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공자는 <주역>을 읽은 지 3년 만에 '지천명', 즉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원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역은 동양학의 뿌리라고도 합니다. 동양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란 뜻이죠. 주역은 유학에서 말하는 '삼경'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은 <역경>인데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란 뜻에서 <주역>이라고 부릅니다.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양철학 특히 주역에 대해 관심 갖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막상 호기심에 책을 들추면 너무 어려워 곧 덮어버리곤 할텐 데요. 이번 기회에 주역을 쉽게 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학 주주의 '쉬운 역학(易學)'을 2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어느 날 임금이 평복 차림으로 민심을 살펴보려고 성밖으로 나섰습니다. 담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측자점(測字占)을 치는 사람이 있어 호기심에 그 사람에게 갔습니다.

수많은 한자 중에 평복차림으로 가장한 임금이 물을 문(問)자를 가르키며 점을 쳐달라고 하자 황급히 큰절을 올리고 무릎을 꿇어앉으며,

“임금께서 어찌 누추한 곳을 다 찾아오셨습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임금이 놀라면서

“어찌 내가 임금인 줄 알았는가?”하고 되묻자 문자(問字)를 가르키며

“왼쪽으로 보아도 임금 군君자요, 오른쪽을 보아도 임금 君자이니 어찌 임금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의심쩍은 임금은 몇일이 지난 후 거리의 거지를 데려다 임금의 곤룡포를 입혀 다시 그에게 보내어 지난번에 했던 것처럼 똑 같이 문(問)자를 짚고 점을 쳐보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점치는 사람은 “당신은 비록 임금의 곤룡포를 입었으나 거지가 분명하다며 한자를 가르켜 문(問)을 보면 문(門) 아래 입(口)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니 문 앞에서 밥을 구걸하는 거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8. 하늘 천 天(39회부터 이어짐)

1) 갑골문(甲骨文)에서는 지사(指事)자로 사람의 머리 부분을 크게 강조해 보여, 위 ‘위. 꼭대기’의 뜻에서, ‘하늘’의 뜻을 나타냄.

2) 속설(俗說)에서는 세상에서 제일(一) 큰(大) 하늘. 사람의 머리 위에 하늘(一) 이 있어 끝없이 넓은 것.

9. 땅 지 地

1) 형성(形聲)자로 土 + 也(音). ‘야也’는 뱀을 본뜬 것으로, 꾸불꾸불 이어진 땅의 모양을 나타냄. 꾸불꾸불 이어지는 땅의 뜻을 나타냄. 주문(籒文)에서 ‘부阜’는 높은 땅. ‘土’ 는 평지, 그 둘을 합쳐서 널리 ‘땅’을 이름.

2) 속설(俗說)에서는 흙(土) 또한(也) 땅이다.

10. 갈지 之

1) 갑골문(甲骨文)에서는 지사(指事)자로 止 + 一. 止 는 ‘발’의 뜻. 가로획 一 은 출발선을 보임. 출발선에서 막 한 발짝 내딛고자함을 나타냄. ‘가다’의 뜻. 가차(假借)하여, 지시사(指示詞) ‘이 그 저’의 뜻으로도 쓰임.

2) 속설(俗說)에서는 입을 벌리고 가는 새(乙)의 모양으로 간다. 초목의 싹이 흙 을 뚫고 나오는 모양을 본뜬 글자. 싹은 돋아서 자란다 하여 ‘가다’의 뜻. 지 그재그로 간다는 뜻. ①동사 - 가다. ②주격 조사 - 은 는 이 가. ③소유 관 형격 어조사 - 의, ㄴ(은). ④지시 대명사 - 이, 그, 저로도 쓰임.

11. 바람 풍 風

1) 갑골문(甲骨文)에서는 돛의 상형과 봉황의 상형(象形) 두 가지가 있음. 바람 을 받는 돛에서, 또 바람처럼 자유로운 봉황새에서, ‘바람’의 뜻을 나타냄. 뒤에 형성의 虫 + 凡(音)으로 바뀌었는데, ‘虫훼’는 풍운을 탄 용의 뜻을 나타 냄. 風풍을 의부(意符)로 하여, 여러 가지 바람의 명칭이나 바람을 형용하는 문자를 이룸.

“풍은 팔풍을 말한다. 虫훼로 구성되었고, 범凡이 소리 요소이다. 바람이 일 면 벌레가 생기기 때문에 8일이면 벌레(蟲)는 변한다”라고 하였다. 바람을 추상적으로 그려낸 게 범凡인데, 그 바람결凡에 휩싸여 벌레虫들이 이동하는 것으로 보았다.

