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 만들기

돛의 중요성은 앞에서 말했다. 그럼 이렇게 중요한 돛을 어떻게 만드는지 하나씩 풀어보자.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대의 돛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돛이다. 돛을 만들 때 잘 못 만들어 놓으면 항해하기에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우리의 것이 후대에 제대로 전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아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한 것을 만들어 놓고도 마치 그것이 정답인양 말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돛을 만드는 일은 거의가 선주들이 하였으나 때론 선원들 중에서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더러는 있었다. 돛을 만드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럼 이렇게 중요한 돛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먼저 돛에 쓸 천을 결정해야 한다.

앞장에서 돛천에 대해 수출을 하였다고 했다. 그때는 돛을 만드는 천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조정에서 돛베 29필을 받았다는 기록이 난중일기에 있다. 당시에도 돛을 만드는 천이 따로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지금은 두꺼운 광목을 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황토 물을 드려서 쓰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광목에다 갈물을 드려서 사용하기도 하고 그냥 천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한편 한국어업사에는 중국과 왜국의 배는 모두 호초(蒿草)를 짜서 돛으로 쓰기 때문에 부드럽고 질겨서 오래 사용하는데, 우리는 모초(茅草, 띠풀)만 사용하여 쉽사리 파손된다고 하였다.

또한 정조 때의 기록을 보면 돛은 초석(草席)을 쓰는데, 이는 곧 해마다 새것으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삼승포(三升布)나 혹은 왕골자리[莞席]로 하고 있는데, 각 물건의 개비(改備)는 이미 연한이 있고, 회감(會減)의 가본(價本) 또한 정수(定數)가 있으므로, 헐어질 때마다 개비를 하자면 진실로 군색한 폐단이 있습니다. 그러니 조운의 햇수를 조선의 예에 따라 별도로 조치하여 개비하도록 하고, 그 급가(給價)의 절차 또한 조선에 견주어 예를 삼아야 하겠습니다고 하였다.

범포를 수출까지 하였는데 왜 이러한 풀을 써서 돛을 만들었을까? 아마도 수출을 했던 천은 고가품이 되어서 서민들은 사서 쓸 수가 없어서 그리하였을 것이지만 당시에 중국이나 왜국에는 이러한 천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돛에 사용될 천이 결정지어지면 돛의 크기를 결정한다.

돛의 크기는 통상적으로 돛대의 길이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갑판 위에서부터 꼭대기까지의 높이보다 대략 1m 정도 짧게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돛대의 꼭대기에 도르레가 붙게 되어 그만큼의 길이를 빼내어야 하고 맨 밑에 있는 망머리 줄을 당겨 메면 돛이 대각선을 이루면서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이렇게 짧게 하지 않으면 망머리 줄을 당겨 메었을 때 하활이 배의 갑판까지 내려와서 돛으로서의 기능을 다 할 수가 없게 된다. 10여m 되는 배라면 뒤돛의 너비는 대략 3m 정도가 된다.

앞돛은 뒤돛의 크기에 약 3분의 2 정도라면 무난할 것이다. 이렇게 크기가 결정되면 돛천으로 사용할 광목은 폭이 좁기 때문에 여러 폭을 붙여야 한다.

지금이야 재봉틀이 있어서 짧은 시간에 폭을 붙일 수가 있지만, 옛날에는 배 선원들의 부인네들이 총동원되어 며칠씩 바느질을 하여 붙이곤 하였다. 이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광목의 폭을 붙이고 다시 접어서 또 바느질을 하여야 한다. 이것을 한번 눌러주는 것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돛천이 찢어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폭이 다 붙여지면 재단을 해야 한다.  <그림 96>은 돛을 재단해놓은 그림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돛의 크기를 결정할 때 돛의 테두리에 줄을 끼어야 하기 때문에 접어서 바느질할 것을 계산하고 그만큼 넓게 재단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림 96> 돛의 재단
<그림 96> 돛의 재단
<그림 97> 돛의 묶음 줄
<그림 97> 돛의 묶음 줄

재단이 다 되면 테두리에 줄을 넣어야 하는데, 이때 넣는 실의 크기는 대략 90사 정도의 PE사를 넣는다. 줄을 넣을 천을 접을 때 줄을 같이 넣으면서 바느질을 해야 한다. 바느질을 다 해놓고 나중에 줄을 끼어 넣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줄까지 끼웠으면 돛의 품을 잡아주어야 한다. 돛의 품이란 돛에 주름을 말하는 것인데, 가로는 잡지 않고 세로만 잡아준다. 품은 대략 10~15% 정도 잡아준다.

그러나 어선과 화물선의 돛은 차이가 있다. 즉 화물선은 품을 조금 더 많이 잡아주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끝나면 돛이 찢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굵은 줄로 한 바퀴 돌려주어야 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로프의 굵기는 돛의 크기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니 이 돛의 경우라면 대략 15mm 정도의 로프면 된다. 이러한 굵기의 로프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대로 쓴다면 사용을 하는 과정에서 로프가 늘어나기 때문에 돛의 천이 찢어져서 돛을 쓸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로프를 필요한 길이만큼 잘라서 최대한 늘린 다음에 사용하여야 한다. 늘리는 방법으로는 통상적으로 양끝을 높이 메고 가운데에 무거운 것을 달아매서 늘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

늘리기가 끝나면 이 로프를 돛의 천에 한 바퀴 돌려서 메야 하는데 메는 간격은 약 3cm 정도면 된다. 줄을 메는 방법은 바늘을 이용하는데, 그렇게 큰 바늘이 없기 때문에 바늘을 만들어 쓴다. 이 바늘은 우산이나 양산의 살을 이용하는데 살의 끝에 구멍이 있는 쪽을 대략 10cm 정도 되게 자르고 끝을 뾰족하게 갈아서 바늘대용으로 쓰는데 이 바늘을 독바늘이라고 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실의 굵기는 만든 바늘의 귀에 들어갈 수 있는 굵기면 된다. 테두리 줄이 다 묶어지면 활죽을 붙여야 한다. 활죽은 통상적으로 대나무를 쓰기 때문에 죽(竹)자를 썼지만, 화물선처럼 큰 배들은 상활과 하활을 나무를 쓰기도 하였다.

