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명상의 훼방꾼들

어느 날 명상이 끝난 후 명상의 효과에 대해 토론이 있었다.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그런데 명상을 마치면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마음의 평안을 깨는 요소들이 이 세상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토론은 더욱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명상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은 가정과 직장에서 일어나는 갈등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하는 매스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요. 대량소비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소비성향을 지니게 되고, 매스컴이 심어준 향락적인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그 환상이 실현되지 못했을 때 사람들은 좌절하고, 사회에 대한 분노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겁니다." 양선생의 강의조 말투는 여전하다.

말없이 듣고 있던 선배도 양선생의 견해에 동조하며 예리하게 사회를 진단한다.

"어떤 사람이 타인에게 환심을 사거나 속임수를 써서 금전적인 사기를 친다면 그는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인일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하여 소비하게 하고 향락을 추구하게 한다면, 그리하여 그로 하여금 금전적인 낭비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황폐함까지 유발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사기꾼보다 더한 범죄가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대중매체의 광고를 범죄행위로 묻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자본주의 사회는 몸과 욕망을 먹고 산다고 할 수 있죠. 기업은 소비자의 욕망을 부추기기 위해 광고를 하는데, 이때 몸의 에로티즘을 이용하는 거죠.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조되는 몸과 욕망을 일반 대중이 피할 길은 없는 셈이죠."

미모의 장선생이 여성다운 섬세함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그러자 박선생이 그에 덧붙여 한 마디 한다.

"돈이나 보석이 들어있는 금고를 털리는 것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바로 마음의 금고를 털리는 것입니다. 마음의 금고가 털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인간은 돈의 노예가 되는 정도를 넘어서 욕망의 노예가 되고, 분노의 노예, 환상의 노예가 되는 것이지요."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라캉이 말했던가? 우리의 욕망은 자라면서 타자로부터 심겨진 욕망일수도 있고, 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인 것처럼 착각하고 사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욕망의 대상이 사랑이든 돈이든, 혹은 권력이나 명예든 간에 그 욕망이 채워지는 순간 마음속의 빈 구멍은 더 커지고, 더 큰 욕망을 향해 질주한다. 그래서 욕망을 일컬어 끝없는 결핍이요, 공허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명상센터에서 마음수련을 하다보면 이런 명상을 방해하는 요소들과 한 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욕망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있으니, 바로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지니고 있는 인간 고유의 자아가 그것이다.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 것일 수도 있고, 대중매체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어떤 욕망을 품기로 결정하는 것은 자아의 몫이기 때문이다.

자아는 욕망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모자람을 선택할 수도 있다. 파스칼이 '모자람의 여백이 오히려 기쁨의 샘이 된다.‘고 말한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모자람을 기쁨의 샘으로 여기려면, 자아는 얼마나 더 철이 들어야 할까?

<계속>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