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소문공원을 민족의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라!

가톨릭순교자 외에는 모두 잡범?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에는 사형터였다. 서학(천주교) 신자들도 희생되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난 곳이다. 서소문공원을 비롯한 서울의 서대문 일대는 조선시대 풍수설에 따라 숙살지기(肅殺之氣)가 있다고 하여 죄인의 처형장으로 이용되었고 감옥이 있던 곳이다. 숙살지기(肅殺之氣)! 만물을 죽이는 늦가을의 기운이며, 무언가 엄숙해지고 떨리는 기운을 말한다.

▲ 서소문공원 밤풍경(2015.11). 서소문범대위는 이곳에서 2014년 11월 29일부터 355일간의 천막농성을 하였다.

서소문공원을 천주교만의 성지로 만드는 것에 반대하여 공원에 천막을 치고 1년간 농성을 했다. 공원에서 지새우는 밤 기운은 서늘했고, 낮이라도 비라도 오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서소문공원에 서린 역사를 잘 아는 어느 시인은 그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서소문터를 거닐면 왠지 음습하다. 특히 새벽에 안개가 눅눅한 날은 더욱 그렇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지형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다. 시대의 아픔을 환원하지 않는다면 마음속의 빛은 언제나 눅눅할 것이다. 내가 없던 자리에 내가 있고 내가 있던 자리에 내가 없다."

서소문일대의 역사를 잘 알기 이렇게 표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2015년 5월 서울중구청이 주관한 학술토론회에서 서소문밖 처형지 희생자는 천주교 신자 외에 조선시대 많은 개혁주의자들이 처형된 역사의 현장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을 비롯하여 홍경래 난 주동자들, 개혁주의자 허균,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의 개혁주의자들, 동학 교조 신원운동을 벌인 이필제 등, 동학혁명지도자, 독립협회 지도자, 구한말 군대해산 과정에서 벌여진 전투 희생자 등 민족사적 인물들의 희생이 더 많았다.

비율도 “천주교 22%, 사회변혁 처형자36%, 나머지 일반사범”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서소문공원에서 처형된 희생자 중 천주교인들 보다 조선시대의 개혁주의자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은 2016년 11월 서울중구청이 발간한 『서소문역사공원과 동학의 관련성 검증 역사고증 학술용역』 「최종보고서」에도 잘 나와 있다.

“모반과 관련되어 처형된 자들은 총 89명이며, 사학죄인 처형자 수는 84명으로 확인됨. 사학죄인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모반과 관련된 처형자 또한 그 수가 많음을 알 수 있음.” (「최종보고서」117 쪽)

** 모반과 관련된 처형자는 허균, 홍경래, 동학, 갑신정변 등과 연관된 조선시대 개혁주의자들이며, 사학(邪學)죄인은 천주교인을 말함**

이러한 역사적 근거가 아니라 하더라도 웬만한 천주교인들 즉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분들은 서소문공원을 천주교 성지로 만드는 것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다 인정한다. 가톨릭 교단에서도 서소문공원을 가톨릭만의 성지로 만드는 것에 많은 반대가 있었다. 염수정 추기경의 무리한 욕심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서소문공원의 진실을 외면했던 언론과 정치권력

그동안 서소문공원을 천주교 성지로 만든 것에 대해 언론도, 정치권력도 모두 침묵하며 천주교단의 과욕을 탓하지 않았다. 가톨릭 선교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순교현장이라며 교황까지 불러와서 마켓팅에 열중한 천주교단 그리고 교황의 선한 이미지에 현혹된 언론도 많은 국민들도 서소문공원에서 죽어난 우리 역사의 의인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염수정추기경의 욕심과 무모함을 지적하면 그것으로 피해를 보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천주교의 정치적 영향력, 즉 신자 수가 다른 무리에 비해 조금 많다보니 천주교성지화를 반대하여 선거의 당락에 영향을 받을까 염려하는 정치인들의 눈치보기는 비굴하기 짝이 없어보였다.

서소문공원이 위치한 서울중구청의 공무원들의 가톨릭 눈치 보기는 역겨울 정도였다. 구청장을 비롯한 국장, 과장 등은 아예 서소문공원을 천주교에 갖다 바쳐야 한다는 식이었다.

천주교 신자들의 순교를 조선후기 개혁정신이 발현된 것이라는 잘못된 사실을 진실로 여기며 오로지 천주교만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편법을 자행하는 공직자들을 보면서 잘못된 역사에 오염된 것이 얼마만큼 큰 죄악인지 실감하였다. 모르고 짓는 죄가 무섭다는 말을 절감하기도 하였다(계속).

▲ 서소문공원에 내걸었던 현수막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국보 시민통신원  yamu10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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