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통일기원 70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혜초의 길, 마르코 폴로의 길, 나의 길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97 ~ 202일(3월 21일) 강명구 시민통신원l승인2018.04.02l수정2018.04.0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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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사가 다 풀어진 기계조각 같이 힘 빠진 육신을 불굴의 의지로 추슬러 또 길을 나선다. 마리로 향하는 길이다. 그 옛날 혜초 선배, 마르코 폴로 선배 그리고 칭기즈 칸이 지나간 길이다. 그 옛 선배들도 마리로 향하면서 가물가물 꺼져가는 생명을 혼신의 힘으로 붙잡았을 것이다. 조금만 더 가면 오아시스가 나온다는 희망이 그 원천이다. 희망이 있는 한 우리는 다시 힘을 낼 수 있다.

▲ 마리 가는 사막에서 만난 낙타들

마리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카라쿰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이다. 실크로드 교역 중심지로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갔고 여기서 종교, 정치, 문화, 경제, 사랑이 뒤섞였다. 마리야말로 물질적, 정신적, 지리적으로 실크로드 중심이며 과거 유라시아 광역생활권의 중심지였다. 실크로드는 과거 역사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다. 경주 불국사 석굴암 불상에서 그리스풍의 간다라 미술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유라시아 광역생활권을 증명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몽골제국 때는 유럽에서 북경까지 촘촘하게 만들어진 역참제를 이용하여 3개월이면 주파했다고 하니 과거 세계는 지금보다 더 글로벌하고 다이내믹한 세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마리

닫힘과 막힘이 없는 대지 위를 끝없이 달리면 생각과 상상력도 막힘이 없다. 두 팔이 저절로 벌려지며 심연을 향해 깊이깊이 숨을 들이쉬게 된다. 맑고 깨끗한 공기만으로도 내 번민과 좌절은 다 씻기어 나가고 성스럽고 순결한 큰 호흡을 하게 된다. 이 때쯤이면 황량한 벌판에 세차게 부는 바람과 내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번뇌와 망상을 다 내려놓고, 이 벌판의 유일한 벗 바람과 마주하면 오랜 연인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바람은 나보다 더 자유로워 지평선 저 너머를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초원의 풀과 그 풀을 뜯는 생명에 지대한 힘을 불어넣는다. 바람은 언제나 바람둥이처럼 온 세상만물과 사랑을 나누고는 내게 시치미를 뗀다. 나는 그런 바람을 사랑할 줄 안다.

▲ 마리의 밤

나는 이곳에서 혜초 선배와 마르코 폴로 선배, 칭기즈 칸과 시공을 초월한 조우를 아주 오래 전부터 꿈꿔왔다. 이들이야말로 유라시아가 배출한 슈퍼스타이기 때문이다. 이들과 원탁에 마주앉아 유라시아 광역생활권과 유라시아의 평화에 대하여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내 안에는 오랫동안 숨죽여 혜초와 마르코 폴로, 칭기즈 칸이 살고 있었다. 그 거물들을 다 가슴에 품고 숨죽이고 사느라고 내가 그간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나는 혜초 선배와 영매를 이루려 달리면서 독경을 수없이 암송한다.

마히반야밀다심경 관자제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언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공불이색 색즉시공공즉시색 수상행식역부여시 사리자 시제법공망 불생불명불구부정부증불감... 아제아제바라아제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가자, 가자 피안으로 가자, 우리 함께 피안으로 가자, 피안에 도달하였네. 아! 깨달음이여 영원하라! 이렇게 끝없이 독경을 하면 당시 약관 20에 해로를 통해 천축국으로 들어갔다가 4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이 길로 돌아갔을 24세 청년 배낭여행자 혜초와 격한 만남의 시간을 가질 것 같다. 때로 바람을 타고 목탁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 소리에 내가 지금 그러하듯이 이 막막하고 먹먹한 환경에 혜초도 두려워하면서도 가슴 떨렸을 그의 심장 박동소리가 배어난다.

걸출한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혜초는 광저우를 떠나 하이난 섬을 거쳐 베트남과 말레이 반도를 지나, 벵골 만을 거쳐 바이샬리에 상륙한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이 길은 해양 실크로드로 알려진 길이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대식국 페르시아를 거쳐 이곳 마리를 지나 파미르를 넘어 둔황을 거쳐 장안에 도착했다. 도로가 이렇게 잘 깔린 지금도 먹고 자는 곳을 찾는 일이 이렇게 힘든데 그 옛날은 어떠했을까? 이 길 자체가 생사를 넘나드는 순례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험로였으리라! 아마도 대상들의 무리와 동행을 했을 것이다. 불교의 본산에서 보고 듣고 공부해서 온 세상에 광명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젊은 혜초의 발걸음에 힘과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그 옛날 인도로 법의 보배를 찾아 나서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어쩌면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구법의 길을 나선 대부분의 승려들은 생불이 되는 대신 사막에서 해골이 되었다. 후배 스님들은 앞서 길을 떠난 스님들의 해골을 보면서 이정표 삼아 두려운 발길을 옮겨야 했다. 중국의 해동고승전의 기록에 의하면 또 다른 신라승 아리나발마는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도에 이르렀다. 그가 간 곳은 나란타사라는 최고의 승가대학이었다. 불교의 요체를 배울 수 있는 불교의 중심지이다. 그곳은 현장법사도 공부를 한 곳이다. 아리나발마는 다양한 경전과 논서를 공부하여 고국에 꼭 살아 돌아가 큰 뜻을 펼치고 싶었지만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아쉽게 생을 마쳤다.

