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한겨레신문에서 ‘정부가 베트남에 공식 사과할 때가 되었다’ 기사를 보았다. 반가웠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36778.html

김현권 국회의원이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이사의 제안으로 지난 3월 11일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 50주기 위령제에 다녀와서 쓴 글이다. 10살도 채 되지 못한 어린이들과 수많은 여성들의 위령비 앞에서... 일가족 아홉 명이 죽음당한 가족묘 앞에서... 그는 무릎 꿇고 엎드려 사죄했다. 그리고 22일 베트남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가가 사과해야하다고 말하고 있다.

▲ 2018년 3월 11일(일), 꽝남성 하미학살 50주기 위령제(사진 출처 : 한베평화재단)

지난 연말 베트남 여행에서, '한국군 학살에 대해 국가가 사과하지 않으니 나라도 해야지' 결심하고 세 번 사과하고 돌아왔다. 갔다 오고 나서 ‘왜 세 번만 했을까’ 하고 후회했다. 잠시라도 말을 텄던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으면 적어도 30명에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들이 사과를 어떻게 받아줄지 몰랐기 때문에 겁이 나서 여행 가기 전 '최소 3번'이라고 정하지 않았나 싶다. 한 번은 호아로 수용소 방명록에 쓴 간접 사과고, 두 번은 얼굴을 보고 사과했다. 두 베트남인은 내가 사과하는 순간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지만 어떤 비난도 하지 않고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따뜻한 태도에서 그들의 마음을 금방 읽었다. 나도 마음이 뭉클 훈훈해졌다.

▲ 2018년 3월 11일(일), 꽝남성 하미학살 50주기 위령제에서 강우일 주교(사진 출처 : 한베평화재단)

천주교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한베평화재단 이사장이다. 강주교는 2012년 12월 말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총회’에서 개인 자격으로 사과했다.

“한국 군인들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행위를 통하여 베트남 민간인들, 힘없는 노인과 여성과 어린아이들까지 목숨을 빼앗은 것에 대해서 어떻게 용서를 청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또한 강우일 주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정부가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 표명보다 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평화 외교의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중략 ~~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본과는 다르게 한베 간 역사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계 속에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당당하게 서는 길이 되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이 학살의 진실을 점점 알아가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국가가 먼저 나서서 사과할 때 국민들은 덜 미안한 마음으로 베트남인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자유롭고 당당하게 베트남을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두 번 사과하면서 베트남인들의 너그러움을 보았다. 그들은 언제든지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진정한 사과에서 시작한다.

관련자료. : 한베재단 [성명서]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베트남에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 http://kovietpeace.org/b/board01/5286

사진출처 : “삼가 엎드려 사죄 또 사죄드립니다” 3월 11일(일), 꽝남성 하미학살 50주기 위령제 / http://kovietpeace.org/b/board01/5287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창식 부에디터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