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원형극장(Roman Theatre)  

히에라폴리스에서 가장 웅장한 건물은 로마 원형극장이다. 히에라폴리스 북동쪽에 기원전 2세기에 세워진 그리스 극장이 있었다. 서기 60년 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여기서 나온 건축 자재를 활용하여 2세기 초반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현재 자리에 극장을 건축했다.  

3세기 초반 로마 황제 셉티무스 세베루스는 무대 전면을 새롭게 개조했다. 3층 구조에 10개의 정교하게 조각된 코린트식 기둥을 설치하고 엔타블레이처를 각종 부조와 조각으로 장식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좌석도 석회암에서 대리석으로 교체했다. 서기 352년, 콘스탄티누스 3세 때 무대와 객석 사이 반원형 공간인 오케스트라 구역을 물이 채워질 수 있도록 개조했다. 이에 해전 장면이 공연될 수 있었다.

로마 극장의 무대 전면 
로마 원형 극장의 무대 전면 

무대는 너비는 40m, 깊이는 9m다. 오케스트라 영역은 너비 21m, 깊이 14.5m다.  좌석은 너비 103m, 깊이 72m다. 15,000명까지 앉을 수 있는 좌석은 9 섹터로 나뉜다. 섹터와 섹터 사이에 오르막 계단식 통로가 있다. 전체 좌석 중간에 가로로 긴 통로가 있어 위·아래 좌석으로 구분된다. 아래 좌석은 20줄이고 가운데 아치형 통로가 있다. 위에 좌석은 25줄이다. 원래는 50줄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형극장을 보고 그 위용에 놀랐다. 너비가 100m라고 해서 그렇게 작다고? 생각했다. 아마 깊이까지 더해지니까 더 거대해 보이지 않았나 싶다. 

로마 극장
로마 원형 극장

7세기 일어난 지진으로 극장은 완전히 붕괴했다. 이후 도시는 버려졌다. 18세기 이후 튀르키예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 의해 히에라폴리스 흔적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 과정을 밟게 된다. 2004년~2014년 동안 히에라폴리스의 가장 중요한 복원 대상이었다.

이 로마 원형극장을 보러 가기 전, 가이드는 안전을 당부했다. 가서 보니 계단이 팔랑팔랑 다니기는 좀 높고 폭이 좁았다. 눈도 시원치 않아, 내려가 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 맨 꼭대기 통로를 걸어가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입구 계단 통로에서 여성 한 명이 고꾸라져 몇 계단을 굴렀다. 심하게 다쳤는지 혼자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응급차를 불렀다. 여행 가서 사고 나지 말아야지. 여러 가지로 일이 꼬여 같이 온 일행에게도 피해를 주는 거다.

짐나지움에서 순교자 성 필립 성당까지는 도보로 3분 
짐나지움에서 순교자 성 필립 성당까지는 도보로 3분 

순교자 성 필립 추모 성당(martyrium of St Philip)

순교자 성 필립 추모 성당엔 가지 않았지만, 이곳은 지나칠 수 없는 유적이다. 히에라폴리스 기독교 시대에 가장 중요한 유적으로 꼽힌다. 아쉬운 마음에 건너뛰지 못하고 간단히 소개한다. 

순교자 성 필립 추모 성당(사진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Martyrium_of_St._Philip,_a_church_with_an_octagonal_core_built_in_the_5th_century_AD_on_the_summit_of_the_hill,_Hierapolis,_Phrygia,_Turkey_%2832371340645%29.jpg)
순교자 성 필립 추모 성당(사진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Martyrium_of_St._Philip,_a_church_with_an_octagonal_core_built_in_the_5th_century_AD_on_the_summit_of_the_hill,_Hierapolis,_Phrygia,_Turkey_%2832371340645%29.jpg)

'Martyrium of St Philip'에서 'martyrium'이란 말은 순교자에게 헌정된 신성한 건물을 말한다. 서기 80년 사도 필립은 그리스, 스키타이, 리디아, 프리기아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붙잡혀 처형당했다. 서기 313년 밀라노 칙령을 통해 기독교가 공인된 후, 5세기 전반에 필립이 순교한 장소에 추모 성당이 세워졌다. 동로마 황제의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한다. 

​순교자 성 필립 추모 성당. 가운데 바닥에 중앙홀의 흔적이 있다. (사진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Martyrium_of_St._Philip,_a_church_with_an_octagonal_core_built_in_the_5th_century_AD_on_the_summit_of_the_hill,_Hierapolis,_Phrygia,_Turkey_%2832270628442%29.jpg)
​순교자 성 필립 추모 성당. 가운데 바닥에 중앙홀의 흔적이 있다. (사진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Martyrium_of_St._Philip,_a_church_with_an_octagonal_core_built_in_the_5th_century_AD_on_the_summit_of_the_hill,_Hierapolis,_Phrygia,_Turkey_%2832270628442%29.jpg)

이 성당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독창적인 구조다. 한가운데 20m x 20m 크기 팔각형 중앙홀이 있었다. 납 타일로 덮인 나무 돔을 가진 홀이었지만 현재는 바닥 흔적만 남아 있다. 이 중앙홀의 팔각면에 직사각형 방 8개가 빙 둘러있다. 각 방은 3개의 아치 통로를 가졌다. 4개는 교회 입구로, 나머지 4개는 예배당으로 사용되었다. 8개의 방 사이에는 삼각형 애프스(Apse)가 있는 예배당도 있었다. 전체 예배당은 대리석 아케이드로 둘러싸여 있었다. 아케이드에는 32개의 작은 방이 있었는데 순례자들이 머물렀던 방이라 한다. 

