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개념이 없었으면 친일 음악인 기념물을 헝가리에 세우나

▲ 부다페스트 시내의 지하철 노선도이다. 4개 호선이 있는데, 1호선인 메트로는 런던 다음으로 오래된 전철이라 한다.

전교조교사들이 중심이 된 2014년 동유럽 연수단 '베캄원정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마지막으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4개국 연수를 마쳤다. 부다페스트일정은 2박 3일인데, 첫날은 겔러레트언덕에 올라 도나우강을 내려다보면서 주변 유적들을 찾았다. 둘째 날인 8월 10일엔 자유여행이었다. 나는 동숙한 선생님과 상의하여 오전 중에 다시 겔러레트언덕을 찾아 어제 빠뜨렸던 곳들을 돌아봤다.

▲ 한식집은 찾질 못하고, 모처럼 찾은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 한가로운 부다 지역의 거리 풍경

그런 후 중식 장소를 찾았다. 외국에 나오면 빵 중심의 서양식주 메뉴이기에 자유여행 때는 한식집을 찾게 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중국집을 찾기도 한다. 숙소인 호텔에서 시내 쪽으로 가면서 음식점을 찾았다. 마침 중국음식점이 보여 들어갔다. 먹어본 음식들이 아닐 때는 메뉴그림을 보고 주문한다. 새우 등 생선이 많이 들어가거나 버섯 등이 들어있는 음식을 주로 시킨다. 이날도 그러했다.

헝가리여행 음식 중에 잊지 못하는 것은 우리 육개장과 비슷한 '굴라시'라는 음식이다. 헝가리 말로 '구야시'라고 하는데, 쇠고기, 양파, 고추, 파프리카 등으로 만든 매운 수프로 만든 음식이다. 그런가 하면 터어키에는 '베이란'이라는 일종의 수프 음식이 있는데, 이 또한 육개장과 비슷하다. 양의 목뼈와 갈비를 수 시간 푹 고은 국물에 고춧가루와 후추로 만든다고 한다. 한 때 헝가리를 지배했던 훈족이나 그 후 헝가리인들이 주축인 아자르인들도 그의 조상들은 목축과 유목생활을 주로 했다. 돌궐족의 후예들인 터어키인들도 동일 조상의 내력을 갖고 있고 고구려 등 만주와 동북아를 무대로 비슷한 전통을 갖고 있기에 음식에서도 그 전통들이 오늘날까지 남아있어 입맛도 비슷하다고 유추하면서 '굴라시'에 소주 한 잔 곁들인 저녁식사를 잊을 수가 없다. 

▲ 우리 연수단이 묵었던 호텔 '부다페스트'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파트너 선생님이 힘들다하여 호텔로 돌아갔다. 나는 호텔에서 받은 지도 한 장을 들고 전철을 이용하여 영웅광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곳의 명소의 하나인 노천온천탕을 바깥에서만 살펴보았다. 많은 서구인들이 수영복차림 남녀들이 온천욕을 하거나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찌는 더위에 온천욕이 이열치열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나는 바깥에서 울안을 잠깐 들여다봤지만 들어가진 못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우리 연수단 선생님들 중에는 자유여행 시간에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도 있었다.

▲ 농업박물관이 있는 성의 입구 모습

나는 노천온천탕을 뒤로하고 지도상에 나와 있는 농업박물관을 찾았다. 농업박물관은 거대한 성문과 성곽으로 둘러싸인 '바이드후녀드' 성 안에 있었다. 성 안에 있는 농업박물관을 찾아갔지만 마침 일요일이어서 개관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돌아서 성 밖으로 나왔다. 성 밖은 시민공원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넓은 호수에 각종 새들이 놀거나 쉬고 있었다. 호수 공원의 징검다리를 건너 잘 조성된 숲길을 걸으면서 어떤 나무와 꽃, 풀들을 살피면서 산책하였다. 그렇게 시민공원을 걷는데 갑자기 눈에 번쩍 뜨이는 시설물 하나를 발견하였다.

▲ 부다페스트 시민 공원에 세워져 있는 안익태의 흉상

우리나라의 애국가 작곡자로 알려진 '안익태'의 흉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흉상 뒤에 한글로 새겨진 안내문을 보았더니 2009년에 서울시가 한국과 헝가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제작해 세웠다는 것이다. 이 먼 나라 헝가리에도 한국의 흔적이 있다는 것이 사뭇 반갑기도 하였지만, 친일파 안익태의 흉상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안익태가 애국가를 작곡했지만 친일파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에 헝가리 여행 후 귀국하여 안익태에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검색해 보았다.

안익태는 1944년 히틀러 생일기념으로 파리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을 비롯해 동맹국인 이탈리아, 점령국인 프랑스 등에서 나치나 그 동조 세력이 주최한 공연을 30여 차례나 지휘했다. 뿐만 아니라 일제가 세운, 일제괴뢰국인 만주국의 건국 10주년 때는 '만주환상곡'을 작곡하여 기념연주회를 지휘하기도 하였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안익태를 친일파라 규정을 하고, 그에 대해 "일제강점기 당시 유럽에서 주 활동을 한 음악가로 1941년 베를린 만주국대사관 일본인 공무원 집에 머물며 ‘만주국 축전곡’ 등 다수의 일제군국주의 찬양곡 작곡 및 지휘활동"이라고 적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41년 명치절(일본 국왕생일)을 기념하여 일본국가인 기미가요를 연주하는 등 그의 친일행각은 참으로 화려하고 다양했다.

