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명상센터

사람이 태어나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면 바로 일과 사랑일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그 두 가지가 다 짜증나거나 무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직장생활이 무료하게 느껴질 즈음에 우연히 금고털이 전문범을 알게 되었다. 그를 알게 된 건 어떤 명상센터에서였다. 종교에 불문하고 명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는데 참가자들의 캐릭터가 모두 인상적이었다. 우선 거기에서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나이는 몇인지 등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금기였다. 오직 명상에 집중하고 명상이 끝난 후의 다과시간에도 명상에 관련된 대화로 국한되었다. 명상수련에 관한 것이 주요 관심거리였던 셈이다.

선배의 소개로 명상센터에 가입한 나는 첫 모임에서부터 호기심이 가득했다.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것일까? 둘러보니 아무도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마치 묵언수행이라도 하려고 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인원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9명쯤 되었다. 남자 6명에 여자 3명. 나이는 대략 40대에서부터 60대 사이 정도. 겉으로 파악한 그들의 모습이었다. 인원이 다 모이자 곧바로 명상에 들어갔다. 나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저녁 무렵이었는데 전깃불을 다 끄고 나니 실내는 어두운 가운데 조용한 숨결만이 들렸다.

그렇게 10분정도 침묵이 흐르더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위에 아무도 없습니다. 어두움만 있습니다."

그러더니 약 5분가량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 그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지구 밖으로 나갑니다. 지구가 보입니다. 지구 안에 온갖 중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유도 목적도 모른 채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지구를 바라봅니다. "

그러더니 다시 5분정도 침묵. 그에 뒤이어 목소리.

"이제 지구에서 눈을 돌립니다. 광활한 우주가 보입니다. 광활한 우주를 여행합니다. 지구는 점처럼 되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

다시 5분간의 침묵. 목소리.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는 나를 봅니다. 이미 지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광활한 우주가 있고 그 우주를 바라보는 내가 있습니다. 광활한 우주와 나만 있을 뿐입니다." (침묵)

"이제 우주를 바라보는 나마저도 사라집니다. 오직 우주만이 있을 따름입니다. 온 세상에 광활한 우주만이 있을 뿐입니다. " (침묵)

"이제 광활한 우주를 의식하는 나도 사라집니다. 광활한 우주도 사라지고 그 사라진 우주를 의식하는 나도 사라집니다." 그러고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대략 2시간정도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명상이 끝났다. 다들 가부좌를 풀고 조용히 차를 마신다. 전기불속에 비쳐지는 참가자들의 얼굴이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다. 다들 말은 없다. 타인들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더니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일어난다. 그리고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첫 모임치고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인상에 남은 사람이 두어 명 있었다. 나중에 금고털이범임이 밝혀진 60대 남자도 그들 중 하나였다.

명상센터에 참가한지 오래된 선배에 따르면 그들 중에는 서울공대출신도 있었고 사업가와 작가들도 있었다. 공대출신이 있다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명상을 하는데 전공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모임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이 어떤 사람인가도 중요하다. 그런대로 함께 해볼 만한 사람들인 듯 보인다. 그들과 함께할 날들이 기대가 되는 한편, 명상을 통해 내가 얼마나 변화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계속>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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