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편집자 주-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일본의 개호보험제도를 가장 많이 참고해 만들어졌다. 양국은 개인, 국가 및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사회보험방식’과 ‘공적 부조’의 형식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보험자 및 관리운영기관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일임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맡는다. 신청자의 가구에 방문해 인정 조사를 실시하고, 등급판정위원회가 등급을 판정하는 등의 역할을 공단이 아닌 지자체가 수행하는 것이다. 서비스제공기관에 지불하는 비용 또한 시정구촌(지방자치단체)이 대부분 지급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요개호 인정자’(한국의 장기요양 등급 인정자)의 증가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지자체는 요개호 인정자 비율을 낮추는 데 적지 않은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형 통합돌봄 시스템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가 일찍부터 자리 잡은 이유다. 일상 권역 단위 안에서 의료·간호·돌봄·주거·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요개호 인정 단계에 진입하기 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초지자체 역시 장기요양 등급자 및 등급외자 중 기초수급권자 등을 대상으로 장기요양급여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옥천군이 올해 노인장기요양기관 시설·재가급여에 투입한 예산만 30억원이 넘는다.

일본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와코시(市)는 개호보험제도를 넘어 지역 실정을 반영한 개호 예방 체계인 지역포괄케어를 20년째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개호보험의 요개호 인정자 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 중 하나가 됐다.

일본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와코시(市)는 국가의 개호보험제도를 넘어 지역 실정을 반영한 개호 예방 체계인 지역포괄케어를 20년째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개호보험의 요개호 인정자(한국의 장기요양 등급 인정자) 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 중 하나가 됐다.
일본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와코시는 도쿄권의 베드타운으로 성장해왔다. 도쿄도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고 교통 편의성이 높아 인구도 증가 추세에 있다. 올해 기준 와코시의 인구는 8만4천여명이다. 젊은 층의 인구가 늘고 고령화율도 전국 평균보다 10%p 이상 낮은 18%(2020년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카이 세대(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고령층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고령층이 늘어났고, 지난해엔 후기 고령자 수(75세 이상)가 전기 고령자(65~74세)의 수를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아울러 단카이 자녀 세대가 65세 이상 고령으로 진입하는 2040년부터는 지자체의 보험 재정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와코시는 이를 대비한 지역포괄케어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 “이대로는 서비스 파탄”… 지역포괄지원센터 거점으로 개호 예방에 중점 둔 지역포괄케어 시행한 와코시, 개호보험 인정자 비율 낮춰

와코시는 ‘와코시 개호 보험 조례’에 따라 ‘와코시 개호 인정 심사회’를 두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설치·운영하는 한국의 등급판정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자다. 재원은 국가 및 지자체의 세금이 50%, 개호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50%를 차지한다. 와코시의 개호보험 재원은 △국가 25% △와코시(기초지자체) 12.5% △사이타마현(광역지자체) 12.5% △65세 이상 피보험자 23% △40~64세 피보험자 27%로 마련된다. 와코시를 비롯한 일본의 지자체들은 개호보험 인정자가 늘어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는 구조를 안고 있다. 

이에 와코시는 전국 다른 지자체들보다 앞선 2001년부터 지역 내 생활권을 중심으로 의료·간호·예방·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를 끌어 모았다. 동시에 개인의 건강 문제를 다루고 지역의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지역케어회의 기반을 구축했다. 거주하던 곳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기 전 ‘예방’을 통해 개호보험 인정 비율을 낮춰 재정 부담을 덜고자 ‘장수 안심 플랜’을 3년 주기로 작성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합해 지원하는 거점 시설은 ‘지역포괄지원센터’다. 개호 예방을 위한 케어 플랜을 작성해 의료·간호·개호·예방·생활 지원·영양·이동지원 등의 각종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기관이다. 아울러 고령자 확대 방지 등 권익옹호 활동과 아동과 노인이 함께 어울리는 등 지역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도맡는다. 이러한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와코시 북부·중부·남부 권역에 총 5개소가 설치돼 있다. 요개호 인정자(1~5급)와 요지원 인정자(등급 외자)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국가의 개호보험제도를 넘어, 지역 실정에 맞게 개호 예방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와코시만의 지역포괄케어를 구축하는 데 권역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와코시 건강부 장수안심과 나카노 요스케 과장은 “지역포괄케어를 실시하기 전 개호보험만으로는 서비스가 파탄날 것 같았다. 개호보험은 지역포괄케어를 바탕에 두고 운영해야 제대로 된 케어가 가능하다. 지역포괄케어는 개호보험의 한계를 보완하는 게 아니라 지역포괄케어 안에 개호보험이 들어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장수안심과 나카노 요스케 과장

