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먹거리 복지 사업 연간 8억2천500만원 달해
식사 단가·최저가 입찰 구조 등 한계 마주한 먹거리 복지 사업

로컬푸드 정책과 복지 사업 연계로 나아가야

취약계층을 위한 먹거리 복지 사업은 유독 시혜적 성격이 강하다. 경제적으로 넉넉
지 않아 삼시세끼를 제때 챙겨 먹을 수 없는 이들을 ‘도와 주자’라는 인식에서 정책이 출발하곤 한다. 하지만 먹는 일은 시혜가 아닌 주민 고유의 권리다. 그렇기에 단지 음식을 주어진 대로 먹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매장에 가서 직접 현물을 구입할 수도, 도시락 배달을 택할 수도,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먹는 방식에 대한 선택은 경제적 여건에 영향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력이 낮은 취약약계층의 경우 복지 정책 영향에 따라 음식종류와 먹는방식이 결정된다. 옥천군 역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먹거리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선택할수 있는건 극히 제한적이다. 올해만 해도 9가지 사업에 총 8억2천500여만원이 투입된다. 사업 대상자는 노인부터 아동, 임산부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는 시혜 측면에 머무르고, 선택지를 주는 것 보다는 사업의 방향에 따라 먹거리가 결정된다. 먹는 것에 가난을 증명하지 않고 자발적인 선택이 우선될 수는 없는 것일까.

2017년 12월 옥천군이 발표한 '먹거리 종합 계획'에 따르면 옥천푸드 정책은 옥천 주민이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 받도록 해야 한다. 푸드플랜은 로컬푸드 소비 촉진을 통해 농민 소득을 보장하고 동시에 먹거리권이 곧 주민들의 기본권임을 명시하고 있다. 옥천군은 이미 건강한 먹거리의 전제를 세웠지만, 취약계층의 먹거리 복지사업은 여전히 주민복지과 소관으로 ‘시혜’의 속성에 머문다. 푸드플랜의 기본 방향은 모든 먹거리 정책의 근본이 돼야 하지만, 예산과 인력 등 구조적 한계로 복지와 옥천푸드 정책의 결합은 여전히 먼 이야기로 평가된다.

계획을 세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옥천과 달리 여러 지자체들이 먹거리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간다. 서울시는 결식 우려 아동에게 집밥 형태의 균형잡힌 음식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서울시 집밥 배달 프로젝트'를, 완주군은 학교급식지원센터와 연계한 영양플러스 사업으로 임산부와 영유아에게 분유, 미역, 김 등을 제외한 모든 품목을 지역 농산물이나 도내 출하되는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한다.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는 서울시 시정협치형 시민참여예산사업을 지원받아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고자 마을부엌 사업을 진행한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는 1993년 식량권을 인권의 하나로 공식 인정하고 식량보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번 기획은 먹거리는 시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권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취급하는 먹거리 복지가 아닌, ‘건강한 음식’에 접근 할 수 있는 유통체계를 만들어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는 먹거리 기본권을 실현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1회 기획보도에서는 옥천군의 취약계층 먹거리 복지 사업을 점검해 봤다.

<글 싣는 순서>

▶1회: 옥천군 '취약계층' 푸드 정책의 현주소
 2회: 아동을 위한 서울시 집밥 프로젝트
 3회: 로컬푸드로 임산부·영유아 먹거리 보장하는 완주
 4회: 먹거리권 보장, 새로운 대안 '마을부엌'
 5회: '굶는 시민 없는 나라' 브라질의 식량보장 정책

 6회: 브라질 민중식당 정책

 

▲  6일 오전 11시30분 급식 준비에 한창인 옥천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시니어클럽 소속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3명이 조리하고 있다. 옥천지역아동센터는 1인 아동당 급식단가가 5천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1천원 증가돼 간식 등 1~2가지 품목을 더 제공하고 있지만, 옥천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농산물 단가를 맞추기는  아직까지 어렵다