베네치아의 무역상인 마태오 폴로와 니콜로 폴로 형제는 콘스탄티노플의 정세가 불안해질 것을 내다보고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중국으로 떠나기를 결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몽골 제국의 수도 카라코룸에 이르렀다. 쿠빌라이 칸을 알현한 이들은 종교를 논하다 교황의 서신과 토론을 벌일 그리스도교 사제 백 명을 데려올 것을 약속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백 명의 토론자를 데려오지는 못했지만 열일곱 살의 니콜로의 아들 마르코와 함께 몽골로 돌아왔다.

몽골인들은 이들을 환대했고 서방과 교류에 관심이 많은 쿠빌라이는 소년 마르코를 총애했다. 그들은 쿠빌라이를 따라 제국 수도, 북경으로 갔다. 중국에 17년을 체류한 이들은 칸에게 고국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거절당하다 타타르 국 아르센 2세가 황제의 공주 코카친을 아내로 맞고 싶다는 서신을 보낸다. 마르코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신들이 공주를 수행하여 타타르 국까지 인도하겠다고 청했다.

실크로드 여행가로는 단연 최고의 여행가로 명성을 얻은 이는 마르코 폴로이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와 동부지중해 무역권을 두고 제노바군과 전쟁을 벌일 때 베네치아 해군에 참전한다. 전투를 벌이다 포로가 되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무료한 감옥 생활 중에 마르코 폴로가 들려주는 뻥을 가미한 동방의 신비스런 이야기는 단연 최고 인기였다. 운 좋게 여기서 만난 영국 작가 루스티첼로는 마르코가 들려주는 동방 이야기를 정리하여 책으로 출판했다. ‘동방견문록’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출판되자마자 이 이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쿠빌라이가 제위에 있던 시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 마리 가는 길에서

메르브는 마리와 이웃한 도시이다. 이곳은 11~12세기 셀주크투르크의 수도였을 때 가장 전성기였지만 1221년 이곳에 침입한 칭기즈 칸에 의해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이후에는 화려한 역사를 뒤로하고 공허한 폐허로 남게 되었다. 칭기즈 칸은 가장 잔인하게 이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

내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해준 자는 혜초였다. 내게 “인과 연에 따라 생겨나고 없어지므로 일체는 공(空)하다.”고 가르쳐주기도 하고 “법은 곧 우주에 가득 찬 진리 그 자체이다. 만유의 생명력이고 자비력인 까닭에 광명과 다르지 않다.”고 가르쳐주기도 한다.

유라시아에 가면 세상 모든 미녀와 사랑을 나눌 수 있다고 뻥을 친자는 마르코 폴로였다. 평생 후회하지 않을 진기한 것으로 가득 찼다고 나를 유혹한 자도 그였다. 칭기즈 칸은 내게 유라시아를 가슴으로 품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자신이 핏빛으로 물들였던 곳에 평화의 불빛으로 가득 채워주길 참회하며 갈구하였다.

나는 이들과 모래바람 휘날리는 황량한 카라쿰 사막 한복판에서 만나 유라시아 광역생활권에 대하여 가슴을 맞대고 대화를 하려 땀을 뻘뻘 흘리며 신들린 듯 달리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아침에 유라시아 특급열차로 달려와 점심은 이곳 마리나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쯤에서 먹고 저녁은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전경을 내려다보며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면서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투르크메니스타 Khauz-Khan에서 마리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과 기념사진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3월 20일 투르크메니스탄 마리까지(누적 최소 거리 6839km)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6,0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사진 : 강명구 마라토너, 김창건 서포터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명구 시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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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통일기원 31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1차 세계대전과 지금의 한반도

[남북평화통일기원 30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가슴에 온갖 치유해법이 다 있다

[남북평화통일기원 29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하얀 도시’는 어둠침침했다

[남북평화통일기원 28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집 잃은 개와 15km 동행

[남북평화통일기원 27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긴 이별, 또 다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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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통일기원 25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서울이와 평양이가 연분을 맺도록 오작교를 만들자!

[남북평화통일기원 24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헝가리 평원에서 세계가 하나 되는 꿈을 꾸다

[남북평화통일기원 23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헝가리 평원에 평화 햇살이 눈부시다

[남북평화통일기원 22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오스트리아 교포들과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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