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통일기원 65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봄은 내 발바닥으로부터 온다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78~179일 강명구 시민통신원l승인2018.02.28l수정2018.02.2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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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맑은 햇살과 함께 경이롭게 다가오고 있다. 카스피 해 연안 봄은 한국 봄보다 훨씬 이르다. 아직도 벌거벗은 나무가 봄을 맞으러 기지개를 펴는 소리가 들린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봄의 수액을 끌어올리는 나무들의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봄 대지를 통 통 통 달리며 대지와 내가 합일을 이루면, 나도 나무처럼 생명의 수액이 발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봄은 내 발바닥으로부터 온다.

대지 밑에서 꿈틀거리는 미물들 생명 소리가 또 그렇게 아름답게 들린다. 달리면서 단전에 힘을 모으고 깊은 호흡을 계속하면 그 소리는 더욱 경쾌하게 들린다. 이채로운 오렌지나무 가로수 봄길을 달리는 내 발자국 소리와 바쁘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는 환상적으로 리듬이 잘 맞는다. 봄에는 뭔가 활기차고 빠른 리듬이 좋다. 새 봄을 맞는 생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봄을 향해 달려가는 내 마음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봄이 오면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듯, 새로운 일들이 멋지게 피어날 것만 같다.

봄기운에는 오묘한 생명의 조화가 숨어 있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에는 어김없이 공짜는 없다. 이 계절 뭇 생명들은 봄의 복락을 더 누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경쟁을 통해 인간과 자연은 더욱 건강해진다. 자연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상생의 지혜를 갖는다. 생명 본래 모습은 상생과 평화이다. 긴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은 용하게 봄기운을 빨아들인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상큼하다. 새들도 지저귀며 솟구쳐 올라 암수가 서로 희롱하며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 나도 오늘 카스피 해 연안의 바볼이라는 도시에 떠도는 봄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봄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고 싶다.

달리면서 몸속에 묵고 낡은 기운은 다 날려 보내고 우주에 떠도는 봄기운을 폐 속 아주 미세한 기공까지 큰 호흡으로 가득 채우니 신선이 된 듯하다. 이렇게 끝없이 달리는 것이 좋다. 마라톤을 빙자하여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것도 좋다. 마라톤이라는 깃발에 평화를 새겨들고 세계 구석구석 다니면서 인심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기후와 토양이 다른 자연의 기운을 온몸으로 내려 받고, 맛이 다른 음식들을 먹는 것은 멋진 일이다.

발바닥에 전해져오는 봄의 수액을 혼신의 힘을 다해 빨아올리며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한 남자가 차를 세우고 내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오늘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꺼내 내 모습을 담는다.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생각하며 손을 흔들어 주며 가는데 앞에 차를 세우고 몇 번이나 촬영을 반복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바볼까지 달리기를 마친 다음에야 자신이 신문사 기자라고 소개하고 인터뷰를 요청한다. 어느새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2018년 2월 26일 이란 몰라콜라에서 바볼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그 중 한 학생이 나하고 기념사진을 찍더니 오늘 숙소가 정해지지 않았으면 자기 집에 가서 자자고 한다. 이란인 가족의 살 냄새가 나는 집에 가서 자는 것도 좋은 경험이 라, 두 번 생각도 않고 바로 고맙다고 하고 쫒아갔다. 무스타파라는 대학원 생 집에는 실망스럽게도 기대했던 가족은 없었다. 자기 가족은 테헤란에 살고 자기는 학교 때문에 어머니 고향집에서 지낸다고 한다. 그 집에는 사람 살 냄새대신 오렌지 향이 가득했다. 마당 가득 오렌지와 레몬 나무 열매가 달렸다. 누가 따먹지 않아 반을 떨어져 바닥에 뒹굴고 있다.

▲ 2018년 2월 26일 이란 바볼에서 묵은 대학원생 집에의 레몬트리와 오렌지 나무

나는 나무에 매달린 오렌지가 얼마나 맛있는지 안다. 사먹는 오렌지는 운송 중에 어느 정도 말라 즙이 덜 나온다. 나무에서 큼직한 놈으로 하나 따 껍질을 벗겨 한 조각을 입속에 덥석 넣었다. 입속에서 오렌지 알들이 터지며 함성을 지른다. 나도 함께 탄성을 지른다. 바로 이 맛이다. 상큼하고 달콤한 즙이 목줄기를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 하루 종일 달린 피로와 갈증이 한방에 사라진다.

▲ 2018년 2월 26일 이란 바볼에서 묵은 대학원생 집에서

9시쯤 잠자리를 피려고 할 때 바볼 시장이 전화를 했다. 아까 그 기자가 시장에게 내 마라톤을 보고한 모양이다. 나하고 꼭 통화를 하고 싶은데 영어가 잘 안되는지 11시쯤 통역을 불러 다시 통화하자는 것을 공손하게 거절했다. 10시 전에는 자야하는데 잠잘 시간을 놓치면 생체리듬이 깨져서 밤 새 잠을 못 잘 수 있어서다. 대신 아침에 시장실에 꼭 와 달라 한다. 내가 8시 전에 출발한다고 하니 7시에 보자고 한다.

바볼은 카스피 해 연안 도시 중에 가장 큰 도시다. 이 도시 상징은 오렌지이며 오렌지 꽃은 평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한국 평화마라토너가 평화의 도시 바볼을 방문해주어 고맙다고 시장이 화환과 기념패를 주었다. 각 부처 국장들과 함께 내 일정을 감안하여 이른 아침 7시에 출근하여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나도 준비해간 우리 장고 모형 열쇠고리 몇 개와 한반도기에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평화’를 새긴 티셔츠를 주었다. 시장실에 걸어 한국 평화를 지원해 달라 부탁했다.

▲ 바볼 시장이 준 화환과 기념패

시장은 내게 어제 무스타파 학생 집에서 잠자리는 편했냐고 묻더니, 자기 집에 초대하면 와서 자겠냐고 물었다. 그러겠다고 했는데, 내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했는지, 다음 도착지인 사리의 운동선수 합숙시설에 전화해서 숙소를 마련해 주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면 유라시아 봄도 머지않은 걸 느낀다.

봄은 달리는 내 발바닥으로부터 온다. 평화는 우리들 마음으로부터 온다.

▲ 2018년 2월 27일 이란 바볼에서 사리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상단 왼쪽이 바볼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하단 오른쪽이 사리 운동선수들 숙소에서

 

▲ 2018년 2월 26일 월요일 이란 몰라콜라에서 바볼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2월 27일 이란 사리까지(누적 최소거리 약 6294km)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6,0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사진, 동영상 : 강명구 마라토너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명구선수유라시아평화마라톤 179일째(2018년 2월 27일)

강명구 시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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