단가 한계에 막힌 먹거리 복지 사업

옥천군에 따르면 지역 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먹거리복지 사업은 9개로 연간 8억2천500여만원이 투입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 참고)

△저소득재가노인밑반찬배달사업 210명(연 1억8천만원) △재가장애인밑반찬배달사업 48명(연 4천550만원) △복지관 무료급식 사업 136명(본관 96명, 청산분관 40명, 연 8천만원) △푸드뱅크 60명(연 3천500만원) △지역아동급식지원 70명(연 1억100만원) △저소득 임산부 영양플러스 사업 104명(연 1억1천700만원) △읍면별 맞춤형복지팀 밑반찬배달사업 37명(옥천읍·동이면 예산 없음·청성면 연 50만원) △드림스타트밑반찬배달사업 27명(연 668만8천원) △아동급식 상품권 지원(연중 93명, 연중·학기중 174명, 방학중 96명, 연 2억5천935만원)

이 자료에 따르면 총 1천55명의 주민이 지원을 받고 있다. 2019년 7월 기준 옥천 인구는 5만1천237명으로 2%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자료에 포함하지 않은 차상위계층과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양곡 할인지원과 군내 사회복지시설 공공급식을 포함하면 대상자는 4천여명으로 늘어난다. 전체군민의 7% 가량에게 먹거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옥천군이 시행하고 있는 먹거리 복지 사업 중 조리한 식품이 제공되는 사업은 크게 밑반찬 배달 사업과 복지관·지역아동센터 급식이 있다. 주로 시니어클럽과 연계된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투입된다. 복지관이나 지역아동센터 등 기관에서 직접 조리를 하거나 옥천시니어클럽(관장 이종숙)이 운영하는 도란도란에서 만든 밑반찬이 제공된다.

시니어클럽과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관장 오재훈), 지역아동센터는 주로 관내 업체에서 농산물과 가공품 등을 구입한다. 복지관의 경우 빵 등을 장애인보호작업장(원장 이준호)으로부터 납품받기도 한다.

하지만 단가 문제로 인해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복지관 경로식당은 1인당 2천원(식재료비), 시니어클럽은 1주 기준으로 8천300원의 단가를 맞춰야 한다. 지역아동센터 역시 지난해 4천원에서 올해 5천원으로 단가가 올랐지만 친환경 농산물을 쓰기는 어렵다.

옥천지역아동센터 김회문 센터장은 “급식 단가가 오르면서 훨씬 나아졌다. 간식 1가지 정도는 아이들이 더 먹을 수 있다”며 “쌀 같은 경우는 옥천살림 것을 쓰고 있지만, 모든 품목이 다 구비돼 있지 않다. 고정 마트 한 군데를 정해 놓고 장을 보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복지관에서 시행하는 밑반찬 배달 사업의 경우 주로 반찬 3가지(1인 단가 8천300원)와 부식류(빵·과일·우유 등) 5가지 정도가 주1회(목요일) 대상자 집으로 배송된다. 배송인력은 복지관 직원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6~8월까지는 조리된 반찬이 아닌, 반조리 식품이 배송된다.
▲ 드림스타트 밑반찬의 경우 도란도란에서 만든 반찬 3가지와 국 1종류를 군 아동통합사례관리사 4명이 나눠 배달한다
▲ 6일 오전 11시 옥천지역아동센터를 방문했다.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중앙급식관리지원센터로부터 식단을 제공받아 조리한다. 이날 메뉴는 잡곡밥, 참치김치찌개, 닭고기 떡볶음, 오이무침, 조미김 등이었다.

 

아동급식상품권과 영양플러스의 현주소

먹거리 복지 사업 중 하나인 ‘아동급식상품권’은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에게 1인 기준 5천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군에서 직접 대상 가정으로 등기를 보낸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등록한 관내 업체라면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결식 우려’의 목적으로 지급됐다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이를 쓸 수 있다. 이는 개인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냉동식품, 인스턴트 등 영양불균형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고 평가된다.

