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상주면 작은 바닷마을 앞 학교, 대안교육 특성화중 상주중학교를 가다
학교 따라 전입한 스물다섯 가구 학부모들이 만든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50명 조합원에서 150명으로 조합원 수 크게 늘고, 돌봄·마을교육 활동
여태전 교장,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을, 남해금산교육마을 구상한다
 

■ 글 싣는 순서

1회: '작은학교 살리자'는 구호대신 방법 찾아야 할 때

2회: 마을과 지자체가 함께 나선 서귀포시 풍천초등학교

3회: '방치' 아닌 '살리기'에 지원하는 강원도교육청

 4회: 학교 살리기 주체로 우뚝, 진안교육협동조합
▶5회: 작은학교 가치 대안교육 도입한 상주중학교

6회:극소규모 학교 살리는 다양한 방법 찾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7회: 극소규모 학교 살리는 다양한 방법 찾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2)

 

교육으로,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작은학교를 살리는 데 뜻을 같이 하지만, 학교가 마을을 살릴 수 없을 것 이라 자조하는 사람들은 꽤있다. 여기, 그 질문에 답이 있다.

인구수 1천400명 남해군 상주면 작은 어촌마을에 위치한 상주중학교는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다. 2015년 특성화중학교로 지정이 된 이후 15명에 불과하던 학생 수가 83명으로 늘어났다. 작은학교 상주중이 다시금 학생수를 회복하게 된 데에는 기존 '공교육'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대안교육'을 펼쳤기 때문이다. 상주중 여태전 교장은 거대한 물결을 이뤘던 혁신교육 바람처럼, 대안교육도 흐름을 맞이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언젠가는 모든 학교들이 '대안교육'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학교가 변하니 마을이 변했다. 지금은 마을교육공동체인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이 2017년도부터 발족돼 돌봄·마을교육을 비롯한 공동체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학교가 끌어낸 마을의 활력은 이제 같은 동네 초등학교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동네에 위치한 상주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혁신학교로 전환해 제도권교육의 단점을 극복하는 '혁신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안병주 이사장은 "이제 목표는 초등학교"라고 웃어보였다. <옥천신문>은 이번 사례를 통해 대안교육을 통한 작은학교 살리기에 대해 알아본다.

▲ 현재 상주중학교는 학교 증축을 하고 있어 임시건물에서 학생들이 생활중에 있다. 상주중학교 컨테이너 한편에는 학교 교훈인 '함께가자 우리'가 적혀있다

 

'대안교육'의 사전적 의미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학습자 중심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만들어진 종래의 학교교육과는 다른학교'다. 결국 대안교육은 공교육이 가진 실패를 인정하면서부터 시작한다.

남해 상주면에 위치한 상주중학교는 학교를 살릴 방법으로 '대안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어촌 작은학교가 대도시 큰학교와 같이 입시위주·학생은 소외된·과밀학급 같은 모양 공교육을 가지고는 경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상주중학교의 변화는 2014년 태봉고 여태전 교장의 부임부터 시작된다. 당시 상주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축구부를 창설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막을 내렸다. 여태전 교장은 이후 대안교육계열 특성화중학교를 통한 학교살리기에 뛰어들었다.

"학교를 살리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주민들도 많이 만나고 다녔어요. 동문들 이야기도 듣고, 이장님들 회의에도 가서 이야기 하고, 여기 이학교 없애고 리조트나 펜션짓자는 사람들도 있었어요(웃음)"

▲상주중학교 여태전 교장의 집무실. 그의 책상에 책과 서류가 잔뜩이다.
▲ 남해군 상주면 상주중학교 여태전 교장.
▲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안병주 이사장

 

2014년부터 준비한 상주중학교는 2015년 대안교육계열 특성화중학교로 선정이 된다. 처음부터 호락호락 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5년 1기에는 지역학생들이 한 명도 없었고, 2016년, 17년이 지나오면서 조금씩 늘어 2018년이 돼서야 상주초등학교 전 졸업생들이 상주중으로 진학했다.

"대안학교에 대해서 일반 주민들이 생각하기에, 처음에는 '문제아들 오는 학교'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그런데 대안교육이 그런게 아니라, 사실 대학만 가면 된다는 식의 교육에서 벗어자는 것이에요"

2019년 기준 전국에 있는 대안교육계열 특성화 중학교는 총 17곳이다. 기존에 불리는 대안학교와는 결이 다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55조에 따라 △국제 △예술,체육 △체험위주, 대안교육 분야로 나뉘는데, 상주중은 '대안교육'을 선택한 것이다. 여태전 교장은 농산촌학교는 대안교육 특성화중·고등학교로 되살아나는 것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주면은 상주중학교를 통해 올해까지 약 25가구가 이주해왔다.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이 많아요. 문제아들이 가는 학교가 아닙니다, 대안교육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큰데, 대안교육이란 공 교육이 문제라는 합의에서부터 시작을 한거에요. 결과적으로 전국 학교들은 대안학교로 나아가야 하고요. 대안교육은 혁신교육보다도 미래지향적인 교육입니다"

특히나 특성화중학교로 지정을 받으면 '학구내 입학'이 가능한 기존 제도권 교육과 달리 '전국단위 모집'이 가능해지는 형태로 바뀐다. 시수와 교육과정은 80%가 동일하고 20%를 유연하게 운영을 할 수 있다.

