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전망대

지연이, 답글이 늦었지?
계절 탓이라네!
ㅎㅎㅎ

여기저기서 가을이 온다고 손짓해 마중하느라 늦었네.
그래, 어디 다녀왔냐고?
고향 땅 연천, 민통선 안 '태풍전망대' 다녀왔네.

지난 9일 한글날, 친구들과 함께 한강 변 자유로를 따라 얼마쯤 가다 다시 임진강변 통일로를 따라 차를 몰았네.

그날따라 하늘이 유난히도 맑고 푸르더군!  여기에 강물조차 맑으니 마음 또한 맑더군!

天淸水淸又心淸!

검문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얼마간 달리니 고지 위에 전망대가 있더군. 그곳은 행정상 연천군 중면 횡산리로 한국전쟁 전엔  안동권씨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았던 곳이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민통선 안이네.

헌데, 그 안에 유일하게 '연강 갤러리'가 있고, 주위를 '임진강평화습지원'으로 조성해 '태풍전망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곳에 들려 힐링을 하더군.

우린 바로 전망대로 올라가 멀리 북한 땅을 바라봤네.

태풍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
태풍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북한 땅, 그곳이 임진강 상류로 옛 삭령 땅이네. 6.25전엔 많은 사람이 살았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GP만 보이고 누렇게 가을이 와서 놀고 있더군!  하늘은 푸르고 땅(벌판)은 누렇다는 <천자문> 글귀 '天地玄黃' 그대로더군!  누가 북쪽(북한)을 붉다 하는가?

저렇게 남쪽(남한)과 같이 하늘이 푸르고 땅이 누런데...

지연이, 북쪽 하늘 바라보며 '평화통일' 기원했네.

忠心爲國祈三寶
統一山川願速成
民族千年永和合
子孫萬代大繁榮

충성된 마음으로 삼보(三寶; 佛. 法. 僧)전에 바라오니 남북의 산천이 하루 속히 하나로 통일되게 하여 주시고, 민족이 천년토록 영원히 화합하여 자손만대로 크게 번영케 하여 주옵소서!

평화통일 기원 시비
평화통일 기원 시비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다시 옆을 보니  다산(茶山)의 '우화정에 올라(登羽化亭)' 시비가 있더군.

여기서 바라보이는 임진강 상류에 조선시대 (1667, 효령8) 삭령 군수 이산뢰(李山賚)가 정자를 짓고 미수(眉叟)허목(許穆)이 정기(亭記)를 지어 건 '羽化亭'이 있었네.

헌데, 1794년에 정조의 총애를 받던 다산이 33살 때 암행어사가 되어 이곳 연천에 왔었네. 그때  우화정에 올라 지은 시가 있네.  옆에 시비가 바로 다산이 그때  지은  '우화정에 올라'(登羽化亭)이더군!

碧澗銜沙觜
紅亭枕石頭
聊因王賀職
兼作謝公游
小雪依山屋
孤煙河峽舟
窮閭有愁歎
不敢戀淹留

푸른 냇물 모래톱 싸고  도는 곳,
단장한 정자 돌머리 위에 서 있네.
암행어사의 직책으로 왔으니,
사령운의  산수유람도 겸하고 있어라
흰 눈은 산골 집 지붕 위에 남아 있는데,
쓸쓸한 연기 속에 배를 타고 내려온다. 
가난한 시골 마을에 근심과 탄식만이 서려 있으니
더 오래 머물 생각나지 않네!

다산 정약용 시비 (우화정에 올라/登羽化亭)
다산 정약용 시비 (우화정에 올라/登羽化亭)

다산은 이처럼 우화정에 올라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백성들의 고달픔을 읽고 슬퍼했네.

                 窮閭有愁歎  不敢戀淹留

지연이, 난 북녘 하늘 바라보며 이 시 읊고 또 읊었네.

한데 있지!  그 시 다시 보니 여섯째 줄 "孤煙河峽舟"에서 '河'가 잘못됐더군. '河'는 이 물 하(河)가 아니라 아래 하(下) '下'를 써야 하네. 내려간다는 뜻일세.

황혼이 깃들 무렵 전망대 내려와 연강 갤러리 들러 <DMZ 전시; 체크포인트, 2023> 관람했네.

DMZ 전시; 체크포인트, 2023
DMZ 전시; 체크포인트, 2023

 

마키코쿠도의 <같은 추억, 2023>
마키코쿠도의 <같은 추억, 2023>

다시 내려오다 보니 때맞춰  '임진강 댑싸리 공원'에서 댑싸리 축제 하더군!
한 컷 찍었네.

임진강 댑싸리 공원에서 한송
임진강 댑싸리 공원에서 한송

오면서 차 안에서 혼자 미친 듯 "평화! 평화!"하며 중얼댔네.

주님, 온 누리에 평화를 주옵소서!

2023. 10. 12. 오후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아저씨가 알프스 어느 산골 마을에 사는 
사랑하는 지연이에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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