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자로(子路, BC543-BC480)가 선생님께 '완성된 사람의 특성'에 대해 물었다.

 

이에 관해 공자께선
" 장무중(藏武仲)의 지혜, 공작(公綽, 성은 孟)의 청렴, 변장자(卞莊子)의 용맹, 염구(冉求)의 기예를 지니고 있으면서 예(禮; 예의)로 절제하고 악(樂; 예술)으로 품격을 아름답게 가다듬는 자면 '완성된 사람'(成人) 이라 할 수 있다." 하셨다.

그리고 다시 이어 "요즘 말하는 '완성된 사람(成人)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겠지?"

하시면서 "오늘날엔 이익이 생기면 옳음을 따져보고(見利思義), 공동체의 위기를 만나면 목숨을 바치고(見危授命), 고생 끝에 성공한 뒤 평소에 했던 약속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완성된 사람'(成人) 이라 일컬을 만하겠지."

(子路問成人, 子曰 若藏武仲之知,公綽之不欲,  卞莊子之勇, 冉求之藝, 文之以禮樂, 亦可以爲成人矣. 曰今之成人者 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하셨다.

<논어> '헌문'(憲問) 편 제13장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자께선 '완성된 사람', '成人'의 개념을 시대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정의하셨다.

즉 '知(지식)', '不欲(청렴)', '勇(용기)', '藝(예술)'가 '成人(완성된 사람)'의 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보시고 그런 자질을 갖춘 위에 예악(禮樂)으로 수식(修飾)해야 참된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오늘날에는 성인이라 해도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다 하셨다. 즉, '見利思義', '見危授命'을 성인의 시대적 사명으로 강조한 것이다. 여기서 앞의 '利'는 개인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은 물론 공동체의 이익을, 뒤의 '危' 또한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위태로움으로 국가의 위기상태를 가리킨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여순 감옥에서 일본인 간수에게 써주셨다는 "見利思義, 見危授命"(동아대학 박물관 소장) 유묵(遺墨)도 바로 그런 정의감에서 쓰신 것이 아닐까?!

동아대학 박물관 소장, 안중근 의사 유묵
동아대학 박물관 소장, 안중근 의사 유묵

<교수신문>에선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見利忘義'를 선정했다.(<교수신문>, 2023.12.12. 제1191호)

교수신문의 見利忘義. 의로움을 잊고 오로지 이익만 챙긴다는 뜻이다. 물론 이 말은 위의 <논어>에 나온 '見利思義'에 대한 반어체(反語體)이다.

즉 '見利思義'는 이익이 눈앞에 생기면 이것이 취해도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취하라는 경계의 글이고, '見利忘義'는 요즘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도 없이 눈앞에 이로움이 있으면 의로움을 망각하고 바로 이로움을 취한다는 현장 고발의 글이다. 즉, 이로움을 보자 바로 의로움을 잊는다는 말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전북대 김병기 명예교수(중어중문학)는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우리 사회에 '見利忘義'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사자성어를 선정한 교수들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 떳떳하지 못하고, 고위 공직자의 개인 투자와 자녀 학교 폭력에 대한 대응, 개인 이익을 핑계로 가족과 친구마저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또 어느 교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무는 팽개치고 권리만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그래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현직 의원과 예비 후보가 공천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대의'(大義)와 '가치'(價値)가 상실되어 '이익 추구로 가치 상실'의 시대가 되고 있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오늘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해졌다.

안중근 의사는 당시 여순 감옥에서 "見利思義, 見危授命"을 쓰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지금은 당시와 같이 나라를 빼앗긴 망국의 시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이 '見利忘義'가 많은 교수(1,315명 중 396표로 30.1%)의 가슴을 절실하게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만일 오늘의 이 현실에서 자로가 공자에게 "오늘날의 '성인'의 덕목이 무엇입니까?"하고 다시 묻는다면 공자께선 또 무엇이라 말씀하실까?

先公後私! 公明正大! 어느 때 보다 사회 지도층들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몸소 '의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지금 용산국립중앙박물관에선 "탕탕평평 -글과 그림자의 힘-"(2023. 12. 3(금) - 2024. 3. 10(일))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2023. 12.16

김포 여안당에서
수염많은 늙은이
한송 쓰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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