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절반인데 , 학교는 8곳이나 많은 진안군을 가다
분산됐던 지역 내 마을교사 중심에서 묶어낸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
2010년 13면 폐교위기, 장승초의 기적 8년째 학교감소 막아내는 마령초
교장실 없앤 장승초, 뜻 있는 교사 최대 10년까지 재직 가능

■ 글 싣는 순서

1회: '작은학교 살리자'는 구호대신 방법 찾아야 할 때

2회: 마을과 지자체가 함께 나선 서귀포시 풍천초등학교

3회: '방치' 아닌 '살리기'에 지원하는 강원도교육청

▶ 4회: 학교 살리기 주체로 우뚝, 진안교육협동조합
5회: 교사가 바뀌니 학교가 바뀌었다. 추풍령 중학교

6회:극소규모 학교 살리는 다양한 방법 찾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7회: 극소규모 학교 살리는 다양한 방법 찾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2)

주 _ 인구수 2만5천645명(10월 기준)인 진안군은 전라북도에서도 북쪽에 있는 작은 지역이다. 진안군의 작은학교 살리기에는 혁신학교 학부모회에서 움튼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전 진안교육협동조합)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노력이 있다. 학생수 13명으로 통폐합 위기였던 장승초를 건져내고, 혁신학교를 자리 잡게 한 전교조와 혁신학교의 목표처럼 '학교 민주주의 구축'을 위해 주체로 뛰어든 학부모·주민 주체가 만나 진안군의 작은학교 살리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 이정영 대표는 "이제는 교육정책이 응답해야할 때"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지역주민·교사·학부모가 끌어온 만큼 군과 교육청, 그리고 교육부가 응답해야할 시간이라는 것. <옥천신문>은 이번 보도를 통해 학교가 담장 밖을 나와 살아난 사례를 살펴본다.

▲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 이정영 이사장

 

중학교 없는 면(面)이 두 개 뿐인가, 그래요

마을학교 이정영 대표가 말했다.

진안군 인구는 옥천의 절반 수준이지만, 진안군 학교 수는 옥천군의 학교 수를 크게 웃돈다. 진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초등학교 13개· 중학교 10개· 고등학교 5개로 옥천보다 8곳이 많다. 중학교 숫자는 진안이 옥천보다 2배다. 전라북도교육청 김승환 교육감은 교육부의 학교통폐합 정책에 맞서 농산촌학교 살리기 정책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 장승초는 혁신학교로 작은학교를 살려낸 모범사례다. 13명에서 95명으로 기적을 보여준 장승초는 다시금 도전 앞에 섰다. 내년도 신입생수가 6명이 집계 됐기 때문. 교육협동조합 이사 이자, 장승초 교무부장교사인 이윤상씨는 "다시금, 부모님들이 작은학교에 바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갈무리했다.

 

전교생 13명에서 95명으로 살아난 장승초의 기적

진안군 부귀면에 위치한 장승초는 9년 전만 해도 전교생 13명으로 존폐위기에 부딪혔다.

이우주 교사를 비롯한 동료교사들이 의기투합해 학생모집을 통해 간신히 폐교의 문턱에서 살려냈다. 현재 장승초는 95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장승초는 혁신학교를 통해 작은학교를 살려낸 모범적인 사례로 여러 매체의 조명을 받았다. 마령면에 위치한 마령초는 유명하진 않지만, 장승초 만큼이나 학교를 살려내고 있다. 장승초와 마령초는 각각 2011년과 2012년에 혁신학교로 시작했고, 마령초는 올해가 혁신학교 마지막 해다. 현재 마령초 학생수는 42명. 학생수가 크게 반등하지는 않았지만, 더 감소하지도 않았다. 내부에서는 뜻 깊은 일이라고 자평했다.

마령초 안중만 교사는 "도시의 사람들이 시골로 돌아올 수 있는 게 학교"라며 "40명선이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혁신학교로의 도약이 많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 안 교사는 "일반적인 인사원칙에 부딪혀 지역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것은 한계가 맞고, 그렇기 때문에 학교는 마을교육에 있어서 마을을 소비하는 형태로만 이뤄진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장승초는 마령초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11년 혁신학교를 추동하는 교사들을 따라 이주해온 가족들이 부귀면에 정착했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장승초 학부모회로 활동하고 있다. 장승초는 혁신더하기학교로 선정되면서 교사가 원하면 최대 10년까지 학교에서 머물 수 있게 됐다.

장승초 이우주 교사는 "(학교에 와서) 3년째 되면 이제 무슨 일을 도모해볼까,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인사원칙에 따르게 되면 3년째부터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며 "한 학교에 진득하게 있지 못하니 결국 '내 학교'라기 보다는 '얼마 있다 또 갈건데 뭐'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우주교사는 2011년부터 장승초의 핵심 교사로 재직해오고 있다. 그도 내년이면 10년 만기로 다른 학교로 나가야 한다.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9월1일자에 온 최금희 교장은 교장실을 없앴다. 교장실 자리는 휴게실 및 회의실로 쓰인다. 교장도 다른 평교사와 다르지 않게 교무부장 교사 옆자리서 업무를 본다. 3학년 과학 수업도 직접 한다. 특히나 최 교장은 방과후 수업 담당자라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와는 긴밀한 협력을 해오고 있다.

