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명 폐교 대상이었던 풍천초등학교, 현재 전체인원 104명 공간대비 ‘과밀학교’
어멍아방농촌유학센터가 시작해 학교와 지자체가 지원한 작은학교 살리기
서귀포시, 2012년부터 빈집정비·공동임대주택 사업 통해 작은학교 주거지원 방점 찍어

 ■ 글 싣는 순서

1회: '작은학교 살리자'는 구호대신 방법 찾아야 할 때

▶2회: 마을과 지자체가 함께 나선 서귀포시 풍천초등학교

3회: '방치' 아닌 '살리기'에 지원하는 강원도교육청

4회: 대안교육과정으로 살아나는 남해시 상주중학교

5회: 학교 살리기 주체로 우뚝, 진안교육협동조합

6회:극소규모 학교 살리는 다양한 방법 찾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7회: 극소규모 학교 살리는 다양한 방법 찾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2)

주 : 행복씨앗학교 동이초는 벌써 큰 학구(삼양·장야·죽향)로 부터 올해 2명의 전학생을 받았다. 누군가는 고작 ‘2명’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도, 작은학교에서 2명은 학교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숫자다. 동이초 김이태 교감은 ‘교육활동을 목적으로 이주를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작은학교는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미 안남과 동이, 청산에서도 농산촌유학센터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옥천보다 한발 더 빨리 시작한 곳이 있다. 서귀포시 신천리와 신풍리를 학구로 가진 풍천초등학교가 그렇다. 학생 수 29명의 폐교대상 학교에서 104명의 건물 대비 ‘과밀학교’가 된 풍천초등학교의 6년간의 시간. 그 시간에는 지자체와 지역주민, 교육청과 학교간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다. 제주도에가 만들어낸 '소규모학교지원사업' 정책에 서귀포시가 적극행정으로 임하며 작은학교를 살려낸 것. <옥천신문>은 서귀포시 풍천초등학교 사례를 통해 어멍아방농촌유학센터를 시발점으로 서귀포시의 주거지원·교육청의 교육지원이 함께 만들어낸 작은학교 살리기를 조명한다.

▲ 전교생수가 104명에 달하는 풍천초등학교는 불과 6년전만 하더라도 폐교를 목전에 둔 학교였다. 사진은 풍천초등학교의 모습. 고정희 교장은 학교가 공간대비 과밀학교가 된 탓에 쓰지 않았던 공간도 터서 이용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2019학년도 풍천초등학교 학생수는 104명이다.

요즘에는 학부모들이 ‘작은학교’라 전학을 문의했다가, 각 반에 15명~20명의 학생들이 포진해있는 것을 알고 전입을 포기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총 700가구인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신천리 학구의 풍천초등학교. 불과 6년 전에는 통폐합 대상 학교였던 풍천초등학교가 공간대비 과밀학교가 됐다.

어멍아방농촌유학센터(센터장 정희성) 강정연 사무장은 통폐합을 목전에 두었던 2012년을 ‘학생 1명이 간절했던 상황’이라고 회고한다. 학생수는 도교육청 조례안에 따라 통폐합 대상 정원인 28명에 머물렀고, 서귀포시에서 진행하는 공동주택 임대사업에 선정됐지만, 이제 공사 착공이라 최소 2년 뒤에나 이주민을 받을 수 있었다.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역주민·동문·학부모들의 십시일반으로 급하게 농촌유학센터를 열었다.

동시에 초대 센터장인 강석분 센터장이 28명이면 통폐합 대상이 되는 도교육청 조례 독소조항을 없애려 국회·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갔다. 끈질긴 노력 끝에 정원이 29명이 되면서 2년간 통폐합을 유예할 수 있다는 ‘유예조항’을 만들어 냈다.

유학센터가 지원하는 ‘농촌유학’은 △가족형과 △기숙형이다. 현재 가족형은 2가구, 기숙형은 학생 5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숙식을 포함해 매달 50만원을 낸다. 2012년 시작한 유학센터는 교육을 위해 이주를 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지원’이 되기도 했고, 정보제공자가 되기도 했다.

센터를 거쳐간 학생들은 대략 30명이다. 이중에는 중학교를 진학하면서 육지로 돌아간 학생들도있고, 가족들이 같이 내려와 완전한 이주로 변한 학생도 있다. 강 사무장은 “그때는 학생 1명이라도 더 받는 게 목적이었다, (유학비도) 한 달에 30만 원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2015년까지는 학생을 ‘도구’로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6년 이후부터는 조금 생각이 달라져, 어떤 공간, 어떤 교육을 지원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확장을 시키니 미래가 보였다”고 말해다.

강 사무장에 따르면, 2017년도부터 학생수가 갑작스레 증가한데는 교장공모제로 들어온 교장의 역할도 컸다. 하부르타 교육법으로 유명한 질문수업을 들여오면서 ‘질문수업의 선진지’가 되기도 했다.