이에 와코시는 2023년 기준 사이타마현 내 지자체 중 요개호 인정자와 요지원 인정자의 비율이 두 번째로 낮은 지역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피보험자의 자부담이 평균 800엔(12월14일 환율 기준 7천300원 가량) 정도 올랐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인 데다, 개호보험 회계 역시 세출 예산보다 세입 예산을 높게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와코시 장수안심과 시오카와 에리 지역지원 담당자는 “와코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간호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사업을 결합해 서비스를 받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며 “특히 와코시의 요지원 인정자 수는 사이타마현에서 굉장히 낮은 수치인데, 이는 요지원 인정자들을 대상으로 지역포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시 건강한 상태로 되돌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장수안심과 시오카와 에리 담당자


■ “한 사람의 문제를 지역이 해결 못 하면 그것은 곧 지역의 과제”… 단계별 지역케어회의로 개인 건강 문제 넘어 지역 과제 도출

전국에서도 일찍이 지역케어회의 기반을 마련한 와코시는 현재 단계별(△미니포괄케어회의 △포괄케어회의 △중앙케어회의) 지역케어회의를 통해 개인을 넘어 지역의 문제로 확장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먼저 미니포괄케어회의는 권역별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 주최해 간호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 건강 상태가 양호한 자들의 예방 계획을 다룬다. 다음 포괄케어회의도 마찬가지로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 열지만 여기에선 지역에 밀착한 개호 서비스가 필요한 요개호 인정자들의 케어 플랜을 다룬다. 포괄케어회의에는 와코시와 지역포괄지원센터에 더해 △물리치료사 △약사 △생활지원 코디네이터 등의 조언자들이 함께 참여해 대상자 개개인의 케어 플랜을 함께 살핀다. 

마지막 중앙케어회의는 와코시가 주최하고 △지역포괄지원센터 △의사 △관리 영양사 △물리치료사 △치과 위생사 △약사 △생활지원 코디네이터 등의 주체들이 조언자로 참가한다. 현재 구축된 제도로 해결할 수 없거나 다직종 서비스와의 연계가 필요한 사례를 다루는 회의다. 와코시는 여기까지가 개별 과제에 해당한다고 본다. 즉 중앙케어회의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사례가 발견되는 경우 이는 곧 지역 과제로 도출하는 것이다.

나카노 요스케 과장은 “개별 건강 문제에는 세대나 직업 등 다양한 배경이 있어 한 부분만 보면 놓치게 된다. 회의를 세분화하면 보다 가깝게 이야기를 듣기 쉽고, 다직종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검토할 수 있어 단계별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시오카와 에리 지역지원 담당자도 “지역케어회의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지원에 충실하고자 여는 회의다. 단 한 사람의 사례라도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문제를 지역이 해결하지 못했을 때 이는 곧 지역의 과제가 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마을 만들기, 자원 개발 단계로 나아간다”라고 말했다.

중앙케어회의를 거쳐 발견된 지역 과제는 ‘지역케어추진회의’로 이어져 과제를 정리하거나 정책 제안 단계까지 나아간다. 현 제도와 서비스 자원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사례에 눈 감지 않고 시 산하 ‘개호보험 운영협의회’를 거쳐 정책과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와코시는 올해부터 ‘고령자판 패밀리 서포트 사업’을 진행한다. 개호보험으로는 지원할 수 없는 △방 청소 △함께 세탁 및 요리하기 △함께 취미 생활 등 독거 노인이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의 사소한 곤란을 지역 주민이 협력 회원으로 나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와코시가 사업 사무국으로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협력 회원을 모집해 양성하고, 신청자는 이용 시간당 요금을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시오카와 에리 지역지원 담당자는 “개호보험제도 안에서는 헬퍼(요양보호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다. 창을 닦거나 아이 옷을 정리하는 등의 서비스는 법적으로 금지돼있다. 고령자판 패밀리 서포트 사업은 개호보험을 받을 수 없는 자들, 자식이 있는 자들도 신청할 수 있다”라며 “이 사업 또한 지역케어회의를 거쳐 만들어진 사업이다. 현장은 국가 보험이나 법률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지역포괄케어를 한 단계씩 발전시켜 나간다”라고 설명했다. 

개호 예방 사업에 열중인 와코시에는 5곳의 권역별로 개호 예방 거점 시설이 설치돼있다. 사진은 와코시청 인근에 위치한 마치카도 건강 상담실로, 이곳에서는 △필라테스 △미니 탁구 △골반 조정 △레크레이션 △요가 등의 운동 프로그램이 열린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글은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옮긴 이 : 김미경 편집위원

옥천신문 허원혜·이훈기자  webmaster@okinews.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옥천신문 기사더보기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