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난주 마리아

서소문공원 천주교성지화를 반대하며 황사영이란 인물을 알게 된 것은 나에게는 좋은 공부의 기회였다. 황사영 알렉시오(1775~1801)는 정약용의 맏형 정약현의 사위로 15세의 어린 나이로 진사시험에 장원급제하여 정조의 총애를 받았고 정조는 황사영이 장성하면 등용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고 한다.

황사영은 왜 전도양양한 장래를 버리고 서학에 빠져들었고 가문이 풍비박산 나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반역행위(무력 원조)를 했을까?

황사영 보다 더 기막힌 사연은 황사영이 처형당한 후 홀로된 아내 정난주 마리아와 아들의 행적이다. 서소문공원 천막에서 밤을 새우며 알게 된 정난주 마리아와 아들의 뒷이야기는 참으로 눈물겨웠다. 사형수의 아내와 아들은 제주 섬으로 귀양간다. 젖먹이의 엄마는 평생 노비로 살아가야 할 아들을 염려하여 흑산도에 잠시 배가 머물 때 섬주민에게 아들을 맡기고, 담담히(?) 자신은 제주도 대정 땅에서 평생을 노비로 살다 여생을 마친다. 추자도에 남겨진 젖먹이 아들은 황씨 집안의 대를 잘 이어간다. 천주교단에서는 제주도와 추자도의 황사영 관련 유적을 잘 가꾸어 놓았다.

순교자 가족의 지난했던 삶을 잘 증언하고 있는 황사영의 처 정마리아의 행적은 신앙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믿음이야 동이든 서든 문제될게 없다. 내가 믿는 것은 동학이지만 정난주 마리아의 행적에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깊은 감동의 순간을 경험했다. 서소문공원의 숙살지기도 함께 감응되었다. 수운께서 동학과 서학을 비교하여 한 말씀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한 계기도 되었다. 수운선생은 이렇게 기록했다.

신유년에 이르러 사방에서 어진 선비들이 나에게 와서
묻기를 “지금 천령이 선생님께 강림하였다 하니 어찌된 일입니까.”
대답하기를 “가고 돌아오지 아니함이 없는 이치를 받은 것이니라.”
묻기를 “그러면 무슨 도라고 이름 합니까.”
대답하기를 “천도이니라.”
묻기를 “양도와 다른 것이 없습니까.”
대답하기를 “양학은 우리 도와 같은 듯 하나 다름이 있고, 비는 것 같으나 실지가 없느니라. 그러나 운인 즉 하나요 도인 즉 같으나 이치인 즉 아니니라.”

수운선생은 동학과 서학을 비교하여 운도 하나요 도도 같으나 이치는 다르다고 하였다. 어느 누가 보아도 정난주 마리아 삶에서 많은 감흥을 느낄 것이다. 나는 언제가 제주도 대정 땅 그의 묘를 찾아 한 송이 꽃을 바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황사영의 행위를 반역행위로 분명히 기록하고 천주교에서도 이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학과 서학은 이치는 다른 법이다. 이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단순히 동과 서라는 지역적인 구분만큼은 아닐 것이다.

▲ 2017년 8월 3일 중구청 앞에서

우리의 투쟁은 헛되지 않았다.

최근 서울중구의회에서 열린 서소문역사공원 사업 조사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중구청 공무원들의 인식은 종교편향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서소문공원에서 희생된 천주교순교자 외의 동학 및 우리 역사와 관련된 희생자들을 잡범이라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공무원들과 구의원들의 문답의 한 토막이다.

공무원1 : 신자가 많은 종교를 모티브로 관광자원, 수익사업으로 추진한 것. 나머지는 잡범으로 생각한다.
의원 : 천주교 희생자 22%, 동학 등 희생자 36% 그들을 잡범으로 보나? 처음 구청장이 부탁한다 했을 때 이 사업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파헤칠수록 문제가 많다.
공무원2 : 천주교 성지로 공원조성하면 관광객 많이 와서 활성화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문답을 직접 목격한 해월선생의 후손인 어느 동덕은 “천주교순교자 외는 잡범이라 한 공무원들을 좌시하시 않겠다. 동학혁명 유족회분들과 함께 강력 대응하겠다.”며 분개했다.

지난 3년 동안 이들 공무원들은 서소문공원을 천주교성지로 만드는 것을 반대하며 우리 역사의 진실을 반영해 달라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분명한 역사적 자료를 제출하면 검토하여 반영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말뿐이었다. 자신들이 주관한 학술토론회의 결론이나 자신들이 발주한 학술용역의 결과가 서소문공원을 천주교성지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중구의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소문범대위 위원장도 이러한 사실을 폭로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행한 것은 중구의원들이 서소문공원 사업의 예산집행에 절차상의 하자가 있음을 알고 예산을 삭감하여 서소문역사공원 중사를 중단시켰다.

그러자 천주교단에서 난리가 난다. 자신들의 의도대로 서소문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중구의회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중구의원 9명중 5명이 서소문사업의 예산집행 절차상의 잘못을 문제 삼고, 본질적으로 서소문공원 사업이 특정종교를 위한 것임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천주교단에서 15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자며 중구의원들을 압박하자, 중구의원들은 서소문범대위에도 연락을 취하게 되고 서소문역사공원을 둘러싼 논란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서소문역사공원의 종교편향을 쟁점으로 삼겠다며 서소문범대위에 연락이 취하여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

아직 국회의원들은 잠잠하지만 서소문역사공원의 종교편향에 대한 논란은 조만간 국회에서도 쟁점화 될 것이다. 기초의원인 구의원들이 국회의원들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중구의회와 중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루 앞두고 지난 3년 동안 서소문범대위 활동에 노심초사했던 어느 분은 이런 느낌을 밝혔다.

“내일 8시 중구청 앞에서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우리들의 투쟁이 헛되지 않았음을, 한울님 감응을 느낍니다.”(끝)

▲ 해월 최시형 선생 후손 최인경씨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국보 시민통신원  yamu10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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