풍천초등학교 고정희 교장은 2012년 풍천초등학교 통폐합 논의를 진행하던 때 모아놓은 자료들이 아직도 집무실 한편에 놓아 두었다. 당시 운영위원회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오갔던 날것의 이야기들이다. 교육부에서 돈이 얼마가 나올 것이고, 그 돈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몇십억이라는 거금에 가려졌던 진실을 보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풍천초 고정희 교장은 “마을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니까, 마을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며 “학교 살리기에 총동문회도 움직이고, 공동체가 활기를 띠었다”고 말했다.

학교와 유학센터는 현재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 살리기에 공조한다. 단순 폐교 대상이 되지 않는 정원을 맞추겠다는 시작이 이제는 마을 돌봄까지 뻗어 나갔다. 2019년 현재 농촌유학센터에서 진행하는 ‘마을 키움터 공모사업’에는 학생 26명이 참가하고 있다.

▲ 어멍아방농촌유학센터 강정연 사무장. 강 사무장은 센터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서귀포시, 작은학교 주변 마을 주거지원 128세대까지 늘어나

풍천초등학교의 기사회생에는 지자체의 지원도 있었다. 서귀포시는 ‘소규모학교 지원사업’을 통해 신풍리에 빈집 3곳을 정비하고, 6세대의 공동주택을 마련했다. 도 조례로 보장하는 ‘소규모학교 지원사업’은 빈집정비나 마을공동임대주택을 원하는 마을에게 최대 보조금 70%까지를 지원해주는 주거지원 사업이다. 제주시가 해당 사업으로 빈집을 단 3곳을 수리한 것과 비교하면, 서귀포시는 올해까지 79세대를 수리해온것과 대비된다.

▲서귀포시 평생교육지원과 소규모학교지원팀 강현호 팀장. 강팀장은 오는 연말 작은학교 통학지원을 위한 일방향 공동학구제를 도교육청에 제안할 예정이라 밝혔다.

서귀포시청 평생교육지원과 소규모학교지원팀 강현호 팀장은 “도시나 육지로 떠나버리는 사람들로 인해 빈집과 공간은 늘어나는데, 집값은 비쌌고,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 없는 상황인 곳이 많았다”며 “지금은 공동주택이나 빈집정비가 완공되기 전부터 예약돼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조직개편을 통해 평생교육지원과와 ‘소규모학교 지원팀’을 만들었다.

강 팀장은 “서귀포시가 제주시보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어서, 우수학생들은 제주시로 다 빠져나가 버리는 현상이 계속돼왔다”며 “학생이 나가버리는 것은, 단순 학생 1명이 나가는 게 아니라 가족이 모두 나가는 형태였고, 분명한 인구유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 교육지원팀이 생기니, 단순 교육청의 일이라고 생각하던 사고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시내 학생수 100명 이하, 6학급 이하 초·중학교를 일컫는 작은학교는 30개교. 대다수가 농어촌지역인 읍·면에 몰려있다. 제주도 전체 작은학교의 절반 이상이 서귀포시에 몰려있고, 서귀포시 학교 중 70%가 작은학교에 해당된다.

그런 서귀포시가 도 예산과 합쳐 2012년부터 지원해온 예산은 빈집정비사업에 5억 8천 3백만원, 공동임대주택건립에 33억8천만원이다. 제주시가 2015년부터 빈집정비에 3천만원을 지원해온 것에 비하면 서귀포시의 소규모학교지원사업은 제주시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귀포시에 현재까지 마련된 공동임대주택과 빈집은 총 128세대. ‘작은학교’를 살리려는 의지를 가진 마을이면 어느 마을이든 부지와 자부담금, 집주인의 동의가 있으면 공동임대주택 혹은 빈집정비를 할 수 있다.

공동임대주택에 4년간 거주하고 있는 김정민씨(43,신산리)는 “작은학교로 전학을 결심하고, 주변 학교를 찾는데 임대료도 그렇고, 땅값도 그렇고, 비싸더라”며 “운좋게 마을에서 운영하는 공동주택 20평형에 들어가 보증금 200만원에 연세 400만원을 내고 생활을 해오고 있다”고말했다.

서귀포시는 2012년부터 △신산리 △수산1리(2곳) △성읍1리 △세화2리 △신풍리 △무릉2리 △시흥리에 공동임대주택을 만들었다.

성산읍 신산리 강원보 이장은 “아이 울음소리 들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때가 있었다”며 “소규모학교지원사업 보조금과 마을 기금을 합쳐 약 5억원을 들여 공동주택을 마련하니, 아이들을 따라 이주하는 가족들이 정말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뭘 모를 때는 지원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때 통폐합을 하자는 의견을 내본 적도 있는데(웃음) 정말 아니다, 지역을 지키는 것이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의 당위”라고 말했다.

신산리에는 2015년 450제곱미터 규모의 6세대 공동임대주택이 세워졌다. 해당 공동임대주택은 총사업비 5억7천772만원이 들었다. 해당 임대주택을 거쳐간 학생 수는 총 12명이다.

▲ 신산리에 위치한 공동임대주택. 해당 주택에는 총 6가구가 살고 있으며, 학령기 아동을 둔 가족이면 모두에게 열려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글은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지혜 옥천신문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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