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군대를 마치고 20대 중반이 넘어갈 무렵, 본인의 희망과 주변의 기대를 만족시킬만한 꽃길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1983년 겨울, 뚜렷한 계획도 장래 희망도 없이 달랑 천 달러(백여만 원) 들고 대만으로 갔습니다. 젊음 하나 믿고, 지금 시도하지 못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거라는 막연함으로.

김포공항에서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난 후, 지금은 대만에 머물며 대만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당시의 나처럼 불확실한 미래에 잠 못 이룰 젊은이들을 생각하며, 고속도로를 달려 한 대학을 찾았습니다.

▲ NATIONAL FORMOSA UNIVERSITY(國立虎尾科技大學) 1 캠퍼스. 개교 38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만 중부의 작은 마을 후웨이(虎尾)에 위치.

▲ 1 캠퍼스 맞은 편에 있는 2 캠퍼스. 2 캠 우측으로는 체육관과 옥외 대형 수영장이 있는 3 캠퍼스가 위치함

 

2016년 5월에 쓴 ‘대만이야기 7’에서 소개한 ‘차이 따거’가 포모사 국립대학에서 새로 개설한 ‘항공기유지보수훈련센터’에서 강사 겸 매니저로 일하기 때문입니다.

▲ Albert Tsai(蔡冠明) 훈련센터 강사겸 메니저가 정문으로 마중나옴

 차이꽌밍(蔡冠明)은 미국에서 항공교육을 받았고, 대만 공군 장교 및 교관을 역임했으며, 퇴역 후 항공대에서 교수를 하였습니다. 정년을 지나 쉬던 중, 포모사 대학에서 국가 지원으로 항공정비센터를 개설하면서 실무와 경력 그리고 커리큘럼과 민항국과의 제안서 등을 영문으로 작성할 적임자로 차이를 능가할 사람이 없어 스카우트되었습니다. 센터가 자리를 잡을 동안, 향후 2년은 더 근무하여야 합니다.

현대사회의 거대 자본은 계속 저임금을 쫓아 이동하기에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있어도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더욱이 인공지능과 기술혁신으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어 단순기술이나 너도나도 뛰어드는 요식업종으로 안락한 삶을 찾기는 어렵지요.

머지않아 자동차 운전기사가 사라질 직종이듯 항공기 조종사도 필요 없는 직군이 됩니다. 하지만 항공산업은 갈수록 확장되고 비행기 수요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비행기를 유지하고 보수할 인력은 꾸준히 필요하지요.

▲ 비행기의 실제 전자 계기판. 비행기 엔진에서 발생하는 전기는 교류이나 센터의 교육용 장비는 직류전기 모터를 사용하기에 테이블에 두개의 변환기가 있어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꿔준다.

항공기 사고의 대다수가 의외로 조종사 실수가 잦다고 합니다. 3년 전에 부도가 난 대만의 항공사 Trans Airway Company는 두 번의 사고원인이 모두 조종사 실수였다고 합니다. 에어버스사의 ATR 72가 착륙할 때 강한 옆바람이 불었고, 조종사의 조종미숙으로 그만 사고가 났답니다. 두 번째 사고는 평소 알력이 심했던 정조종사와 부조종사가 한 비행기를 탔는데, 운항 중에 엔진 하나가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멈춘 엔진의 스위치를 꺼야 하는데, 평소 원수처럼 대하던 두 사람 사이에 의사 전달이 안 됐고, 부조종사는 살아있는 나머지 엔진의 스위치를 끄면서 추락하고 말았답니다.

비행기는 운항 횟수에 비해서 사고율이 가장 낮지만, 단 한 번의 사고로 대형 참사가 일어나기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인력을 교육합니다.

▲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투기 엔진, 보잉 787 엔진, 항공기 자료, 헬리콥터 엔진

대만의 항공기 정비 관련 기술이 상당하며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대만 정부에서는 정책적으로 항공기 유지보수 인력을 양성하고자 국립인 포모사 과학기술대학교에 훈련센터를 개설하고, 기존 재학생 중 15명을 올해 9월 처음으로 선발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항공기 유지보수 훈련센터, 월남전에서 미군이 사용하던 헬리콥터, 소형비행기 견학, 격납고.

모든 교육은 국제규격인 PART-147 법규에 근거하여 실시됩니다. PART-147은 항공기 정비규정이라고 합니다. 같은 규정임에도 미국에서 시행하는 교육은 느슨하고, 유럽에서 요구하는 규정은 더 까다롭고 엄격하다고 합니다. 이곳 센터에서는 유럽에서 요구하는 규정에 맞춰 교육합니다.

