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양한 캐릭터

명상센터에서는 분기에 한 번씩 야유회를 가거나 음악회를 가곤 한다. 야유회나 음악회에서는 모든 금기가 풀린다.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다. 명상센터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야유회에 같이 갔다. 야유회에서는 잘 노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는다. 잘 놀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말 잘하는 사람이라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60대 후반의 양선생은 말 잘하는 축에 드는 경우이다. 우선 박식하고 말에 조리가 있다. 사람들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양선생의 말을 경청한다. 60대 초반인 선배도 뛰어난 학식을 지니고 있지만 양선생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린다.

그러나 어디에나 천적은 있는 법이다. 50대의 칼칼한 성격의 조선생이 양선생의 천적이다. 누구도 조선생의 여성적인 섬세함과 예리한 칼날을 피해나가기는 어렵다. 양선생도 조선생 앞에서는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는 서로를 선생이라고 부른다. 60대의 양선생은 세상사를 보는 관점이 평범하지 않다. 그의 인적 네트워크 또한 보통사람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범위가 넓고 인기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의 양선생이 금고털이 전문범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가 가입한 명상센터는 말이 센터지 명상 동호회나 마찬가지이다. 어느 종교단체에도 속해있지 않고 특정 단체가 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동호인들이 자발적으로 회비를 거둬 운영하는 센터이다. 그러나 가입과 탈퇴는 꽤나 까다로운 편이다. 센터에 가입한지 3년 이상 된 사람의 추천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한 이후라도 언행이 적절하지 않고 동호회의 취지에 맞지 않으면 탈퇴시키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만큼 얻어갈 게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장선생은 늘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는 미모의 40대 여성 작가로 얻어들을게 많다. 이를테면 "시인은 아나키스트적이어야 한다."라든가, " 번역은 반역이기도 하다" 같은 말들은 작가를 접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난생 처음 듣는 말들이다. 이 말들은, 시인은 기존의 사유체계를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외국 서적의 번역을 잘못하면 독자들을 호도하게 되는 결과를 낳으니 잘못된 번역은 문학에서의 반역(또는 반역행위) 와 같다는 뜻으로 그만큼 번역이 어렵다는 것이다.

장선생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언어를 구사할 줄도 안다.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그렇다고 교만하거나 우쭐해하지도 않는다. 명상센터에 나오는 3명의 여성 중에서 옷 입는 품새가 제법 섹시한 편이기도 하다. 반면에 장선생과 40대 동년배인 윤선생은 옷 입는 것도 털털하지만 말하는 것이 여성치고는 다소 거칠기도 하고 직선적이기도 하여 장선생과는 대조적이다. 명상모임에 참가하는 여성들치고는 캐릭터가 다양한 편이다.

장선생와 윤선생은 연령대가 달라서인지 50대의 조선생과 그리 친해보이지는 않는다. 여자들이 친하지 않다는 것은,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모종의 질시와 적개심을 품고 있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내 눈에 뜨일 정도면 거의 그렇다고 보면 된다. 나는 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회원들끼리의 관계와 상황전개를 살펴보는 데서 흥미를 느낀다. 명상을 하면서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는데 그걸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계속>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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