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자 명상 5: 안중근(安重根) 중(重)

형광석 주주통신원l승인2020.03.25l수정2020.07.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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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安重根) 중(重)

<2020. 03. 25.>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가장 존경하는 독립운동 지도자는 어느 분인가? 3월 26일은 그분의 순국 110주년이다. 안중근 의사는 1910년 3월 26일 10시에 순국하셨다. 삼가 묵념을 올린다.

<해동사(海東祠): 안중근의사 사당>

창건: 1957년

전남 장흥군 장동면 만수길 25-121

출처: 장흥군청(www.jangheung.go.kr/tour/)

순국하신 지 약 5개월이 지난 8월 22일에 한국에 대한 일본제국주의의 강제병탄조약은 조인되고 8월 29일 발효됐다. 이른바 경술국치(庚戌國恥), 경술년 1910년에 당한 우리나라의 치욕이다.

시베리아 대륙에서 불어오는 세찬 찬바람으로 수은주가 0에서 한참 아래인 1909년 10월 26일 09시, 중국 하얼빈 역, 얼굴도 모르는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일행을 향해 권총을 겨눈 안중근 의사의 심장과 무릎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만주의 미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오는 러시아의 코콥초프 재무장관을 만나기로 한 일본 총리 이토 히로부미 백작이 26일 아침 9시 한 한국인 저격자의 총을 맞고 쓰러졌다. 3발의 총을 맞은 그는 20분 후 사망했다.’(당시 뉴욕 타임스 기사, 뉴시스, 2014.3.5.)

<당시 뉴욕 타임스의 톱 제목>

       상단: 이토 죽였다, 한국 점령을, 복수하기 위해

       하단: 다른 한국인들 동행, 하얼빈 저격

 (Assassination at Harbin, Accompanied by Other Koreans)

출처: [안중근 순국 104주기 기획①] ‘한국의 복수, 이토 히로부미 죽였다’

     NYT 105년 전 대서특필, 뉴시스, 2014.3.5.

어느 분은 자신이 ‘나는 새’(flying bird)와 같다고 말한다. 생각이 활발한 사람이다. 눈길은 어떤 사물을 향하는데도, 뇌는 망막에 맺힌 그 사물의 상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봐도 본 게 아니다. 그 사물과 전혀 다른 상을 본다. 여러 생각이 뜀뛰듯 스쳐 간다.

예외가 없지는 않다. 글자 重(중)을 마주하면, 딱 한 가지 생각만 떠오른다. 안중근(安重根) 의사! 누가 뭐라 해도 내게 重은 안중근 의사와 항등관계로 다가온다. 즉, 重 ≡ ‘안중근 의사’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글자 重은 ‘무거울 중’으로 나온다. 그 첫 번째 뜻을 ‘무겁다’로 했다. 그런 뜻으로 쓰인 단어는 하중(荷重; 짐의 무게; 짐이 무겁다), 중량(重量; 무게; 무거운 량), 체중(體重; 몸무게), 중차대(重且大; 무겁고 또한 크다) 등이다. 그 뜻은 올바를까? 조그만 짐이 하나면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아주 얇은 종이 한 장의 하중을 재는 게 유의미할까? 그러려면, 짐이 커야 한다. ‘짐이 크다’는 ‘여러 개의 짐이 겹치다’와 같지 않을까? 어떤 사람의 체중이 70kg이라면, 무게의 기본단위인 kg이 70번 겹쳤다는 뜻으로 풀이하면 말장난일까? 그래선지 네이버 한자사전은 한 단어로서의 重을 ‘무엇이 겹쳤거나 둘이 합쳤음을 뜻함’으로 풀이했다.

네이버 한자사전은 글자 重의 아홉 번째 뜻으로 ‘겹치다’를 제시했다. 이런 뜻으로 쓰인 단어는 중근(重根; 이차방정식의 근이 겹치다), 중복(重複; 솜옷이 겹치다; 겹침), 중언부언(重言復言; 말이 겹치는데도 그 말을 또다시 하다), 중층(重層; 층이 겹치다) 중첩(重疊; 겹치고 포개지다; overlapping) 등이다.