이렇게 대가 아닌 나무를 썼던 것은, 짐을 가득 실은 화물선은 출발을 하려고 할 때 빠르게 출발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돛에 많은 힘이 가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마치 화물차가 짐을 가득 싣고 출발을 하려고 할 때 기계의 힘이 많이 들면서도 더디게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화물선에서의 상 하활은 좀 둔하다 싶을 정도로 굵은 나무를 활죽대용으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활죽은 붙이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요즘 모형 배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이러한 원칙은 무시한 채 제작자의 마음대로 해 놓은 것을 보았다.

이러한 것들이 그대로 후대에 전해진다면 세상을 먼저 살다 간 사람으로서 후대에 큰 죄를 지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타세(ウタセ)라고 하는 저인망어선의 돛은 활죽을 붙이는 방향이 같다. 그러나 앞의 삼각돛은 항해 시에만 사용하였다. 이와 같이 하는 것은 돛으로 그물을 끌기 때문에 활죽의 방향을 같이 하여 어느 한 쪽의 돛에 바람이 더 받는 것을 방지 하는 것이다. 즉 두 개의 돛에 똑같이 바람을 받게 하는 것이다.

<그림 91>은 실제로 항해를 하고 있는 배의 사진이다. 이 배의 돛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뒤돛의 활죽은 고물에서 보았을 때 왼쪽에 붙이고 앞돛은 오른쪽에 붙인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원칙을 우리의 조상들은 지켜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만약 돛이 세 개인 배라면 맨 앞돛은 중간의 돛과 같은 방향에 붙인다.

그러나 배가 작아서 한 개의 돛을 달 경우는 또 다르다. 한 개의 돛이라고 하드라도 돛대가 앞에 있느냐 중간에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앞돛이라면 활죽은 오른쪽에 붙이고, 중간 돛이라면 왼쪽에 붙인다.

이렇게 각기 다른 방향에 붙이는 것은 돛마다 그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만약 이 배가 역풍항해를 한다면 앞돛은 각도를 잡아주고 뒤돛은 배를 추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이제 활죽까지 붙였으니 돛은 거의 다 만들어진 것과 같다.

<그림 90>에서 보듯이 돛대와 돛을 분리되지 못하게 잡아주는 고리가 있는 끈을 메어주어야 한다. 이 줄을 마땅한 이름이 없이 이곳 어민들은 중간에 있는 배꼽과 같다는 의미로 뱃봉 또는 배꽁(배꼽의 방언) 줄이라고도 한다.

이제 단 한 가지만 남아 있다.

그것은 <그림 97>에 보면 활죽에 매달려 있는 줄이 보이는데 이 줄은 돛을 줄여 묶으려고 할 때 쓰기 위하여 돛을 만들 때 미리 묶어놓은 것이다. 이 돛 줄임 묶음줄은 다음 장의 항법에서 다시 설명할 것이다.

돛에 관한 역사기록 중에 동문선에는 돛의 크기를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있다. ‘백척장범지고향(百尺長帆指故鄕)’이란 시 구절이 있다. 이것은 “백척의 긴 돛을 달고 고향을 지향하네……”라는 시 구절로 김부식이 고향에 가면서 지은 시 구절이다. 돛이 100자라면 약 33m 정도이니 배의 크기는 이 보다 더 컷을 것이다.

또한 정조2년 4월 4일에 쓴 청장관전서 제66권에는 배의 제도는 짧은 돛대는 뱃머리에 세웠고, 배 허리에는 큰 돛대를 세웠다. 정박(碇泊)할 때는 이 돛대(큰 돛대)를 뉘어서 들보로 삼고 그 위에 뜸을 친다. 배 위에는 모두 판자로 덮어서 거북의 등처럼 생겨서 아무리 심한 비바람이 불어도 새는 근심이 없었고 닻줄은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꼬아서 사용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음의 닻줄에서 설명을 하겠지만 제주도에서는 말꼬리 털로 닻줄을 만들어 쓰기도 하였다고 한다.

위에서 말 한대로 배가 정박을 하면 돛대로 보를 삼고 뜸을 친다고 했는데, 저자도 선박생활을 할 때 정박을 하면 위의 기록과 같이 하였다. 다만 뜸 대신 돛으로 위를 가렸는데, 비가 오면 돛으로 가렸지만 광목으로 만든 돛이라서 밖에서는 이슬비가 와도 안에서는 굵은 빗방울로 변해서 옷이 다 젖곤 했다.

요즘의 배들이야 선실로 들어가면 비가 오나 눈이오나 걱정이 없지만 옛날에야 그러지를 못했다. 옛 생각이 많이 난다. 그런데 어떠한 용도의 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거북등처럼 지붕을 만들어져 있는 배인데 왜 뜸을 쳤는지 알 수가 없고, 당시의 배들은 모두 다 그렇게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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