특히 상주중은 이동학습을 통해 매년 1학기에는 1,2학년 '지리산 종주', 3학년 '주제가 있는 테마학습'을 실시한다. 2학기에는 1학년 '바래길 걷기', 2학년 '제주도 도보순례', 3학년 '몽골 해외이동학습'등을 실시한다. 상주중은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 된 이후 학폭위를 딱 한 번 열었다.

▲ 남해 작은 바다마을에 위치한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의 상상놀이터. 이 공간에서 상주초 학생들은 간식도 먹고, 놀이도 했다.

 

학교가 살아나니, 마을교육공동체가 탄생했다

학교가 바뀌니, 마을도 변했다. '문제아 학교'라고 낙인만 찍던 주민들은 호기심으로 변했다. 학생 수가 늘어났고, 학생들과 함께 전입한 가구가 약 25가구다. 상주중 학부모회는 시도 때도 없이 모임을 열었다. 매년 신입생을 받기 전에는 2박3일간의 학부모연수를 진행했다. 오롯이 상주중 학부모회가 주최한 행사였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아이를 '맡기는'것이 아니라 '함께 키우자'는 가치에 일정부분 동의하며 연수에 참석한다.

그렇게 유대감이 늘어나니 '공동체'가 생겨났다. 학교를 보고 전입한 부모들 중심으로 '남해상주 동고동락 협동조합'을 발족했다. 2017년 4월, 조합원 50명의 출자로 시작했지만, 현재 150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협동조합은 지난해 돌봄공간 '상상놀이터'를 만들었다. 이번에 만든 상상놀이터는 그간 중학교에 집중됐던 마을교육운동을 초등학교로 옮겨오는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놀이 △음악 △미술 △요리 △보드게임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안병주 이사장은 "중학교 학부모들이 많으니, 초등학교 토박이 학생들과의 관계와 유대감이 많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초등학생들이 중학생 언니오빠들과 유대감을 가지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협동조합내 마을교사가 진행했던 돌봄을 올해부터는 상주중 동아리 동고동락 자원봉사 동아리와 함께 진행했다. 올해부터 상주중 학생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상주초 학생들의 방과 후 돌봄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협동조합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젊은 가족들이 돌아오거나,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2017년 11월부터 상주초·중학교 교사들과 함께 2주마다 책읽기 모임과 토론을 진행해왔고, 그 일환으로 2018년에는 인문학특강도 열었다. 더 나아가 지난 6월에는 상상놀이터 옆 건물을 빌려 밥집이자 사랑방인 '동동회관'을 만들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 동고동락협동조합 내부에 있는 책장의 모습. 동고동락협동조합은 책장에 있는 책들을 조합원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교육'으로 '마을' 살릴 수 있다

상주중 여태전 교장의 공간에는 크게 그의 비전이 걸려있다. '남해금산 교육마을'로 표현되는 그의 목표는 지금 하나씩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2015년 상주중을 살려냈고, 학교를 매개로 하는 마을교육공동체가 생겨나는데 조력을 했다. 그렇게 모양을 갖춘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은 다시금 또 상주초를 살려내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다시 돌아올 교육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전 다시 이곳 남해 상주 금산마을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이곳에서 보내면서 배웠던, 공동체의 가치, 지역의 가치, 그것이 그들이 어디에 있더라도 '둥지'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2019년6월 모습을 드러낸 동동회관, 동동회관은 공유공간이자 식당이다. 이 공간에서 협동조합 조합원들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모임을 연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부디 잘 가십시오!>

여러분들이 떠나도 여러분들의 영원한 모교 상주중학교는 100년 뒤에도 살아남을 것입니다. 여기 이대로 등대처럼 우뚝 서서 여러분 평생 동안 꿈의 좌표, 삶의 좌표, 행복의 좌표가 되어 여러분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기도하며, 또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세상 밖으로 훨훨 날아가 그 어떤 시련을 만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포기하지 마십시오. 부디 언제 어디서나 꿈꾸고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즐기십시오. 이 말씀이 제가 졸업생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당부이자 기도입니다.

- 제63회 졸업식 학교장 회고사 中 -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글은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지혜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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