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공원, 가톨릭 역사상 최악의 순교 현장

가톨릭에서 주장하는 바 서소문공원은 가톨릭 선교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빛나는 선교의 현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선은 가톨릭 역사상에서 최악의 선교 현장의 한 곳이었다.

조선에서 왜 1만이나 되는 순박한 백성들이 순교했는가. 한마디로 제국주의적 선교방식을 고수한 로마교황청의 잘못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조상제사금령을 내려 문화적 마찰로 이 땅에서 순교한 1만여 명의 무고한 생령을 순교자니 성인이니 하며 추앙하는 것 자체가 죽은 이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이거니와, 교황청은 아직도 자신들이 저지른 조상제사금령의 잘못에 대해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3년 전 서소문공원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교황청의 지난 잘못을 사과하지 않았다.

천주교수원교구의 어느 신부는 교황이 방문하기 2년 전부터 조상제사금령에 대한 교황청의 잘못된 선교정책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껏 교황청이 사과했다는 뉴스는 없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가톨릭이 조선후기 개혁사상의 본보기나 되는 듯이 서소문역사공원 사업의 사업목표는 “조선 후기 개혁사상의 발현과 탄압이 근현대 시대에 미친 영향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더불어 이곳 서소문 형장에서 처형된 역사적 인물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정신적 가치를 되새기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서양역사를, 가톨릭의 실상을 아는 분들은 따끔하게 지적한다. 조선후기 개혁사상에 ‘천주교’를 포함하는 것은 역사왜곡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막연히 짐작하는 것과는 달리 서학은 우리 사회에 평등사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서학에는 평등사상이 담겨 있지도 않았다. 교과서에서는 서학과 평등사상을 유관한 것으로 가르치지만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다. 서학 즉 천주교는 서양의 역사에서 마지막까지 근대 시민사회의 성립에 저항한 세력이다. 17~18세기의 서양사에서 천주교의 역할은 ‘반동’이었다. 가톨릭교회가 시민사회의 가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였고, 특히 사회정의의 문제에 관하여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20세기의 일이었다. 현대에 이르러서야 그들이 관심을 갖게 된 문제들은 유독 한국에서만은 18세기부터 그랬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백승종, 『역설』)

▲ 국회 앞에서 일인시위(서소문범대위 이광호 회원)

민족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해서도 참된 고백성사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전개된 가톨릭 역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오히려 가톨릭 내부에서 더 많다. 2년전 어느 신부는 “민족의 고난은 뒷전이고, 극악무도한 패륜 정권하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교회와 무관한 일로 여긴다면 교회가 세상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 심각한 물음을 갖게 할 것”이라며 가톨릭교회의 친일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바 있다. 조금 장황하지만 그 일부를 옮겨본다.

“경술국치(한일 강제 합병, 1910년)의 공로자는 가톨릭 신자인 반 비르브리트라는 인물로 밝혀졌다. 뮈텔 주교 일기 1910년 8월 26일 「반 비르브리트 씨 덕분에 한국이 병합되고 그 조약이 29일에 공포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경술국치의 공로자인 반 비르브리트(Biervliet)는 누구인가? 1909년 12월 3일자 뮈텔 일기에 그에 대한 소개가 있다.

「며칠 전에 부임한 신임 대리 부영사(프랑스 부영사) 알퐁소 반 비르브리트 씨도 방문했다. 그는 어제 우리를 방문 왔었다. 그는 벨기에의 유명한 가문에 속하고 또 자신은 아주 열심한 가톨릭이기도 하다」

경술국치는 5천년 한국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사건이었다. 그런데 일본이 한국을 병합시키는데 크게 공헌한 인물이 가톨릭 신자였다니 교회가 민족에게 저지른 엄청난 죄악은 어떤 변명으로도 감당하기 힘들다. 이런 사실들을 왜 지금까지 숨기고, 속죄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이번 추계주교회의에서 고백성사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하면서, 정작 교회는 민족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해서 왜 아직까지 참된 고백성사를 하지 못하는가?”

천주교의 친일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천주교를 폄하하고자 해서가 아니다. 천주교 내부에서 이렇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고 성찰하고자 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서소문역사공원에 관하여서도 천주교에서는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 단초의 하나가 황사영 백서사건이다.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처형된 순교자들도 지금의 서소문공원 현양탑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현양탑에 순교자로 기록되어있는 황사영 등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조선을 청나라로 편입시키거나 아니면 프랑스가 군대를 보내 조선을 정벌해 달라고 요청한 이른바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처형된 인물이다. 황사영 등은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일본에 나라를 바친 친일매국노와 다를 바 없다.

▲ 서소문공원 내 가톨릭순교자 현양탑 앞에서 시위. 현양탑에는 황사영 등 황사영백서관련 처형자도 순교자로 이름을 새겨놓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민족의 반역자들을 기념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천주교순교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기념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천주교단 내부의 진지한 판단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황사영 등의 반역행위를 서소문역사공원에 기록하여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여태껏 천주교 내부에서 황사영백서 사건에 대한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지지 않았다(계속).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국보 시민통신원  yamu10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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