수학에 나오는 重根을 ‘근이 무겁다’로 풀이하면 수학적 의미가 사라진다. 이차방정식의 근은 두 개다. x2-(a+b)x+ab = (x-a) (x-b) = 0. 이때 두 근은 x1=a, x2=b이다. 이차방정식이 ‘완전제곱 꼴’(perfect square formula)로 표현되면, (x-a)2=0. 이때 두 근은 x1= x2=a이다. 두 개의 근이 서로 겹쳤다. 이게 바로 重根(multiple root)이다.

한편 重根을 ‘뿌리가 무겁다’로 풀이하면, 무슨 뜻인지 모호하고 불분명하다. 뿌리의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뜻으로 풀이하더라도 그런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상상하기 어렵다. 뿌리가 무거워지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여러 뿌리가 수년간 깊이깊이 겹치고 겹치면 뿌리의 폭과 높이가 커지면서 뿌리 뭉치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월질 거다. 즉 뿌리가 겹친 결과가 뿌리의 무게이다. 따라서 重根은 ‘뿌리가 겹치다’로 풀이해야 그 뜻이 선명해진다.

그렇다면, 글자 重이 어떻게 분해되기에 ‘겹치다’로 풀이되는가? 파자하면, 重 = {一, 車, 一}. 우선 수레 거(車)를 구성하는 기본 글자의 집합은 {一, 申, 一 }={一,{曰, 丨}, 一}이다. 申을 구성하는 曰은 수레의 몸통이고 丨(뚫을 곤)은 굴대이다. 굴대는 ‘수레바퀴의 한가운데에 뚫린 구멍에 끼우는 긴 나무 막대나 쇠막대’이다. 申은 아직 바퀴를 장착하지 않은 수레의 몸체, 즉 차체(車體)이다. 글자 申의 위와 아래에 각각 一을 더하면 車가 된다. 一은 수레바퀴에 상응한다. 리어카를 떠올려보기 바란다. 리어카의 모양을 글자로 형상화하면 車가 된다.

화물차, 버스의 뒷바퀴는 양쪽에 각각 2개이다. 무거운 짐을 싣거나 많은 사람을 태우려면, 그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 각 쪽에 바퀴가 하나라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거다. 각 쪽에 바퀴가 두 개이니, 바퀴가 겹친 셈이다. 글자 車의 위아래에 각각 一을 더하면 重이 된다. 重은 수레의 양쪽에 2개의 바퀴가 겹쳤기에 ‘겹칠 중’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무거울 중’보다는 ‘무게를 견뎌낼 중’이라는 풀이가 더 적합하다. 정리하면, 重={二, 申, 二}. 申은 굴대가 끼워진 차체이고, 二는 두 개의 바퀴, 즉 바퀴의 겹침이다.

<안중근 의사>

출처: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03

안중근 의사의 존함인 중근(重根)을 무엄하게도 ‘수년간 나무뿌리가 자라는 중에 체계적으로 겹치고 겹쳐 거대하면서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 뿌리 뭉치’로, ‘당시 시대가 부여한 보편적인 인류 역사의 거대한 무게를 견디고 승리한 상징’으로 풀이하고 싶다. 또한 수학에서 중근은 ‘완전제곱 꼴’(perfect square formula) 이차방정식의 해(solution)이다. 뜻을 확장하면, 重根은 ‘완전하고 올바른 광장’(perfect square)의 바탕이다. 요컨대, 안중근 의사는 인류 역사의 보편 가치인 평화를 사랑하여 살신성인(殺身成仁)하시고, 그런 세상을 향해 완전하고 올바른 광장을 열어주신 분이다.

<안중근 어린이 합창단>

2015년 3월 14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27기 한겨레신문사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안중근 어린이 합창단’이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682250.html

重根을 가진 나무는 규모 8.9의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2011.3.11. 일본 후쿠시마 일원의 동일본 대지진)에도 거뜬히 버틸 거다. 1909년 10월 26일 09시, 중국 하얼빈 역, 안중근 의사의 심장과 무릎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만일 영광스럽게도 한자사전을 다시 편집한다면, 重의 첫 번째 뜻은 ‘안중근 중’이요, 두 번째 뜻은 ‘겹칠 중’으로 하고 싶다.

안중근(安重根) 중(重)!

重 ≡ ‘안중근 의사’

 

편집 : 객원편집위원 김혜성(cherljuk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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