Martyrium of St Philip의 평면도(사진 출처( https://twitter.com/ByzantineLegacy/status/1399409969842196480/photo/4))
Martyrium of St Philip의 평면도(사진 출처( https://twitter.com/ByzantineLegacy/status/1399409969842196480/photo/4))

왜 이 성당은 팔각형을 고집했을까? 기독교에서 숫자 8은 영원을 나타낸다. 창조의 6일과 안식의 7일 후  여덟째 날은 예수의 부활, 신자의 부활의 날아다. 곧 팔각형은 부활과 영생을 상징한다. 하여 초기 기독교 시대에 예배당과 교회탑은 팔각형 구조로 많이 세워졌다고 한다. 

성 필립의 묘지(사진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yerapolis,_martyrion_di_san_filippo,_annessi_03.JPG)
성 필립의 묘지(사진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yerapolis,_martyrion_di_san_filippo,_annessi_03.JPG)

2011년에는 추모 성당에서 약 40m 떨어진 곳에서 서기 1세기에 세워진 성 필립 묘지도 발굴되었다. 

파묵칼레의 경사면을 따라 만들어진 계단식 못으로 지금은 접근 금지 구역이다(사진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amukkale_20.jpg).
파묵칼레의 경사면을 따라 만들어진 계단식 못으로 지금은 접근 금지 구역이다(사진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amukkale_20.jpg).

파묵칼레(Pamukkale)

매일 수천 명 관광객이 세계 각지에서 방문하는 파묵칼레는 단층을 뚫고 나오는 온천수로 유명하다. 뜨거운(섭씨 35℃) 물이 치유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고대인들은 기원전 2세기 말 페르가몬 왕국 때부터 온천에 몸을 담갔다. 이후 로마 시대 의사들은 류머티즘 관절염과 피부병 환자에게 이 온천수가 효과가 있다며 치료센터도 설립했다. 로마의 황제들도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이곳에서 온천욕을 즐겼다. 서기 2세기 파묵칼레 입구에는 온천수가 들어가는 공중목욕탕이 있었을 정도로 황제부터 서민까지 많은 사람들이 애용했다. .  

뜨거운 온천수 퇴적물은 파묵칼레의 독특한 지형지물을 만들었다. 하얗고 둥근 석회 덩어리가 목화같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목화를 뜻하는 ‘파묵’과 성을 뜻하는 ‘칼레’가 합쳐서 ‘목화의 성’ 파묵칼레가 되었다. 

파묵칼레의 경사면 
파묵칼레의 경사면 

파묵칼레는 온천수에 녹아있는 탄산칼슘 퇴적물이 만든 경사면과 절벽, 폭포로 이루어져 있다. 평원 위에 솟아오른 200m 높이 경사면은 약 6㎞가량 길게 뻗어 있다. 그 경사면의 윗쪽 3분의 1을 따라 계단식 논처럼 못(pool)이 있다. 

경사면을 따라 만들어진 못
경사면을 따라 만들어진 못

탄산칼슘 퇴적물은 온천수가 흐르는 파묵칼레의 모든 지형을 눈부신 흰색으로 코팅한다. 온천수가 흘러가는 모든 곳에는 조금씩 쌓이는 퇴적물이 아주 작고 귀여운 못도 만든다. 신기하다. 

파묵칼레에 도착하기 전 버스에서 가이드가 실망스러운 말을 했다. 과거에 파묵칼레에 와본 사람이나 파묵칼레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너무 기대하지 말란다. 온천수가 줄어서 파묵칼레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거다. 3년 전 올라온 'KBS 동영상 : 걸어서 세계 속으로' 20분에 나오는 영상에선  콸콸 쏟아지는 온천수를 설명하며 1초에 25리터가 나오고 예나 지금이나 수량이 줄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저 하얀 절벽을 보면 '이럴 수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KBS 동영상 :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  뜨거운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곳이다.  이 못에서 사람들이 수영도 즐겼다. 지금은 폭포수가 거의 흘러내리지 않는다. 물의 깊이도 어른들 종아리도 안 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보호 차원에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발을 담글 정도의 물만 내보낸다는 거다. 온난화로 가뭄이 와서 그렇다고도 하고... 주변에 온천수를 끌어가는 시설들이 많아지면서 온천수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고도 하고....

정말 발을 담글 정도의 물만 흐르기 때문에 멀리서 온 관광객들은 테라스 옆 좁은 수로에 앉아 온천수에 발이라도 담가보면서 사라진 파묵칼레를 즐겨보고자 애쓴다. 

한 아가씨는 석회 덩어리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 가엾은 나의 파묵칼레여... 나를 두고 어디 갔느냐?"

보호 차원이라면 앞으로도 예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겠지. 그 아름다운 경관은 이제 아쉬움이 가득한 장소로 기억 속에 남겨야 하나~  그런 성급한 생각이 든다. 

 

​분홍 부분이 애프스(사진 출처 : 위키백과)
​분홍 부분이 애프스(사진 출처 : 위키백과)

- 애프스(Apse) : 교회(성당) 건축에서 가장 깊숙히 있는 부분으로 주 보랑에 둘러싸인 반원형 공간이다. 예배자가 성당의 중앙으로 들어와 가운데 통로를 통해 바로 보게 되는 정면이므로, 주로 이 곳에 제단이나 유물이 놓인다(위키백과).

 

참고 사이트 : 다음 백과. 위키 백과 
참고 사이트 : 유네스코와 유산 : 히에라폴리스와 파묵칼레
참고 사이트 : https://ancienttheatrearchive.com/theatre/hieropolis-modern-pamukkale-turkey/
관련 기사 : https://www.biblicalarchaeology.org/daily/biblical-sites-places/biblical-archaeology-sites/tomb-of-apostle-philip-found/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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