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적약자와 함께 하는 미사
유족들 연대 호소, “믿고 의지할 곳은 국민뿐”

1월 26일 저녁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영원한 안식과 유가족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하여' 미사를 봉헌했다. ⓒ배선영 기자
1월 26일 저녁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영원한 안식과 유가족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하여' 미사를 봉헌했다. ⓒ배선영 기자

27일 저녁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봉헌하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가 이번 75차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봉헌됐다.

유가족 23명이 참석했고, 미사는 유경촌 보좌주교를 비롯한 서울대교구와 안광훈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등 수도회 사제 30여 명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이날 미사 봉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고, 진상규명까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편지로 마음을 전한 희생자 김지현 씨(프란치스카)의 어머니 김채선 씨(엘리사벳)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함께한 미사와 정순택 대주교의 이태원 분향소 방문도 감사했다며, 주교님, 신부님, 수녀님, 시민대책위가 유가족에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유가족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이 현실에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는 것을 참아내고 억누르며 지내고 있다는 그는, 정부를 믿지 못하고 외롭게 투쟁해야 할 것 같다며, 믿고 의지하고 기대할 곳은 국민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정민 씨(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도 박해와 무관심으로 고통 속에 있어 유가족들이 진정한 위로와 위안을 받기가 힘들다고 호소하고, 2월 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에 관심을 당부했다.

강론에서 하성용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보편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공감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가치라며,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촌 주교도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이 제대도 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희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 힘을 모으고 유족들과 연대하자고 당부했다.

“22년간 행복만 주고 간 딸”

“자기 용돈 벌어 쓰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 2시 전에는 잔 적이 없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난 22년간 행복만 주고 갔어요. 자식을 잃은 마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미사가 끝난 뒤 성당을 나서면서 만난 유가족 유 미카엘 씨는 미사를 드리면 마음이 편안해지지만 세상에 나오면 다시 자꾸 슬퍼진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은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국민이 같은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딸 유연주 씨(가타리나)의 꿈은 경찰관이었다. 유연주 씨의 다이어리에는 공부할 것들, 아르바이트 일정, 강의 계획들과 “나는 거북이, 토끼를 따라잡자. 뛰자, 쉬자, 다시 뛰자”라는 다짐의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유 씨는 유품을 정리하다 읽은 딸의 다이어리를 평생 버리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유 씨는 “정식으로 그날 어떻게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고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화해해야 치유가 된다. 감옥에 보내고 형을 집행하라는 게 아니다. (진상규명이 된다면)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971

 

가톨릭 지금여기 배선영 기자  hanion@hani.co.kr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