 2) 속설(俗說)에서는 무릇 범凡과 벌레 충虫의 합자로, 무릇 벌레들은 바람이 부는 가을철에 처량하게 울어댄다 하여 바람을 뜻함. 벌레는 기후에 민감하다 하여 바람의 형상을 나타내는 범凡 밑에 충虫을 붙여 ‘바람’을 뜻한 자.

충虫은 동물을 뜻하며 범凡은 널리 퍼짐을 뜻함. 즉 공기가 널리 퍼짐에 따 라 모든 생물이 깨어나 움직인다는 데서 바람의 뜻을 나타냄.

모든(凡) 벌레(虫)는 부는 바람에 민감하다는 뜻에서 나온 자.

 

 

<글자 뜻(字意)>

51. 방패 간 - 끝이 쌍갈래진 무기의 상형으로, ‘범하다, 막다’의 뜻을 나타냄. 주로 자형(字形) 분류를 위해 부수로 세워짐. (俗)‘방패’의 모양을 본뜬 자로 방패를 창이나 화살이 뚫음을 가리켜 ‘범하다’의 뜻으로도 쓴다.

52. 작을 요 - 실끝의 상형으로, ‘작다’의 뜻을 나타냄. (俗)아기가 갓 태어날 때의 모양을 본떠 ‘적다. 어리다. 그윽하다’의 뜻을 나타냄.

53. 엄호. 집엄 - 가옥의 덮개에 상당하는 지붕의 상형. 건축물을 나타내는 문 자의 요소 문자가 됨. (俗)언덕이나 바위를 지붕삼아 지은 ‘바위 집’ 또는 ‘돌 집’의 모양을 본뜬 자.

54. 민 책받침. 길게 걸을 인 - ‘行’의 전문(篆文) 글자의 왼쪽 절반의 일부를 길게 늘인 형태로, 길게 뻗은 길을 간다는 뜻을 나타냄. 책받침 ‘辶=辵’의 위 쪽 점이 없다는 데서 민책받침으로 이름. ‘廴’을 의부로 하여, ‘늘여지다’ 의 뜻을 포함하는 문자를 이룸. (俗)발을 ‘길게 끌며 멀리 걸어감’을 가리킨 자.

55. 밑 스물 입(십). 두 손으로 받들 공 - 양손을 받드는 모양을 형상하여, ‘받 들다’의 뜻을 나타냄. 이 글자의 모양이 입과 비슷하고, 대개 글자의 밑으로 쓰이므로, ‘밑 스물 입’으로 이름. (俗)두 손으로 마주 잡아 받들어 올리는 모 양을 본떠 ‘손 맞잡다. 팔짱끼다’의 뜻을 나타낸 자.

56. 주살 익 - 작은 가지에 지주(支柱)를 받친 형태를 본떠, ‘말뚝’의 뜻을 나타 냄. 또, 이 모양과 흡사한 ‘주살’의 뜻도 나타냄. (俗)표지를 푯말에 덧댄 모 양, 또는 ‘주살-줄 달린 화살’의 모양을 본뜬 자.

57. 활 궁 - 활의 상형으로, ‘활’의 뜻을 나타냄. ‘弓’을 의부로 하여, 여러 종 류의 활, 활에 딸린 것, 또, 활에 관한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문자를 이 룸.

58. 터진 가로 왈. 돼지 머리 계 - 멧돼지의 상형인 ‘彖단’의 머리 부분으로, 특히 그 엄니를 강조하여, 멧돼지의 머리의 뜻을 나타냄. 자형 분류상 부수가 되어, ‘터진 가로 왈’로 이름. (俗)‘돼지 머리’ 또는 ‘고슴도치 머리’의 뾰족한 모양을 본뜬 자.

59. 터럭 삼. 삐친 석 삼 - 길게 흐르는 숱지고 윤기 나는 머리 형상을 본떠, 긴 머리, 무늬의 뜻을 나타냄. 이 글자는 독립해서 쓰이지 않음. ‘彡’을 의부 로 하여, ‘무늬 빛깔 머리 꾸미다’의 뜻을 지니는 문자가 이루어짐. (俗)‘머리 털’이 보기 좋게 자란 모양을 본뜬 자.

60. 두인 변. 중인 변 - 길의 뜻인 ‘行행’의 왼쪽 절반을 추상하여, ‘길을 가다’ 의 뜻을 나타냄. 부수로서, 두인 변, 중인변(重人邊)으로 이름. 彳을 의부(意 符)로 하여, 가는 일에 관한 문자가 이루어짐. (俗)허벅다리丿, 정강이丿, 발 丨을 나타내어 ‘자축거리다’의 뜻이 된 자.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상학 주주통신원  sara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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