▲ 강사 겸 격납고 책임자, 석사과정과 훈련센터 조교를 맡고있는 항공대 두 제자, 측정장비 시연, 격납고 내부에서.

센터에서 2년의 과정을 마치고, 모든 과정의 시험을 통과하면 공란인 백색 카드를 받습니다. 그리고 항공사에 취업하여 기종을 배정받습니다. 회사의 필요에 의해 보잉 737을 배정받으면 3개월간 그 기종만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이 됩니다. 그러면 백색 카드에 보잉 737을 기재합니다. 약 2년 정도 숙련이 되면 또 다른 기종으로 넘어가면서 경력과 월급이 올라가는 구조라고 합니다.

▲ 비행기에 관한 여러가지 설명

현재 이곳 센터는 PART-147이 요구하는 모든 교육시스템과 설비들이 갖춰지면서 내년 9월에는 28명을 선발한다고 합니다.

약간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취재한 바로는 대학 4년의 학비는 국립대학이라 그런지 비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센터에서 받는 실습 및 강의료는 상당히 부담스럽네요.

대학 4년/ 8학기 총액=USD 12,000.-(미국 달러)

센터 2년/ 4학기 총액=USD 25,000~30,000.-(미국 달러)

만약 대학 졸업과 항공기정비 자격증을 함께 따려면 4년간 5천여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됩니다. 외국 학생, 특히 한국은 최혜국 협정국인데 국가에서 장학금을 줄 수 없느냐고 알아봐 달라고 말은 했는데, 실제로 한국에서 지원자가 있으면 그때 더 힘써보겠습니다.

▲ 좌측 아래는 대형 비행기 에어 컨디션 시스템으로 매우 복잡, 엔진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을 찬 바람으로 변환시키는 설비, 우측 아래는 소형 비행기 에어 컨디션 시스템으로 가정용 에어컨과 같은 원리.

위에 언급한 센터 2년 4학기는 대학 4년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 학생은 우선 대학에 입학하여 수업을 듣고, 2학년 혹은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항공기유지보수훈련센터’로 전과를 합니다. 오전에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138학점을 따기 위해 관련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센터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졸업과 동시 PART-147 규정에 따라 모든 과정을 통과한 학생은 대만 민항국(CAA)에서 발행하는 CERTIFICATE OF RECOGNITION(인증서)을 받습니다.

외국인 학생이 15인 이상 센터에 들어오면 중국어와 영어로 수업을 하고 영어 교재를 사용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자매결연을 한 인도 교환학생이 많이 눈에 띄었고, 이 센터는 따로 태국, 말레이시아와 MOU를 체결하여 향후 다국적 학생들이 많이 몰려들 거로 생각합니다.

이 학교가 위치한 윈린시엔(雲林縣) 후웨이전(虎尾鎭)은 대만의 중부지역에 있는 작고 쾌적한 마을입니다. 주변 물가도 저렴합니다. 학교 주변에 학생을 위한 원룸이 많이 있는데 한국 원화로 월 15만 원 정도입니다.

▲ 도서관, 개교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캠퍼스, 아래 사진은 학교 주변의 원룸으로 월 15만 원정도.

National Formosa University 홈 페이지 : www.nfu.edu.tw

참고로 대만에서는 중화민국성립연도를 사용합니다. 올해 2018년은 대만에서 민국 107년입니다. 

2018년 11월 24일 국립 포모사 대학에서 추가로 한국에서 오는 학생들을 위해서 두 가지 혜택을 알려왔습니다.

1, 한국인 유학생에게는 무료로 기숙사를 제공합니다.

2, 한국인 유학생이 15인 이상이 오면 중국어를 가르친 경험 있는 한국인 강사를 초빙해서 중국어학습과 학교생활의 편의를 제공합니다.

학교에서 내세우는 장점으로는 국립대학이라 일반 학과과정은 학비가 저렴하고, 3학년에 올라가면서 전과를 하여 항공정비기술을 배우면 누구나 반복적인 훈련으로 민항국에서 발행하는 PART-147인증서를 받을 수 있게 지도를 하겠다고 합니다.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대부분 기술 영어이기 때문에 어학 때문에 크게 고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꼭 정비사로 취직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젊어서 새로운 도전과 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욱 다양해질 거라는 생각에 추천의 글을 첨부합니다.

주) 이 글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뭔가 다른 길을 찾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더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사항이 있으면 댓글을 주십시오. 답변 드리겠습니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donghokim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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