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 잠이 깨어 일어났다.
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린다.

저녁에 충전하기 위해 꽂아둔 폰을 열었다. 송지연! 멀리 스위스 알프스 어느 산골에 산다는 지연이로부터 카톡이 왔다.

지연이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를 한 달 앞둔 11월24일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그래서 올여름 혼자 사시는 아빠와 함께하기 위해 나왔다가 지난 8월15일 돌아갔다. 지연인 현재 그곳에서 치유사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카톡을 열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하고 안부를 묻고,  "제가 돌아왔을 땐 스위스도 참 더웠는데, 이틀 전부터 비가 오더니 선선해졌어요",  "저는 지난주에 나흘 동안 알프스 산속에서 기공 명상 코스를 열었어요" 하고 근황을 알렸다.

그리고 다시 2018년 엄마가 자기 집에 오셨을 때 한 밤중에 일어나 엄마랑 쏟아지는 별이랑 은하수를 봤던 그때를 회상하면서 "아저씨, 엄마가 몹시 보고 싶어요" 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옆에 있으면 꼭 안아주고 싶었다. 바로 답글을 썼다.

새벽 3시, 문득 잠이 깨어 일어났다. 어젯밤 충전하기 위해 꽂아둔  폰을  들어 검색해 보니 '송지연', 네가 살며시 와 있더구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 마치 너를 만난 듯이 말야.

아저씨도 네 글 읽으며 알프스 어느 깊은 골짜기에서 너희 일행과 함께 명상하는 착각에 빠졌단다. 언제 아저씨도 한번 너와 함께 그런 체험해 보고 싶구나! 나도 이 글 읽으며 너와 함께 쏟아지는 별 바라보는 엄마를 상상하며 엄말 그리워했다.

지연아, 지난 22일이 칠석이었단다.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그날 밤 난 우리 집 테라스에 올라 밤하늘 바라보며

天際夜色凉如水
坐看牽牛織女星

하고 읊었다.

하늘가 밤빛은 물처럼 싸늘한데,
견우와 직녀성을 오두마니 바라 보네.

지연아, 네가 엄마 그리워하듯 그날 밤 은하수 바라보며 "견우와 직녀는 일 년에 한 차례라도 저렇게 만나건만..." 하며 아줌마 한솔을 그리워했단다.  ㅎㅎㅎ

참! 지난주 토요일(26일)엔 제자 하계모임 참석차 1박 2일로 여수 다녀 왔다. 전국에서 부부 동반으로 16명이 참석했다. 첫날 밤엔 배 타고 여수 야경 구경했다.

힐링 요트 안에서
힐링 요트 안에서

크루즈선이 들어올 무렵 관광객을 위해 불꽃놀이를 하는데, 정말 장관이더라.

여수를 여러 차례 다녀왔어도 야경, 불꽃놀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푸른 하늘, 그리고 밝은 달. 그때 누군가 노래를 불렀다. 공주 연춘당 한의원 문 원장의 아내였다.

거북선대교 위에 뜬 달
거북선대교 위에 뜬 달

"사랑해 당신을..."
마치 아내 한솔을 대신해 내게 부르는듯 했다. 

그다음 날은 봉화산 산림욕 숲길을 맨발로 걸었다.

숲속의 호수, 그리고 실개천!

황톳길을 걷고 계곡물에 발을 씻으며 담소하고 있다
황톳길을 걷고 계곡물에 발을 씻으며 담소하고 있다

秋靜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繫蘭舟
逢郞隔水投蓮子
畏被人知半日羞

문득 허난설헌의 <채련곡>(採蓮曲)이 떠올라 읊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실개천에 발을 담그고 발가락 누가 많이 벌리나 내기도 했단다.

누가 더 넓게 펴나?

오랜만에 제자들과 즐겁게 지냈다.

오늘은 제자 한방병원에 재활치료 받으러 가는 날이다. 치료 마치고 제자랑 점심 먹기로 약속했다. 아저씨 다녀올게!

지연아,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2023.8.29. 새벽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아저씨가 스위스 지연에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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