▲ 부다페스트 시민 공원에 있는 안익태의 행적을 적은 한글 안내판

안익태가 헝가리 리스트음대에서 수학하였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오세훈시장 때, 서울시 예산으로 리스트음대에 흉상을 세웠는데, 안익태 흉상을 리스트음악원에 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았고 판단하여 대학 측이 시민공원으로 옮긴 것이다.

안익태는 일본유학시절부터 '에키타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일본과 독일이 패망한 후에는 스페인으로 귀화를 하고, 그곳 여성과 결혼하고 살다가 1965년 바르셀로나에서 사망했다. 그런 그가 단지 대한민국 국가인 '애국가'를 작곡하였다는 이유로,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현재 국립묘지 제2유공자 묘역에 묻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으로 제정된 국가도 아닌 안익태 작곡의 애국가를 버리고, 새로운 애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얼마 전 김원웅광복회장 취임식에서도 "국립묘지에 이런 친일파들이 버젓이 묻혀 있는데, 이들을 파묘해서 국립묘지에서 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그의 형 안익조도 도쿄 제국대학 의과를 나온 후 일제강점기 때는 만주군 군의관으로서 일본 소교계급을 달았던 친일파이다.

헝가리는 소련을 상대로 한 민주화 투쟁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동유럽 국가 중 우리와 최초로 외교관계를 맺고 노태우, 김대중 등 여러 대통령과 총리, 국회의장 등이 서로 방문을 하면서 우의를 다져오고 있다. 교역량도 많다. 근래에 2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수출하여 우리가 많은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우리 교민들도 1500명 정도 살고 있다. 우리가 헝가리여행을 할 때 우리를 안내했던 분도 부다페스트에 살고 있는 교민이었다. 현재 우리와 헝가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다뉴브강 참사를 당하여 양국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다뉴브강 참사를 추모하기 위하여 많은 부다페스트시민들이 참사현장에서 '아리랑' 등을 부르며 애도하는 눈물을 흘렸다. 지난 6월 27일 한국을 찾은 헝가리 오케스트라단은 다뉴브강 참사를 애도하면서 한국가곡을 부르고 연주하였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짓기도 하면서 숙연하였다.

▲ 성의 입구에서 왼쪽에 있는 이 야크교회(Church of Jak)는 헝가리 서부 지방에 있던 유명한 13c 베네딕트 수도회 건물로 주변의 인공호수가 해자 역할을 해 이전의 성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훈야디 백작의 가족들만 미사를 드렸던 성당으로, 이 백작은 자신의 본 저택과 똑같은 성을 부다페스트에 짓고 싶은 마음으로 짓게 되었다고 한다.

헝가리여행을 하고 나서 찬찬히 헝가리를 들여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우리와 동병상련의 정을 앓고 있을까?'할 만큼 유럽 나라들 중에서도 특별히 관심과 애정이 가는 나라이다.

헝가리는 지정학적으로 로마, 신성로마제국, 독일, 소련, 중동의 튀르크, 훈족과 몽골 등 수많은 외적의 침입을 받았다. 서유럽, 동유럽, 중동 등으로 진출하려는 세력들은 이 지역을 통과할 수밖에 없는 발판과 같은 지역이다. 거기에다 도나우강이 흐르고 있어 교통과 교역의 요지이다.  역사를 보면 우리 한반도와 같이 수많은 외침을 당하면서 영토를 빼앗기고 지배를 당하며 고통 받은 적이 많았다. 그 옛날 우리와 같은 동북아시아인들인 훈족이 이곳에 터 잡고 전 유럽을 호령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가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번 다뉴브강의 참사를 양국이 합심하여 슬기롭게 잘 해결한다면 더욱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체코 프라하의 성비투스 대성당, 몇 백 년의 시간을 두고 완성이 되었다.

2014 전교조선생님들 중심의 동유럽 4개국 연수단 '베캄원정대'를 따라나서서 동유럽은 물론 관련자료들을 검색하면서 유럽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인문, 사회, 문화, 자연 체험의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좀 더 세상을 폭넓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거의 가톨릭이나 개신교등 기독교중심문화이다. 거기에다 수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고, 많은 나라들이 흥망성쇠의 역사를 거쳐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대혁명과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많은 나라들이 독립을 하였고, 민주주의는 확대되었다. 이들 나라들은 유럽연합 전체 국가들의 면적이 중국 정도의 면적이기 때문에 동서 유럽의 어느 한 곳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이웃 나라들이 피해가질 못하고, 그 전쟁에 휩쓸려 국가별로 편이 갈려 싸우는 경향이 강했다. 대신 서로 어울려 살면서 인종은 달라도 문화적 차이가 별로 없이 발전해 왔다. 동유럽은 현재 우리보다 국민 소득이 좀 낮지만 유럽 여러 나라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높다. 민주주의도 앞서 있어서 복지제도도 크게 앞섰다. 그들이 큰 복지혜택을 누리는 것은 그만큼 많은 피와 땀을 흘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해방 전은 물론이고 해방 이후에 민주주의 신장과 경제발전을 위하여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음을 역사를 통해 확인한다. 그동안 난삽하고 잘 정리되지 않은 여행기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로써 동유럽 4개국 연수후기를 마친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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