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하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는가?

민중의 아픈 역사, 장엄한 경관, 지리산 사람들, 철쭉과 야생화, 운무, 일출일몰, 달밤, 시원한 계곡, 반달곰과 멧돼지, 각종 산야초 등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물이다. 눈이 시리도록 맑고 시원한 물이다. 가뭄에도 쉬지 않고 흐르는 풍부한 물이다.

과거 한 때 지리산은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였다. 봄에는 신록, 철쭉을 보러 찾아들고, 여름에는 뱀사골, 달궁, 백무동, 칠선, 피아골, 문수골 계곡이 피서객들로 넘쳐나고, 주능선 주변엔 야생화 탐사객들로 붐볐다. 가을엔 단풍객들로 북적였고, 겨울엔 설경을 찾아 산악인들이 줄을 이었다. 7년 쯤 전인가? 그 때는 지리산 둘레길 붐이 일었다. 제주 올레길과 쌍벽을 이룬 때가 있었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기를 찾겠다고, 주말이나 방학 때면 도시인들이 많이들 찾아 왔다.

 

세월이 흐른 지금 지리산은 많이 차분해졌다. 왜지?

힘든 산행 없이 지리산을 즐기려는 이들은 성삼재까지 차로 올라와 1시간 정도 걸어 노고단에 올라, 멀리 천왕봉에 이르는 종주 능선을 조망하고, 섬진강, 남해 바다까지 조망하려 한다. 그리곤 곧장 성삼재로 내려와 차를 타고 떠난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지리산 보호관리에 적극 나서는 바람에 과거 같은 자유로운 산행이 제약을 받게 된 것도 한 몫 했다. 게다가 해외여행 바람까지. 거기에 전국 곳곳에 유행처럼 OO길이 많이 생겨 인파를 분산 수용하게 된 것이다. 요즘 지리산 북쪽에서 지켜 본 바에 의하면, 지리산은 전에 비해 많이 차분해졌다. 여름 휴가철 한 달만 성수기인 셈이다. 겨울은 물론 봄, 가을도 주말만 좀 붐비는 편이다.

다시 물로 돌아오자. 지리산은 워낙 큰 산이기에 물을 많이 품고 있어 끊임없이 흘러 내려주고, 계곡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있어 물을 정화하기 때문에 산소가 풍부한 맑은 물을 유지시켜 준다. 한 여름에도 시원함을 자랑하는 지리산 계곡물은 최고다. 내가 매년 수십 차례 씩 지리산에 다니던 시절, 산행 마무리로 후미진 계곡을 찾아 홀라당 벗고 몸을 담가 식히고 씻었던 그 맛. 산행 끝에 마시는 하산주에도 비길 바가 아니었다. 그날의 피로가 싹 풀리고 몸이 살아나며 상쾌한 그 기분!

역시 지리산은 물이 최고!

팁 하나, 지리산 계곡을 즐기려거든 7월 초나 중순 여름휴가가 본격 시작되기 전 아니면 8월 하순이 좋다. 여름휴가 때 더러워졌던 계곡이 태풍 하나 쯤 지나가고 폭우가 쏟아져 계곡이 깨끗해진 후이기에.

팁 둘, 지리산 계곡마다 특징이 있는데, 뱀사골은 접근성이 좋고 편안하며 길다. 한신은 폭포가 많아 아름답고 힘차며, 칠선은 고즈넉한 태곳적 신비가 서린 곳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종근 주주통신원  green27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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