먹거리 정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푸드앤저스티스 지니스테이블 박진희 대표는 “상품권이 통용되는 식당일지라도, 아이들이 혼자 이를 사용하기 까지 (주변 시선 등) 제약이 많기에 편의점이나 마트 등을 방문하는 게 편할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제한할 수는 없다”이라며 “그렇기에 누구나 일정비용을 내면 먹을 수 있는 지역 거점 식당 등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산부와 영유아를 위한 영양플러스사업은 현재 쌀, 유정란, 감자 등 일부 품목에 한해서 친환경농산물을 쓰고 있다. 최저가 입찰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구조 문제 때문이다. 공개 입찰로 선정된 업체가 대량으로 농산물을 구입하고, 여러 곳에 유통하기 때문에 별도 요청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양플러스 꾸러미를 2년 째 받고 있다는 A씨(29, 옥천읍 삼양리)는 “아이 이유식을 만들 때 농산물이 사용되니까 다양한 현물이 들어왔으면 한다”며 “과일 같은 것들도 조금씩 들어오기는 하는 데 더 늘어나면 아이들도 저도 조금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영양플러스사업은 취약계층인 임산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영양상담, 교육, 보충식품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감자와 당근, 쌀, 우유, 검정콩, 김, 미역, 닭가슴살통조림, 귤, 오렌지주스, 이유식 등이 꾸러미로 배달된다. 지난 5월 옥천군보건소에서 촬영한 사진.
▲영양플러스사업은 취약계층인 임산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영양상담, 교육, 보충식품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감자와 당근, 쌀, 우유, 검정콩, 김, 미역, 닭가슴살통조림, 귤, 오렌지주스, 이유식 등이 꾸러미로 배달된다. 지난 5월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

 

지역농정과 먹거리 복지 함께 나아가야

옥천군은 현재 옥천푸드유통센터를 통해 학생들에게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학교로 들어가는 옥천 농산물은 60여가지다. 이와 함께 친환경 농산물 단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급식 차액지원 사업 역시 진행하고 있다. 쌀 품목에 한해 적용되던 차액지원 사업 대상 품목은 지난 3월 두부, 순두부, 유정란, 콩나물 등으로 확대됐다. 해당 사업에는 총 1억5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문제는 군 농정과가 추진하는 로컬푸드 정책들과 취약계층의 먹거리 복지 사업과 연계는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것이다. 기존 학교급식에 한정됐던 차액지원사업은 조례 개정을 통해 단체급식소, 일반음식점, 도시락 배달 등 외연을 확대한다고 명시하지만 여전히 지역 농정과 복지 분야 사업이 결합하지 않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옥천 로컬푸드 운동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농민단체와 주민단체의 결합으로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이 공급됐고, 옥천푸드 육성 조례가 제정됐다. 이후 5년 6개월의 열띤 토론과 참여를 통해 옥천로컬푸드직매장이 설립됐다.

시혜를 넘어선 권리 차원의 먹거리 정책이 옥천 내에서 정착되기 위해서는 농정과 복지가 함께 가야한다고 요구된다. 주민먹거리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농업정책과 복지정책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옥천푸드 육성 조례에는 ‘옥천 주민이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옥천살림 신한중 대표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저농약·적정농약 수준으로 재배한 건강한 로컬 푸드가 공급돼야 하지만 복지와 농정 간 칸막이 행정으로 취약계층의 접근성은 더 떨어지는 상황"며 "면이나 읍 등 거리에 따라서 먹거리를 취하고자 하는 방식이 다를텐데 이에 대한 의견 수렴 역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정과 복지가 적극적인 결합을 통해 먹거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니스테이블 박진희 대표 "연령대에 맞게, 생애주기에 맞게 먹거리권이 기본권으로 작동해야 한다. 지역 로컬푸드를 구현하는 푸드플랜 안에서 먹거리정책과 연계성을 어떻게 찾고 구현하는지도 중요하다"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경우 식량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상정해 식량보장 정책을 펴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시혜적 정책이 아닌, 권리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자체가 취약계층의 먹거리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글은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박해윤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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