학교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귀면 장승초 근처로 이주해온 가구는 약 50가구다. 장승초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올해 신입생 수가 6명으로 집계된 것. 그럴수록 이주해온 교육이주민들의 목적을 생각해본다.

이영상 교무부장 교사는 "10년이 지나면 '한 세대가 끝나는 구나'는 생각을 한다"며 "그때 이주해온 가족들의 막내까지 학교에 입학을 하고 난 게 올해까지 인 것이고, 다시 장승초가 가진 작은학교의 장점을 열심히 홍보하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상 교사는 학생들의 반말을 굳이 고치려 들지 않는다. '이여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영상 교사는 "굳이, 고치진 않고 저도 반말해요"라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 교장실이 없는 장승초.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부임한 최금희 교장은 9월1일자로 장승초에 오며 교장실을 없앴다. 최교장은 직접 수업도 하고, 평교사들 처럼 담당 업무도 맡는다. 방과후 담당인 최교장은 마을학교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 통폐합 무풍지대에 생겨난 '진안교육협동조합'

도교육청의 통폐합 시도가 없는 '무풍지대'에서 가능성이 움텄다. 학생수가 감소하기만 하는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농산촌 학교만의 특별함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합의였다. 도심 큰 학교와 같은 가치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합의가 우선이었다. 그 결과 혁신학교 학부모회가 만들어졌다. 혁신학교 학부모회는 진안교육협동조합을 만들어냈다.

2013년 만들어낸 진안교육협동조합은 학교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모색했다. 혁신학교가 목표로 하는 '학교 민주주의'에 도달하기 위해서 교육주체들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 단체인 것. 학부모가 학교를 '무서워'하거나 '기피하는 곳', '애 맡긴 죄인'이 되는 곳이 아니라, 같이 논의하고, 싸우고, 양보하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

"모여서 고민을 했었죠. 학교의 교과과정을 바꾸거나, 교육을 바꿀 수는 없잖아요. 교사가 사실 전문적인 부분이고요. 그런데, 돌봄이나 방과후 마을교사 부분은 지역주민이나 학부모가 더 전문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정영 대표)

쉽지만은 않았다. 학부모와 주민이 학교에 들어가서 '주체'가 된다는 제안에 의아함과 적대감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곳은 학교가 알아서 돌봄이랑 방과후를 하는데, 왜 진안교육협동조합이라는 단체한테 그걸 맡겨야 하냐는 반대랑 부딪혔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달랐어요. 그 당시에는 돌봄전담사와 방과후 마을교사들이 단순히 파편화 된 채 학교와 1:1 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저희 진안교육협동조합이 들어오면서 '연대'가 가능해졌어요." (이정영 대표)

공간은 학교를 쓰되, 책임은 협동조합이 지겠다는 말로 학교를 설득했다. 요즘말로 마을교육공동체가 탄생한 셈이다. 그간 1:1로 진행해오던 계약을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가 중간지원조직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각 학교의 돌봄전담사와 방과후 마을교사를 엮어내기 시작했다. △장승초 △마령초 △백운초 △동향초부터 시작한 진안교육협동조합은 현재 진안을 비롯한 무주와 장승까지 무대를 넓히고 있다. 마을학교에 따르면, 협동조합 마을학교는 진안군내에서만 4억 내외의 예산으로 방과후 지원을 해오고 있다.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는 올해 면단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묶어 체육대회를 열었다. 풋살을 배우고 싶어하는 작은학교 학생들에게 옆 학교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과후특강도 열었다. 전주시 큰학교 부럽지 않게 지역에서 전국 청소년 학술대회를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두 해에 걸쳐서 열기도 했다. 진안군내 학교들은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를 통해 관계망을 맺게 된 셈이다.

"이 추세라면, 진안군 모든 학교가 작은학교 범주에 들어요. 그 전에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죠.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이만큼 움직였으면, 정책적으로 응답을 해야 해요. 지자체가 교육사업한다고 하는 세 가지 해외연수·장학금·서울소재 학사 지어주기 탈피하고, 학령기 아동 둔 가족들 들어와 살 수 있는 연립주택 만들라는 말입니다, 이제 농산촌학교 살리는 정책 나와줘야 합니다" (이정영 대표)

 

▲ 장승초는 실과 과목에 '목공'을 배운다. 이우주 교사는 직접 목공 기술을 배워 3~6학년 학생들과 직접 목재를 가지고 만드는 수업을 진행한다. 사진은 비닐하우스에 위치한 목공 공간. 학교는 특별실이 부족해 목공은 비닐하우스로 만든 공간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글은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지혜 옥천신문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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