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에 사는 박상수(남, 74세)주주는 부인 우한례 주주를 대신하여 주총에 참석했다. 한겨레 창간 당시 공직에 근무하고 있었다. 한겨레 주주라고 하면 혹시나 잘릴까 아내 이름을 빌어 창간주주가 된 것이다.

 

한겨레 창간 전 정부(집권자)의 횡포가 눈에 보였다. 하지만 언론은 입을 닫고 있었다. 세상이 답답했다. 국민주 신문이 나온다고 해서 새로운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광명세상이 펼쳐지리라 생각하고 주주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공직에 몸담고 있을 때에는 주총에 온 적이 없다. 퇴직 후, 10년 전부터 자주 주총에 온다. 주총 참석은 단순 참석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다. ‘집단지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집단의지’를 표출하는 장소라고 생각해서 온다. 주주들 생각이 모아지고, 공유되면서 한겨레의 새로운 비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 한겨레는 암흑시대에 빛을 주는 매체였다. 누구나 보고 싶어 하는 신문이었다. 새로움으로 기대가 컸다. 초반에는 잘해왔지만 시간이 지나자 서민들과 주주들이 갖고 있는 정신과 조금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창간호부터 보다가 지금은 구독을 끊었다. 요새는 창간정신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시들해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정의롭게 바른 길을 가는 신문이 없었는데 그래도 한겨레가 꿋꿋이 지켜주었다. 이것이 결국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겨레는 창간정신을 살려서 도도한 새로운 물결(신세대 정신)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겨레는 정치·사회면은 많이 다루지만, 문화면에서 약하다. 조선일보가 정치면은 엉망이지만 문화면은 풍족하다.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매체란 같은 것만 조명하면 별 의미가 없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면을 제공해야 한다. 농업·어업 등 이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한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현재 농촌이나 어촌에 가보면 귀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의 길을 밝혀주는 새로운 기사를 써주었으면 한다.

박상수 주주는 통일운동가이며 농촌문제에 관심이 많아 지역신문에 기고도 하는 칼럼리스트다. 2000년에는 <마음의 나무>, 2009년에는 <아름다운 동행>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박상수 주주의 시 한 편 소개한다.

 

마음의 나무

 

시루섬에 가
살고 싶었는데

물 늘어 장마엔
머리꼭지 보이고

가뭄 들어 강물 내리면
온 몸 들어내는
저 섬에 가 살고 싶었는데

새들은
철없이 날아
보금자리 틀고

나는 늘
그곳에 마음만 심어 놓고

사철 파란 나무
내 마음의 나무

그 나무 지금쯤
시루섬에 몇 길이나
자라고 있을까

 

시처럼 박상수 주주님께서 초심을 잃지 않는 한겨레와 나무 같이 변치않은 마음을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동행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및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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