아서 현역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되었단다 . 어떻게든 너를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 고심하며 머리를 굴리는 나를 보고 네가 한 말이 기억난다 .

“ 엄마 ! 저는 엄마의 아들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 이 정도 병은 병도 아니에요 가서 열심히 훈련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되어 돌아올게요 . 걱정 마세요 .”

말은 이렇게 씩씩하게 했지만 입영 날이 다가올수록 초조해하는 네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단다 . 그리고 분단이 된 지 70 여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통일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현실을 한탄하며 , 별 노력도 보이지 않는 듯한 남북한 정치인들을 욕하며 ,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는 수밖에 없었지 .

2021년 부대에서 유격 훈련을 마치고 찍은 단체 사진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 18 개월이 흘러 지난해말, 너는 아무 탈 없이, 씩씩하게 군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우리 곁으로 돌아와 주었어 . 물론 그 기간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무시무시한 미생물이 전 세계를 떠돌며 난동을 해대는 바람에 훈련의 강도는 예전보다 많이 약하긴 했겠지 .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 면회를 자주 못 가서 아쉽기도 하고 사실은 조금 편하기도 했단다 .

2021년 성우가 천식으로 국군병원에서 진료 받던 날. 엄마와 함께
2021년 성우가 천식으로 국군병원에서 진료 받던 날. 엄마와 함께

어쨌든 그 모든 난관을 잘 헤치고 무사히 제대해 주어서 너무너무 대견하고 고맙다 . 다시 복학해서 열심히 학교 다니는 모습도 흐뭇하다 .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팬데믹 현상으로 청춘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는 게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 취업 준비 등으로 바쁘더라도 나는 네가 마음껏 청춘을 즐겼으면 좋겠다 . 연애도 눈물 나도록 해보고 ..., 벌써 알아서 잘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만 .

얼마 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을 때 , 자고 있는 네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안도를 했던지. 그러면서 동시에 한없이 밀려오던 죄스러움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 내 아들이 거기 그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었던 그 날, 수많은 무고한 청춘들이 스러져간 그 날, 우리 어른들은 뭐하고 있었는지. 어떤 식의 사과를 하더라도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진심어린 사과와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하겠지 .

보배 같은 우리의 아들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여 봉사하고 있으니, 그 나라는 우리의 아들 , 딸들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 살고 싶은 나라 ,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 엄마도 조금이나마 노력하마 . 우리 아들이 군대에 가서 18 개월 동안 흘린 땀들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함께 협력하여 살만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꾸나 . 누구도 억울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 갈 수 있는 나라로 말이야.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기사 보내는 곳 : 한겨레온(mkyoung60@hanmail.net)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기사 보내는 곳 : 한겨레온(mkyoung60@hanmail.net) 

 

* 이글은 <한겨레> 지면에 2023년 1월9일 게재된 글입니다. 
* <한겨레> 기사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74899.html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경애 편집위원  ccandori@hani.co.kr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