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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중순 어느 날, 미국 의회와 언론에서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트럼프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과 성추문 입막음 의혹은 이제 더 이상 의혹이 아니었다. 

게다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중무역분쟁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비장의 카드인 북한비핵화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상태로 가다간 11월 중간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음이 다급해진 트럼프가 믿을만한 최측근비서 K에게 자신의 운세를 비밀리에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K는 동서양의 점술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한 다음, 트럼프에게 어느 점을 볼 거냐고 물었다. 미국인들은 주로 타로카드와 별자리점 그리고 수정점이나 거울점을 보며, 동양인들은 주역과 사주로 운세를 알아본다고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트럼프는 대뜸 K에게 역정부터 냈다.

"오늘자로 해고되고 싶은가? 그런 일반적인 거 말고 미국대통령의 위상에 걸맞는 뭔가 특별한 운세법이나 점성술을 알아보란 말야. 짤리기 전에, 당장 알아봐."

트럼프의 위세에 잔뜩 겁먹은 K는 색다른 보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갖 채널을 통해 수소문한 끝에 비로소 트럼프가 만족할 만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고대 점술 중에는 수비학(數秘學)이 돋보이고,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창안한 점성술도 괜찮아 보입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점성가였던 노스트라다무스나 르노르망 같은 점성술사도 알아봤는데, 그 중에서 당신의 대통령 당선을 알아맞힌 홍콩의 유명 점성술사 프리실라 램이 좋아 보입니다."

르노르망은 역대급 서양 점성술사로서,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나폴레옹의 몰락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의 눈치를 살피면서 K가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천체물리학자인 케플러와 뉴턴도 점성술사였고, 고대 수학자 피타고라스 또한 철학자이면서 점성술사의 원조였더군요." 

동양의 사주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K는 사실 친한 한국인을 통해 트럼프의 사주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트럼프의 사주가 안 좋게 나왔다.

- 트럼프는 전체적으로 19세부터 78세까지 대운수를 타고 났다. 하늘에서 타고난 운으로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18년 무술년은 대운으로 삼합(三合)이 들었으나, 2020년부터는 삼형살운이 들어와 운세가 비색해지고 나빠진다. -

역학에 밝은 한국인 친구는 혹시 몰라서 크로스 체크를 위해 다른 역술가에게도 트럼프의 사주를 알아봤다고 했다.

- 트럼프는 권력을 탐하거나 남을 억누르는 일에 집착한다. 2020년 경자년에 위기를 맞는다. 그를 둘러싸고 시시비비와 부딪침이 계속 될 것이다. 그의 말은 더욱 강하고 거칠어진다. 대통령직이 위험해진다-

게다가 친구는 김정은도 그 시기에 비슷한 사주라고 귀띔했었다.

- 김정은의 2018년은 인수운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도와주고 김정은이 트럼프의 밥그릇을 열어주는 형국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삼형살운이 들어와 경제위기 체제혼란 핵폐기지체 등으로 전체 운세가 매우 비색해지고 나빠진다. -

친구에 따르면 사주가 다 맞는 건 아니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확률에 근거한 예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번 혼쭐이 난 K는 이런 보고를 하면 트럼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몸서리가 쳐진다. 안 좋게 나온 사주는 싹 빼버리고, 트럼프가 관심을 보인 점성술로 두루뭉술하게 몰아간다. <계속>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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